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고도 아까부터
숟가락만 입안에서 달그락 달그락거리며
요리조리 남자의 얼굴을 뜯어보는 그녀
뒤섞여있는 세가지맛 중 망고맛만 골라서 열심히 숟가락질을 하던 남자는
문득 그런 시선을 느끼고는
아유 알아알아 나 잘생긴 거 아우 참
오래 사겼는데도 내가 아직도 그렇게 좋아?
알았어 알았어 에이 있다 내가 또 뽀뽀해줄게
그녀는 이건 비웃어주기도 귀찮다는 듯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코웃음을 치죠
하지만 싫진 않은 얼굴
여자는 여전히 숟가락을 문 채로 고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까닥거리더니
아까부터 할까말까 망설이던 말을 꺼냅니다
나 오늘 오다가 누구 만났게?
누구 만났는데?
여자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째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한 얼굴로 대답하죠
내 열일곱 첫사랑

약 5초 후
호탕하다고 말하기엔 긴장한 티가 너무 역력한 남자의 웃음소리
하하 재밌네
여자는 남자의 반응을 재밌게 지켜보더니 약올리듯 그럽니다
긴장되지
하지만 이내 여자는 남자친구의 얼굴도 한번 쳐다보고 아이스크림도 한번 쳐다보고
그러더니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그럽니다
나 오늘 쫌 놀랐다?
일기같은 기록은 몰라도 기억은
정말 내 맘대로 날조하는 게 가능하다는 거 오늘 처음 알았어
내가 생각했던 얼굴이랑 너무 다른 거 있지
아냐아냐 세월탓만은 아니었어 그땐 진짜 귀티났었거든
교복 입고 있으면 교복 모델 같았다니까 아우 근데 어우
여자의 한숨에 스르르 긴장의 끈을 놓는 남자
그걸 눈치챈 여자가 잽싸게 말을 바꿉니다
헤 그렇다고 안심하면 안 되지 걔가 나한테 전화번호도 막 물었어 진짜야 진짜야
힘주어 진짜야를 외치는 그녀를 향해 남자가 이번엔 진짜 편하게 웃습니다
야 전화번호를 주건 첫사랑을 그리워하건 이것만 명심해라
니 칠순잔치때 같이 꼬부랑춤 춰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거
그 말에 여자가 그럽니다
아우 진짜 속상하다
남자가 짐짓 화를 내겠죠
어쭈 그렇게 아쉬워 첫사랑이?
여자의 대답
아니 그런 말 듣고도 변변한 저항도 못할 만큼 니가 좋아진 게 억울하다구
니가 첫사랑 만나면 그래봤자 내가 지금의 사랑이라 말하면 되고
니가 장동건 좋다면 그래봤자 장동건은 널 모른다고 말하면 되고
니가 그래도 나밖에 없다면 나도 그렇다고 말하면 되고
우린 지금 함께 있으니
우리 마음대로 하면 되고
사랑을말하다
-사랑을말하다 푸른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