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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 칼이 되고 혀가 칼이 되고 돈이 칼이 되는 영화 <인사동스캔들>

이주연 |2009.05.06 17:52
조회 104 |추천 1

 

애정이 전만 못하니, 어쩌니 해도

래군의 작품이 나오면 머리보다도 먼저 심장이 들썩거린다.

4월 29일 전야개봉을 예매해 보고

오래간만에 대형 스크린에서 양복간지 줄줄 풍기는 제대로 된 래원을 보고 나오니

그간의 막혔던 속이 좀 뚫리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그간의 래군이 비쥬얼적인 면에서 뛰어남을 뽐낼 기회가 없었다.

줄창 무릎나온 추리닝만 입어도 뽀대 폴폴 나던 "옥탑방 고양이"의

멋진 래군의 모습은 최근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버드의 엄한 프레피룩에서부터 망조(?)가 들기 시작하더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에서는 잠깐 간지가 났었다.

그러나 그 드라마에서는 팔푼이 "복실이"의 발연기 때문에

간지의 은총은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렸을 뿐.

 

드라마 "식객"은 생각도 하기 싫다.

빵빵한 원작을 가지고 그정도의 드라마 밖에 탄생시키지 못한

제이에스의 무능력을 탓하고 싶을 뿐.

옷도 뭐...... 평상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흰가운을 입으랬더니 요리사복장이라니.

 

영화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쌩양아치로 나온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꽃남방 퍼레이드와

2% 부족한 띨띨이로 나온 "해바라기"의 체크 남방의 향연.

기럭지 되고 어깨발 되는 래원의 비쥬얼을 피라미드 속으로 파뭍어버리기에

충분했던......... 영화들이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서 말이다.

 

 

 

생소한 미술품의 세계와 그것들을 둘러싼 복원과 복제의 미묘한 간극,

또한 상상을 뛰어넘는(?) 사기의 세계를 그린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의 래원은 제대로 간지를 날려주신다.

2002년 눈사람의 성준이가 이강준으로 환생해

한탕 사기를 치는 듯한 포스.

 

다른 것들은 다 닥치고서라도 래원의 수려한 바디빨에 걸맞는

제대로 된 옷빨을 뽐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래된 래빠, 래원광풍의 가슴을 달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인지라,

화보가 아닌지라..........

래군의 뽕빨 간지에 넋을 쳐 놓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일.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대략 늘어짐 없이 타이트하게 흘러간다.

그 이름만으로도 한껏 비밀을 간직한 갤러리 비문(秘門)의 배태진회장과

폐인이 되다시피 도박판에서 살아가기는 하지만

동양화 복제의 일인자 이강준의 포스가 맞붙으며

그들을 둘러싼 각종 비밀과 암투가 스크린을 메운다.

 

억양이며 걸음걸이에서 그간의 답답한 케릭터들의 무거움을 벗어던진

이강준으로서의 김래원은

과거에 대한 비밀을 가슴에 간직한 채

"벽안도"의 복원에 착수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미술계, 아니 복원계의 각종 은어들과

미술 시장에 뿌리박힌 암투와 배신에 찌들은 조연들로 인해

다소 산만하다 느껴질 수는 있지만

적어도 선과 악이 누구라는 이분법적인 플롯으로 내용이 흘러가지는 않는다.

 

각각의 조연들이 나름 존재이유를 지니며

배태진과 혹은 이강준과 손을 잡고 유기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해 낸다.

 

다만, 조연들의 규모를 조금 축소하고서

이강준이나 배태진의 과거사에 조금 집중해 주었더라면

그들이 그토록 미술품의 복원과 한탕에 목숨을 걸어야만 했는지 이해하기에

수월했을 듯.

 

극중 문화재전담반 여형사로 나오는 홍수현의

이를 악문 연기는

이따금 오바스러워 몰입을 방해하고

완벽한 복원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중간중간 삽임되는

이강준의 "개고생" 또한 전문분야가 아닌지라

조금은 가지를 쳐 내고 싶지만

급물살치듯 흘러가는 런닝타임은

과거 "범죄의 재구성"스타일의 사기극을 상기시키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더구나

래군의 전작들이 느슨한 구조들로 영화 전반에 걸쳐 루즈함을 선사했다면

그런 그의 영화에 실증을 느낀 관객이라면

적어도 이번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의 시간흐름은

복원실에 설치된 "D-365"의 시간이 줄어드는 속도와 마찬가지의 촉박함에

몸을 맡길 수 있을 듯하다.

 

 

 

 

짧게 짧게 툭툭 내 뱉는 대사들을 중심으로

미묘한 말장난처럼 느껴지는 주조연들의 언어유희에도 귀를 열어두어도 좋을 듯.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불친절함이

오히려 인사동에서 벌어지는 어둠의 손길에

더욱 적합해 보이며

그 짧은 대사들의 핑퐁게임이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보인다.

 

 

 

 

벽안도를 복원하고 창덕궁에서 공개행사를 마친 후

노래방(?) 룸싸롱에서 불러재끼던 래원의 "오늘은" 노래 실력은

또 하나의 볼거리.

 

그가 노래를 부를때마다 가지게 되던 "안쓰러움" 혹은 "안타까움"은

이번 ost에서는 잠시 잊어도 좋을법하다.

손에 땀을 쥐게하던 old한 취향으로

그가 부르던 모든 노래들이 슬프게만 들렸던 그간의 ost와 비견해

이번 영화의 ost는 오히려 김래원의 재발견(?)으로 칭해도 좋을만큼

노래를 노래답게 제법 불러준다는 것. 

 

 

 

 

어쨌든,

모든것을 덮어두고 너그럽게 감싸안은채

중박 이상만 쳐 달라는 기대를 감히 내걸어본다.

경쟁작이 되어버린 "박쥐"와 "7급공무원"과 견주어

무참하지 않을 스코어로 선전을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박쥐보다는 7급공무원의 힘이 더 무서운 1인....)

 

또한

이 영화에 김래원, 그가 얼마나 몰빵을 했는지 보여주는

전혀 래원스럽지않았던 그간의 행보.

황금어장 무르팍도사 출연이라든가,

김정은의 쵸콜릿에 나타나심이라든가.

그의 이러한 홍보노력이 이번 영화에서 제발 제대로 빛을 발해주기를 기원해본다.

 

스포일러를 피해가면서 리뷰랍시고 쓰다보니

어쩐지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감상이

수박의 겉핥기 같은 느낌이 없지않지만,

어떤 기자의 말마따나

충성심 높은 김래원의 아줌마 팬으로써는

한치의 나무람도 없을만치 몰입도 최강인 영화였다.

 

하지만,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스토리텔링이

일반 관객들에게도 어필하게 될지는

조금 의구심이 드는.....

개인적으로 2% 아쉬운 영화 되겠다.

 

 

사족: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

이렇게 화면이 급박하게 흘러가서야

어디 나중에 캡쳐질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그따위 걱정.

 

뭐.... 속도감이 그정도였다는,

캡쳐질에 중독된 자로서의 하나마나한 걱정이 되어주시겠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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