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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이 이젠 도둑질까지 하나?

김주형 |2009.05.03 21:02
조회 1,396 |추천 0
5·1절 광주전남 노동자대회에서 생긴 일







노동절 119주년이었다. 시카고 노동자들이 세계 최초로 8시간노동제를 쟁취했던 1886년 5월 1일의 역사적 의의를 기념하며 제정했던 노동자의 날이었다. 그러나 노동절에 광주전남의 노동자대회에서는 웃지못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노동자대회 대미를 장식하려던 불글씨가 사복경찰에 의해 도둑맞았던 것이다.

무대준비를 마치고 곧 행진해 들어올 노동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던 동안 무대를 점검하듯 하던 일단의 무리들이 갑자기 불글씨용품을 절단기를 이용해 잘라서 도망친 것이다. 공권력이 이젠 하다하다 안돼 도둑질까지 시키나? 도대체 이명박 정권이 가진 공권력은 도둑질도 공권력의 행사라고 믿는 건가?


광주전남지역의 노동자대회는 옛 전남도청 앞 도로 위에서 오후 5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1일 노동자대회의 무대가 된 도청 앞은 일찌감치 교통통제가 이루어져 금남로 일대는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발걸음으로 붐비고 있었으며, 무대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4시 40분쯤 공권력이 도둑질까지 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었다. 절단기를 동원해 도둑질해간 무리들은 재빨리 배치된 전투경찰 뒤로 사라졌고 광주공원에서 행진해온 노동자들과 금남로 일대에 모여든 시민들이 합세해 공권력에 항의하느라 10여분 동안 대회 진행이 늦어졌다.

도청 앞은 광주전남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었다. 5·18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지 채 30년도 되지 않았는데 계엄군에 유린되었던 시민군의 근거지였던 옛 전남도청을 강제로 철거하려 날뛰고 있다. 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마지막 진압작전으로 1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피로 물었던 그곳을 노린 것이다. 한국전쟁 뒤 현대사에서 최초로 공권력에 무장투쟁으로 맞섰던 최초의 역사를 누군가 지우고 싶었던 것일까? 폭동과 반란이라는 명칭도 모자라서 이젠 그 역사마저 지워버리려는 의도일까?

또한 600일이 넘도록 해고노동자와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원직복직 요구를 짓밟은 로케트전기에 맞서 죽음을 무릅쓰고 50일에 이르도록 도청 앞에서 30m 높이의 고공철탑농성을 진행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여기에 80여명에 이르는 계약직 노동자인 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은 문자메시지 1통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로케트전기의 경우에는 유인물을 돌렸다는 이유로, 대한통운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길거리로 나앉아야 했다.

로케트전기의 부당한 해고와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고공농성은 지역사회의 위기감을 높이면서 시민사회대책위가 꾸려졌고, 강승철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의 4월 20일부터 5·1절까지 12일간 고공단식농성과 각 산별노조 간부와 시민사회대책위 대표들의 동조단식농성이 이어가며 반드시 해결하려는 노력이 집약되었다.


공권력의 파렴치한 도둑질은 노동자와 민중들을 분노케 하여 기어코 횃불을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광주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도청 앞에서 공권력이 도둑질까지 해가며 광주전남의 노동자와 시민들을 도발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그같은 어처구니없는 도발을 해대는 것일까? 지역사회를 흥분시켜 또다시 광주전남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인가, 아니면 이 모든 상황을 일거에 짓밟아 정리해버리겠다는 선전포고인가?

그러나 5·1절 노동자대회는 불글씨 퍼포먼스를 뛰어넘어 횃불을 등장시켰다. 각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공권력의 졸렬한 만행에 맞서 횃불을 들었다. 공권력이 이 사태를 노렸다면 다시금 광주전남의 시도민과 노동자들의 뜨거운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5월은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역사와 민주주의에 대한 또다른 학습의 장이다. 다시금 그 역사를 거스르는 그 어떤 도발도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의 저항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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