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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이 되지 못했더라면 또라이가 되었을지도 모를 감독의 영화 <박쥐>

이주연 |2009.05.26 15:35
조회 275 |추천 0

 

* 스포일러 있음 *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소재는 항상 파격적이다.

근친을 다룬(하기야 첨부터 근친은 아니었지... 알고보니 근친이었던) 올드보이나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부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까지.

 

그의 영화들을 보면 항상 붉은 피빛으로 덧칠이 되고

비릿한 피의 냄새가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제목에서처럼 영화 "박쥐" 도한 그 유혈낭자한 피의 행진이

진행되는 영화다.

카톨릭 신부가 잘못된 수혈로 뱀파이어가 되고,

지옥에 같힌(알고보면 그닥 지옥이랄 것도 없는 그녀의 주관으로 만들어진...) 친구의 부인을 만나면서

치정으로 얽히는 관계의 멜로.

 

처음에는 사전정보 없이,

종교계가 가만히 있을까.............. 걱정을 하리만치

뱀파이어 신부와 친구의 마누라간의 간통이라는 소재는 윤리의식을 파괴하는 행위였다.

 

정작 영화의 뚜껑을 열어보면

그다지 충격적인 간통도,

섬뜩한 치정도,

절절한 사랑의 멜로도 없다.

 

불의의 사고로 욕망에 눈을 뜨게 되며

살기위해서든 기호의 변화든간에 피의 맛에 길들여져 가면서도

링거 빨대 이상의 흡혈은 하지 않는

착한 뱀파이어와,

어리버리한 남편과 뚱한 시어머니 사이에서

야밤에 맨발로 뜀박질 하는 일 말고는 아무런 탈출구가 없던

스스로 자신이 만들어놓은 지옥에서 걸어나올 힘 조차 없는

무기력한 여인의

격정적인 섹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영화든 그 영화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욕구는

물론 바보같은 짓일 수도 있다.

이 영화가 흘러가는 플롯이나, 스토리나,

혹은 이 영화가 주려는 감동이나 요점따위를  찾아내려고

집착하는 것은 바보같거나 혹은 멍청한 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 짧지 않은 상영시간동안

나의 뇌는 그저 멍~ 했을 뿐이다.

 

 

상현이 부는 피리 사이로 흘러넘치던

포도쥬스 빛깔의 각혈의 넘침과

적절한 시기에 피를 공급해주지 못하면 이내 돋아오르곤 했던

꽈리모양의 피부발진들.

그 모양들을 쓰다듬으며

코흘리는 멍충이 남편 곁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순진한 하나님의 사도를 꼬셔내려던 팜므파탈의 여인.

 

결국 사랑일 것처럼 서로를 탐닉했지만,

정작........

상현은 "간음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명은 어길 수 있어도

"살인하지 말라"는 계율은 지키고 싶었을 뿐이고

종교가 없는 태주는

뱀파이어가 되어 마음껏 살인과 간음을, 그리고 초능력을 누리며

스스로의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고.

 

비록 흡혈귀지만 착하게 살고 싶었던 성직자 상현은

비록 서민이지만 무소불위의 초능력을 활용하고 싶었던 요부 태주와 함께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을 뿐.

 

삶에 대한 집착으로 자동차 트렁크에 숨고,

자동차 밑바닥에 숨어가면서

어둠의 존재가 되고 싶었던 태주와는 달리

더이상의 살인도, 더이상의 피도 거부한 상현의 손에 이끌러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검게 타오르던 최후.

 

 

 

영화 내내

어디선가 무의식속에서 흘러나오던 피냄새는

태주와 상현이 남편을 수장시키고 철퍽거리는 습기속에서의 정사씬처럼

눅눅하고 불쾌한 것이었다.

 

괴팍한 엄마로 나오던 김해숙은

무한도전의 상꼬맹이, 하하의 엄마 "융드옥정여사"와 너무 닮은 모습이어서

슬몃슬몃 웃음이 치밀어 올랐고

코를 질질 흘리면서 침을 똑똑 흘리면서 물기를 흠뻑 적시고 있던

신하균의 어눌함은

혀짧은 킬러였던 "예의 없는 놈"의 일부분이었다.

 

시대를 관통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주류였던

송강호 역시

이번 영화에서 비록 성직자이나

욕망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50cm짜리 쇠자로 자신의 허벅지에 피멍을 내는,

그러면서도 링거줄을 통해 흘러나오는 혈액을 빨아먹는

소극적인 뱀파이어의 연기로 한몫을 해 냈다.

이따금 실소를 자아내는 그의 나사 하나 빠진 신부님연기.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것은 김옥빈이다.

초반, 낡은 골덴 조끼위로 삐져나오던 오리털을 날리기에 열중하던

발바닥에 굳은 살 박힌 늘어진 촌부에서

남성의 정액과 불특정다수의 혈액을 섭취함으로써

백옥같은  피부의 여신으로 환생하는 모습.

그 모습의 변화와 더불어

점점더 독해지고 카리스마를 갖추게 된 김옥빈의 눈빛.

 

올드보이에서 강혜정도 그랬고

복수는 나의 것에서 배두나도 그랬고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도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 "박쥐"에서는 그 아리따운 복수의 화신이 김옥빈의 몫이었다.

 

딴 생각이지만, 그리고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박찬욱 감독은 살짝 롤리타 컴플렉스가 있어보인다.

최민식과 강혜정의 조합, 송강호와 김옥빈의 조합.

이 두 커플의 조합에서 교복입은 여성성에 대한 동경을 보았다면 나만의 오바인것일까.

 

 

암튼...........

박쥐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칸에서 또다른 쾌거를 이룩했다는 평을 보면서

한가지 내린 결론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쟁이가 되지 않았더라면

분명 이시대의 또라이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이 사람의 이 독특한, 자신만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장치가

영화였기 망정이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홀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게 된다.

 

사족:

개봉전부터 회자되던 송강호의 노출씬.

중년의....... 몸짱도 아닌 것 같아보이는 그의 노출씬에 대해  그다지 흥미로움도

궁금증도 없었건만

막상 영화 상영시간 내내

섹스장면이 나올때마다

어디서 보인다는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다비드처럼 깍아놓은 듯한 몸짱도 아닌담에야,

근육으로 탄탄하게 무장된 남성성의 화신이 아닌담에야

그의 성기노출이 굳이 필요치 않을텐데...

양조위도 아니고, 섹스 앤더 시티의 모델남도 아닌데

왜 그의 노출신이 화제가 될까...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태주와 상현의 정사장면만 나오면

침을 꼴깍 삼키고 집중을 하게 되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을 앞두고

엄한 장면에서 노출이 되기는 했지만,

뭐 그닥 인상깊지는 않았다.

송강호님, 지못미.

(하긴, 어땠어야 인상깊은건데? 라고 물으면 딱히 대답을 할 수가 없긴하다.)

 

네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성경의 글귀처럼

특A급 영화배우의 노출씬에 현혹되는 일은

나 이외의 다른 관객들은 없기를 바랄 뿐.

ㅋㅋㅋ 난 이미 다 봐버린 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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