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Thirst)
감독 박찬욱
출연 송강호, 김옥빈
개봉 2009, 대한민국, 133분
펑점
이미지 과잉이 만들어낸 낯설고 괴기스러운 파티
박찬욱 감독의 2009년 신작 영화를 이제야 봤다.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어쩐지 손이 잘 가지 않아 자꾸만 밀어두었다가 마침내 보게 됐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서 나오면서 '역시 박찬욱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사용하는 영화 속 색깔들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시각적 미학)을 제대로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고뇌를 보여주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실제로 그 갈등은 그다지 첨예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결국 는 주제 의식보다는 이미지가 영화 전체를 차지한 작품이었다. 강우, 태주, 강우의 어머니의 이미지들이 만들어낸 낯설음과 괴기스러움은 그야말로 이미지들의 잔치라고 말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구조와 물건들의 배치 색깔들. 모두가 자신들의 이미지는 말하는 아우성되는 것이 영화를 보내는 내내 지나칠 정도로 소란스러울 정도였다. 솔직히 조금 과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라는 텍스트를 분석하여 신부의 고뇌와 갈등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러한 비판에 찬성하면서도 동시에 잘못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결코 어떤 의미 전달을 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상현 신부 역할을 송강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기노출 장면을 두고 순교의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인 것 같다. 어찌보면 송강호는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찍은 것 같지가 않다. 는 그가 기대한 것과 같은 숭고한 순교 정신을 담아낸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저 그런 괴기스럽고 모순적인 상황을 이미지화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이미지화가 잘 나타난 텍스트라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처럼 이미지와 주제가 잘 드러난 텍스트에 비해 는 한 수 아래의 영화다. 이미지만으로 승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이 만약 이 영화에서 처럼 사람들의 내면의 고통과 불합리함을 전달하려고 했다면 는 실패다. 신부 상현의 내적 갈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것이 그닥 고통스럽지 않은 데다가 자발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 한 여자(태주)의 유혹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가볍게만 보인다. 순교 장면이라고 말했던 상현이의 강간 미수 장면도 사실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상현이의 태도를 보여줄 뿐이다. 과연 그가 지옥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인가? 그는 그저 자기 자신을 합리화 하기 위해 강간 미수 사건을 일부러 했던 것이다. 때문에 그가 마지막 장면에서 태주에게 지옥에서 만나자고 하는 말은 공허하게만 들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박찬욱 특유의 냄새가 잔뜩 묻어 있는 텍스트이지만 아쉽게도 갈등에 접근하는 자세의 가벼움과 이미지 과잉으로 인한 지나친 낯설음으로 인해 급 영화가 되지는 못했다. 다만 넘쳐나는 괴기스러운 이미지들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것이었고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