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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내면서

김한솔 |2009.05.30 10:59
조회 37 |추천 0

저는 당신이 청문회 스타가 되었을 때, 아직 막 걸음마를 떼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3당 합당에 반대하며 몸을 던질 때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2002년, 당신이 인터넷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 때에도, 저는 이 나라에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시 미국에서 초등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고, 당신의 존재 자체를 몰랐습니다.

 

제가 당신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어느 날 저를 뒷좌석에 앉혀놓은 부모님께서 이야기하시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한국에 난리 났다더라. 탄핵한다고 시위한다더라.

 

6학년이던 저는 한국어 “탄핵”의 뜻을 몰랐습니다. 저는 탄핵의 의미를 부모님께 물어보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탄핵을 하는데 왜 사람들이 시위를 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에서 몰아내려고 하니까, 국민들이 자기가 뽑은 대통령 지키겠다면서 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것이 제가 당신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때입니다. 정치, 그것도 바다 건너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저로서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지켜주려 하는 대통령. 광화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밝힌 촛불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 국민들이 하나 되는 것을 본 저는 당신을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게 되었고, 당신의 나라 저의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해, 저는 한국에 돌아와 살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말, 저는 3권분립의 원칙, 대통령 제도에 대해 더 자세히 배웠습니다.

 

그 다음 해. 2006년. 이 해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어느덧 유행하고 있던 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은 제가 고등학생이 된 2007년에도 계속해서 유행하였고, 모든 사람들이 무슨 일만 있으면 생각 없이 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악화되는 경제를 당신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위. 스크린 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었습니다. 저의 부모님께서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불만을 날마다 토로하셨습니다.

 

당신에 대한 저의 첫 인상은 점점 얼룩지어져 갔습니다. 국민들이 지키려 했던 대통령이었지만, 저는 이제 당신을 공공의 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저의 집은 중앙일보를 구독하고 있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을 매일매일 읽는 저는 당신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키워 나갔고 당신이 청와대를 떠날 때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흐르고, 사람들은 당신의 가치를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정의와 당신의 민주주의. 당신이 꿈꾸었던 대한민국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당신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이,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번 촛불은 현직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려는 촛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촛불이 번지면서, 당신은 국민의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욕했던 당신이, 언론과 권력에 의해 얼마나 왜곡된 당신의 모습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욕했던 당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의롭고 정직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행복하고 민주적인 대한민국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우리를 향해, 당신은 농부 모자를 쓰고 단지 웃을 뿐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미소였습니다.

 

그리고 또 몇 개월이 흘러 어느 날. 저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당신이 산에서 추락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9시 30분.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첫 보도를 직접 들었습니다.

 

당신과 아무런 추억도 없던 제가, 당신이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슬퍼하는 사람은 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슬픔에 빠졌고, 일주일 동안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저는 당신을 위해 태극기를 내걸었습니다. 깃대의 반쯤에 걸린 조기였습니다. 등교길. 늘어선 아파트에 내걸린 수많은 태극기를 보면서 저는 눈물을 참았습니다. 흰 태극기가 펄럭이며 당신을 배웅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엉엉 울었습니다.

 

저의 몸은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앉아있었지만, 마음은 서울 시청 앞에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통령이 가시는 걸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수업 대신 당신의 가는 길을 보여주신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같이 눈물을 삼켰습니다.

 

서울 역 앞. 시민들은 일제히 당신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안녕히 가세요”를 외쳤고 눈물로 서울을 적셨습니다. 저는 또 눈물이 목에 왈칵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신은 승리하셨습니다.

 

기득권 세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는 꿈을 실현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약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품어주셨습니다. 강자에게 강했고 약자에게 약하셨습니다. 당신은 정의를 믿었고, 민주주의를 믿었습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국민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이 결국은 국민을 울리고 대한민국을 흔들었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당신은 강자에 승리하셨습니다. 당신을 이용하려던 강자들은 오히려 당신에게 엄청난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숭고한 정신과 경이로운 승부에, 당신은 영정 사진 속에서 웃으셨습니다.

 

 

 

 

5000년 단군 이래 우리는 훌륭한 지도자를 몇 보지 못하였습니다. 광개토대왕.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현대사에 접어들면서 훌륭한 지도자를 찾아보기란 더욱 어려웠습니다. 강자는 늘 강했고, 약자는 늘 약했습니다. 침략을 당하고 광복을 하고 산업화를 하고 민주화를 이루어도, 약한 자는 항상 강한 자의 아래에서 비참한 삶을 살았습니다. 약한 자를 지켜주는 지도자는 없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영웅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당신은 정의를 위해 싸웠던 외로운 현제(賢帝)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백성을 사랑한 임금이셨습니다. 당신은 민주주의를 지킨 수호자였습니다. 강한 자들에 맞서 싸운 영웅이었습니다.

 

당신이 없는 대한민국은 외롭습니다. 우리는 영웅을 잃었습니다. 밤 하늘에 별 하나를 잃었습니다. 우리는 어두운 밤 거친 파도를 비추어주던 등대를 잃었습니다.

 

국민은 오늘 당신을 마음 속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믿었던 대한민국을 새겼습니다. 저 또한 당신의 대한민국을 마음 속 깊이 새겼습니다. 당신이 믿었던 대한민국을 저도 믿습니다.

 

국민들이 당신의 신념을 알았습니다. 언론에 의해 조작된 당신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 당신이 추구했던 그 모든 가치. 국민들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았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그것들을 지키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당신은 아직 살아계십니다.

 

무서운 어둠을 먼저 헤쳐 나가던 당신의 그 정신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강한 자에 맞서 싸우는 당신의 그 정의가 우리를 울렸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정신을 잊지 않는 한, 당신은 살아계신 것입니다.

 

 

 

당신을 보내며, 당신이 꿈꾸었던 대한민국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왜 눈물을 이렇게 흘려야 했는지 생각해보고, 2004년, 제가 당신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국민들이 촛불로써 무엇을 지키려고 했었던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당신은 영웅이었습니다. 이 시대, 우리의 영웅. 위인. 역사였습니다.

 

당신의 유골이 담긴 작은 상자를 바라보며, 당신을 기억합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도, 우리 마음 속에는 평생 살아계실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의 서스럼없는 그 모습을, 평생 간직할 것입니다.

 

행복한 곳. 좋은 곳 가시기를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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