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회가 개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 가지 강한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국민들은 왜 속는가?
파생되는 몇 가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나라당은 의원들은 MB가 주도하는 개정 법률안들이
정말 진심으로 대한민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거라고
생각하는가?
국민들을 오도하는 '경제 살리기'라는 사탕발림의 술수는
언제까지 효과를 보일 것인가?
어째서 스스로의 지위를 무너뜨리는 MB법안에 찬성하는
부동의 30%가 존재하는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60%는 법조인이다.
그런데도 6월 국회에 상정될 예정인 통신비밀보호법, 집시법, 정보통신망법, 언론법등에 내재되어 있는 위헌요소를 정말로 알지 못하는 걸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알면서도 하는 거라고 봐야 경험칙에 맞다.
그럼, 왜 알면서도 하는 걸까?
어째서 그들은 '경제살리기 법안'이라는 포장재함에
위헌법률 종합선물세트를 집어넣어 국민들에게 강매하면서도
여전히 뻔뻔스러울 수가 있는 걸까?
집시법에 끼워넣으려는 '집단소송제'를 보면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인터넷 악플에 최고 9년형을 부과할 수 있게 되어있는 정보통신망법을 보면 등골이 오싹해 지다가,
도청을 합법화시키는 정보통신비밀보호법에 이르러서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왜 한나라당은 신문사와 방송사의 통합을 허가토록 언론법을 개정하면서, 그것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 따른 것이라고 얼럴뚱땅 둘러대는가? (국민들이 헌법재판소 판시사항을 읽어도 모를거라고 개무시하고 있는 게 다 보인다.)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도 연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 연명 차원을 넘어 입신양명의 길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자들과 한패가 되면 세상살기가 수월하다.
그들의 결집력과 자신들의 이권을 옹호하고자 하는 신념은,
더 이상 체제유지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절대로 중도에 그만둘 수 없어 생고집을 부려대는 북한 지도층만큼이나 강하다.
6월 국회에서 저 법안들이 그대로 통과하면,
분명 위헌시비에 휘말리게 될 것이고, 그나마 이 와중에 정신줄 놓지 않고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인 헌법재판소는 몇 개 법안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며,
그러면 MB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헌법재판소 폐지법률안을 상정할 것이다.
국민주권이란 단어는 감미롭기 그지 없지만, 개념 자체의 정의와는 다르게 국민들 스스로가 쟁취해야만 하는 성질의 것이다.
나에게 권리가 있다. 그런데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
행사하지 않는 권리는 위력이 약해진다. 과연 한번도 행사되지 않을 권리를 추상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나에게 그 권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다가 그동안 행사하지 않던 권리를 어느날 갑자기 행사하고자 하니, 이미 시효가 지났다며 상대방이 코웃음을 친다한들 자기 탓 아닌 남탓을 할 수 있겠는가?
그보다 더 안좋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나에게 권리가 있다. 그런데 나는 그 권리가 있는 줄 모른다. 그리하여 권리를 행사할 확률은 0%이다.
나는 정말 그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왜 부동의 30%는 한나라당과 MB가 무슨 짓을 하던 박수를 치고 있으며, 그 외 60%는 저들이 하려는 일에 수수방관하며 넋을 놓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직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어떤 권리가 주어져 있는 줄 모르고 있으니까,
그 권리가 침해당해도 침해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권리를 행사할 것인가의 자유는 권리를 가진자에게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 권리를 행사해야만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게 한 다음,
행사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형사소송절차에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 하지 아니하고 취득한
피고인의 자백은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한다. 변호인 선임권과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지 않았을 때에도 같다.
이것이 어찌 형사소송절차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겠는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기에 앞서,
그 주권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
그러므로,
나는 중고등학교에 [헌법]이라는 교과목을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경제 살리기'라는 얄팍한 술수가 빛을 발하고,
우리나라 최고 지도층이 국가를 공공연하게 배신하면서도
그 죄적을 들키지 않고 잘 먹고 잘 살아가는 이유는,
그동안 대한민국 제9차 개정헌법에 대한 홍보가 너무 빈약했기 때문이다.
헌법은 국민적 컨센서스다.
입헌주의적 헌법에서 개정이 필요하다거나, 혹은 개정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기술적인 면이 강한 통치구조 부분의 일부와,
사회적 기본적을 더욱 구체화시키는 방향으로의 개정밖에는 없다.
보수진영도, 진보진영도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어느쪽 진영이든지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가차없는 응징이 가해져야 한다. 누구로부터? 국민들로부터.
국민들에게 가지고 있는 권리의 내용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달콤한 말로 국민들은 오도하고, 그렇게 얻어낸 찬성표를 국민 전체의 뜻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적정절차 위반이다.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여러 교과목들 중 일부를 '선택과목'으로 돌려서라도 [헌법]을 가르쳐야 한다.
음악, 미술, 가정, 기술, 체육, 제2외국어등의 교과목들은 취향에 따라 학생들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게 자율화시키고,
(나는 국영수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입장이지만,
그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그 대신 역사, 철학, 헌법 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특히 헌법 교육은 시민들이 스스로 일구어낸 민주사회의 소중한 유산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그것은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적 방어권'을 부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최소한 헌법재판소 판례의 기본취쥐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이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의심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갖출 정도,
국회에서 논제가 되고 있는 법안들이 정말 '경제살리기'를 위한다는 한마디로 합리화가 가능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헌법]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한번도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었지만,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의문을 품을 만한 능력과 여유가 안됐지만,
왜 학교에서는 우리들에게 헌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던 걸까?
어떻게 생각하면 국어를 제외한 다른 모든 교과목보다도 중요한 것인데 말이다. (국어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현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국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가장 훌륭한 무기이자,
바람막이이자. 안경이 되고,
보청기가 되어야 하고, 목발이 되어야 하는 헌법이
고급지식에 속해 접근성이 떨어져서는 안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그 무엇을 알아야만 한다.
무엇을 알게되면, 무관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면, 최고 권력자라도 혼자 날뛸 수 없게 된다.
권력을 가진 자가 국민을 두려워 할 때, 진정으로 올바른 정책이 세워지고, 국가 전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우선은, 알아야 한다.
배우고, 익히고, 사용하자. 우리가 가진 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