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에 대한 제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기업의
사업 혹은 제품도 어떻게 제목을 정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180도 뒤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멋진 제목을 부친다면 실타래처럼 뒤엉킨 문제는 풀리고 인생은 더 가치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내 인생에 멋진 제목을 달 수 있을까.
첫째. 몰입
멋진 제목을 달 수 있는 첫 번째 비법은 몰입이다. 내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모든 문제를
명료하게 정리하는 한 줄의 제목이 나온다. 이를 실천한 대표적 인물이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
이다. 그는 정신적 몰입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 회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했다. 수없이
벌어지는 기업의 일에 대해 ‘제목을 다는 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제목달기에 대해 이
건희 전 회장은 ‘업의 본질'이라는 표현을 썼다. 업의 본질은 일의 핵심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
이다.
둘째. 발상의 전환
제목달기의 두 번째 비법은 어떠한 현상을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때
나타난다. 사물도 다양한 본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면 사물의 다른 본질을 볼 수 있
다.
성악을 전공한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성악가가 꿈이었으나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따라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데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졸업 뒤 취직도 못했다. 청년은 용돈
을 벌기 위해 결혼식 축가 부르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일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고 그는 축가를 불러주고자 했으나 친구가 축가를
고사하는 게 아닌가. 이유를 묻자 친구는 “결혼식은 새로운 출발의 자리다. 어두운 얼굴로 노래
부르는 네 모습을 보면 내 가슴이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억
지로 노래를 부르는 자리가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출발을 알리는 장소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곰곰이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 본 청년은 자신의 노래에 제목을 달았다. ‘신랑 신부가 듣는 최초
의 노래'. 그러자 누군가의 처음을 시작해 준다는 것은 대단히 소중하고 보람된 일이란 생각이
들었고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사소해 보이는 제목 하나가 모든 걸 바꿨다.

셋째. 반대로 생각하기
마크 트웨인이 쓴 엔 말썽쟁이 톰이 ‘담장 페인트칠'이란 벌을 받는 대목이 나
온다. 담장 앞에 선 톰은 아침부터 힘없이 페인트칠을 시작한다. 지나가던 아이들은 그런 톰을
약 올린다. 그런데 잠시 후 톰이 즐겁게 휘파람까지 불며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한다. 장난꾸러
기지만 낙천적인 톰이 이왕 해야 할 일 재밌게 하자고 생각을 고쳐 먹은 것이다. 이는 곧 페인트
칠에 대한 개념 정의가 ‘재밌는 놀이'로 바뀐 것이다. 억지로 하던 페인트칠은 신나는 유희가 되
어 버렸다.
그런데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갑자기 왜 즐겁게 페인트칠을 하는지
묻자 톰은 말한다. “얼마나 재미있다고.” 순간 그의 바뀐 개념 정의는 아이들에게도 전파된다.
아이들은 앞 다퉈 자기들도 한번 해 보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톰은 아이들에게 벽을 칠하는 대
가를 받고 순번까지 정해주며 대신 칠하게 한다. 그는 나무 그늘에 앉아 아이들이 갖다 준 사과
와 과자를 맛있게 먹으며 페인트칠을 마무리한다.
그가 했던 행동은 단순히 말썽쟁이의 ‘잔머리'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할 점은
소설에 등장하는 누구도 불행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친구들이 대신 벌을 받은 게 아니라, 벌이
재밌는 놀이로 바뀐 것이다. 사물에 대한 개념 정의가 달라지면 모든 게 바뀐다. 제목이 바뀌면
지루한 인생도 행복한 놀이가 될 수 있다.
넷째. 메모의 활용
대기업 직원 K에게는 유독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있었다. 상사와의 갈등으로 심적 부담이 심
해 회사도 가기 싫을 지경에 이르렀다.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해 보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
다.
그는 어느 날 메모지 한 장에 갈등의 원인을 간략하게 적어봤다. 상사의 견제 심리, 얌전하지 않
은 자신의 성격, 만만해 보이는 저자세 등이 원인으로 떠올랐다. 혈액형 궁합이 맞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적었다. 그리고 그 밑에 갈등으로 인해 생긴 문제점을 적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스
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였고, 그 다음은 의욕 상실이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상사에게 밉
보이지 않기 위해 일을 더 철저히 하게 된 점이었다.
K는 이 같은 내용의 메모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거리를
산책하다가 문득 한 문장의 제목이 떠올랐다. ‘마라토너 신발에 낀 모래알.' 아주 사소하지만 정
말 괴로운 존재가 바로 마라토너 신발에 낀 모래알이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는 코스
의 오르막도, 경쟁자의 추격도 아닌 발가락에 낀 모래알이 가장 괴롭다. K는 상사의 행동을 ‘마
라토너 신발에 낀 모래알'로 정의했다. 이후 그 상사의 말과 행동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다고 K
는 말한다. 그의 비꼬는 말과 질책이 마라토너의 모래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고통스럽지만
스스로 견뎌 내야 할 ‘사소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섯째. 단점 뒤집기
단점을 뒤집었을 때 인생의 멋진 제목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잭 웰치 GE 전 회장이 GE를 세계
최고로 만든 것은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라는 단순한 제목이었다. 그는 이를 바탕
으로 혁신적인 경영전략을 펼친 인물로 유명하다. 고치다가 안 되면 매각하고,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폐쇄했다.
더불어 그는 개혁 대상 기업 선정도 ‘1, 2등이 아닌 사업은 그만둬라'라는 간단한 제목으로 정리
했다. 그의 간단한 제목은 금융, 전자, 중공업 등 우리나라 재벌보다 더 많고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GE가 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이런 강력한 제목을 외치는 그의 얼굴에는 강
한 자신감과 추진력이 묻어 난다. 그런데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은 그가 어릴 적 열등감으로 가득
찬 소년이었다는 점이다.
잭 웰치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거기에 결정적인 신체적 결함이 있었는데, 바로 말을 더
듬는 것이다. 그런데 그를 바꾼 것은 어머니의 한마디였다. “잭, 네가 말을 더듬는 것은 똑똑하
기 때문이야. 누구의 혀도 너의 똑똑한 머리를 따라갈 순 없을 거야.” 그의 어머니가 잭 웰치의
단점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를 내린 것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말 한 마디로 잭 웰치는 이후 모
든 일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멋진 제목으로 인생에 날개를
지난해 봄 SK 야구단 소속 정우람 선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2008년을 시작하면서 자기 인
생의 제목을 바꿨다는 말이 눈에 띄었다.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자'에서 ‘최고가 되자'로 바꾼
것이다. 한편으론 ‘그가 같은 팀 김광현 선수처럼 최고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연말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그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그가 최고가 된 것이다. 다승왕
이나 삼진왕은 아니다. 하지만 중간 계투진에게 주어지는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다. 필
자로서는 다시 한번 제목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올해 안에 해야 할 일, 자신의 직업, 인생…. 무엇이든 좋다. 인생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제목을 붙여 보자. 프레젠테이션에서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한 줄의 강렬한 제목
이 눈에 띄는 것처럼, 자신의 인생에도 멋진 제목으로 날개를 달아 주자.
- 장순욱 / , ,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