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아침.
전날 늦게 잠들었던 나는 아침에 12시가 다 되어 잠에서 깼다.
요즘 들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있어 정말 간만에 늦잠을 잤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요플레 하나를 꺼내들고
당연하다는 듯이 거실 한가운데에 누운 것도, 앉은 것도 아닌 요상한 자세로 앉았다.
리모컨을 들고 티비를 틀자 채널은 YTN에 맞추어져 있었고 방송에는 특보로
‘노 전대통령 서거’라는 헤드라인이 나와 있었다.
“어? 노태우 대통령 서거한거야?”
사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그리 좋아하는 인물은 아니었기에, 그냥 무덤덤하게
요플레 뚜껑이나 핥고 있었다. 그리고 배경화면에는 멀리서 줌으로 당긴듯,
그리 선명하지 않은 영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나와있었다.
예전에 사진에서 봤던 ‘노태우 물러가라’ 느낌의 어깨띠를 두르고
진압군과 대치상황이던 왕년의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떠오르면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 했지만,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 그의 자택에 역대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들도 찾아오는 것이 예의니까..
라고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사인을 들을수록 두개골 골절, 목, 척추, 오른쪽 다리 골절 등
마치 추락사한 사람의 증상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대목,
“봉하바위에서 투신했습니다.”
그 순간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멍하니 티비를 보았다.
한시도, 잠시도 뉴스속보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화가 났고, 도대체가 이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난 부끄럽게도,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반값 등록금에 학교사회복지를 제도화시켜준다는 말만 믿고
전과14범, 어쩌면 이번 일의 궁극적인 원인제공자일 지금의 대통령을 찍었다.
정말 무지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은 나도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민주적인 사람이었던가는 잘 안다.
내가 한때 몸을 담았던 청소년특별회의.
역대 어느 대통령이 청소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우리가 요구하는 내용을 정책에 반영해주려고 했던가?
단지, 전문대를 나왔고, 백수인 주제에 해박한 경제지식을 가졌다는 이유로 잡혀 들어간
미네르바를 보면 노무현정권이 얼마나 민주적이었는지 바로 비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역대 대통령 중에 유일하게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던 사람.
봉하마을에서 어린 아이를 태우고 막걸리 병을 꽂은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보면서
수완이 오빠랑 자탄노(자전거를 탄 노무현)라 했던 일도 생각이 났다.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봉하마을에서의 평범한 농부의 사진들을 보면서
친가,외가 모두 조부모가 없는 나로서는 노무현 대통령 같은 할아버지
있으면 같이 썰매도 타고 막걸리도 같이 마시고 진짜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오늘,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나는 또 한번 울어버렸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떠나 정말 인간적이었던 사람.
정말 잘 알던 사람 하나가 떠나간 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난다.
악수한번 해본 적 없고, 얼굴한번 본적도 없는데 이렇게 눈물이 흐르고 슬퍼지는 걸 보니
노무현 대통령, 참 괜찮은 사람이었나 보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인가? 3학년때인가?
김일성주석이 사망하고 난 후 북한 주민들이 수령님상(?)앞에서 목놓아우는 모습을 보면서
‘아~저거 다 구라야, 말도 안되. 저거 다 대남방송하려고 연기하는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도 똑같이 흐느끼며 울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디선가 주워들은, 김일성이 북한주민들에게는 괜찮은 통치자였고,
그랬기 때문에 죽음을 슬퍼하며 진심으로 울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 국가보안법 위반인거임;;?? 아씨,, 이거 무서워서 뭔 말을 못하겠네;)
사람들은 정말 나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죽은 사람에 대해 좋은 말을 한다.
좋은 추억을 나누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인정하고, 좋은 기억들을 나누다가,
빈자리는 몇 배가 되어 우리들에게 큰 슬픔으로 돌아온다.
살아생전에 세간에 좋은 대접 크게 받지 못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이제야 나는, 우리 국민들은 당신의 빈 자리를 너무나 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혹시나 들릴까, 혹시나 우리의 애타는 부름을 듣고 돌아올까 목놓아 불러보지만......
잘 안다. 놓아드려야 한다는 것을.
하늘에서 우리나라가 좀 더 당신이 바라던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올해 들어서 나라의 큰 별들이 자꾸만 하느님의 곁으로 가는 것이
걱정도 되지만, 더 높은 곳에서, 더 넓게 보기위해 생각하자.
그리고, 좀 더 똑똑한 국민, 좀 더 정치적 양심을 지니는 국민이 되어
역사에 이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내 아이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무지하면 결국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