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친구'로 불리우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과연 이명박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인가?
천신일 회장이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천 회장의 경기도 땅을 피하기 위해 송전탑 선로를 변경해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최근 발행된 월간 <신동아> 5월호는 "총신대학교측에 의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천 회장 땅을 우회하도록 송전탑 선로가 변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특히 청와대가 한국전력공사(한전)로부터 '천신일 땅' 문제를 보고받은 뒤 천 회장 쪽에 유리하게 선로가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핵심실세인 이상득·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도 '천신일 땅 문제'와 관련 한전측과 수 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권력형 특혜'로 번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전측은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땅 지주의 민원을 정당하게 처리해준 것일 뿐"이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천 회장은 '박연차 게이트'의 주역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았고, 박 회장의 구명을 위해 이른바 '박연차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천 회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노무현 정부에서 1차 송전탑 선로 변경... 천신일-박연차-노건평 인맥 연결
한전은 지난 2004년 8월부터 경기도에서 '76만5000V 신안성-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벌여왔다. '수도권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수도권 서부지역 정전사태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다음해(2005년) 8월 '신안성-신가평 송전선로' 설계안을 결정했다.
이 설계안에 따라 송전탑 선로를 건설하게 되면 '아주 특별한 땅'을 지나게 된다. 천신일 회장 등 8명이 공동소유한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양지리'의 임야 40만203㎡(12만여평)이 그 땅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6월 최초 결정된 설계안은 갑자기 변경됐다(1차 변경).
정훈택 총신대 총장권한대행은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원래의 설계안에 따르면 송전선로는 천 회장 소유 임야의 남쪽 하단부에 걸친다"며 "그런데 2007년 6월 4일 원래 설계안이 변경(실시계획변경신고 수리)되어 천 회장이 허락한 가장자리로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 권한대행은 "천 회장 땅을 빙 둘러가도록 설계가 변경됨에 따라 송전선로의 길이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되었고 현저하게 굴곡이 생겼다"며 "전력누수도 많아지고 송전탑 추가건설로 10억원의 국고가 더 축난다"고 주장했다.
송전탑 선로를 변경함에 따라 천 회장의 임야를 우회하게 되면서 당초 계획된 송전탑은 41·42기에서 41·41-1·42기로 늘어났다. 이에 "천 회장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공익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 회장은 친형제처럼 지내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통해 노무현 정부쪽에도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와 아주 가까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MB 정부에서 2차 설계변경... "천 회장이 권력과 가까워 가능한 일"
그런데 천 회장의 땅 문제 때문에 또 한번의 송전탑 선로 변경이 이명박 정부에서 이루어졌다(2차 변경). 2007년 6월에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8월에는 38·39·40기 송선탑 선로가 변경된 것. 이를 두고 두 정부에 걸쳐 '천신일 파워'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전측에 따르면, 천 회장은 문제의 임야 한 가운데에 레슬링 훈련장을 세우겠다며 한전측을 설득했다. 하지만 천 회장은 한전측에 건물 조감도만 보여줬을 뿐 조성시기나 투자금 마련 방안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측은 송전탑 선로를 변경해주었다.
정훈택 권한대행은 "(2차 설계변경으로 인해 송전탑 선로는) 천 회장의 임야에 더 우회했고, 마을에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며 "학교 바로 앞에 1기는 100% 완성됐고, 또 다른 1기는 80% 지어졌는데 전기가 흐르기 시작하면 대학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정훈택 권한대행은 "특히 송전탑을 추가로 짓는 건 한전에 큰 비용부담으로 돌아가는 일"이라며 "특정 지주의 땅을 우회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총신대 허경 목사도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10년 전 정부가 합리적으로 잘 결정해놓은 송전 노선이 왜 갑자기 바뀌는가"라고 물은 뒤 "천 회장이 권력과 가까웠던 사실이 이런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권력 특혜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허 목사는 "해당 임야는 공동소유로 되어 있지만 송전선로 문제는 천 회장이 주도했다"며 "우리와 논의를 벌일 때도 천 회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두 차례에 걸친 송전탑 선로 변경으로 인해 천 회장 땅의 가치는 크게 높아졌다. 천 회장이 계산한 땅값은 3.3㎡(1평)당 12만5000원으로 총 15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곳 임야의 공시지가가 3.3㎡당 1만8000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무려 7배나 높은 가격이다.
인수위·청와대·이상득·정두언 등 권력 핵심층이 개입?
그렇다면 어떻게 송전탑 선로 변경이 가능했던 것일까?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권의 권력 핵심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 이상득·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이 '천신일 땅 문제'로 한전측과 접촉했다는 것.
실제 대통령직 인수위는 지난해 1월 한전측으로부터 천 회장의 용인 땅 문제와 관련된 설명을 들었고, 청와대는 같은해 4월 23일 한전으로부터 천 회장 땅의 송전탑 선로변경 문제를 보고받았다.
<신동아>에 따르면, 한전의 한 관계자는 "한전 본사와 충북 제천 소재 중부계통건설소(천 회장 땅 부근 송전선로 공사 담당부서)의 간부들이 청와대로 가서 총신대 측 반발 등 천 회장 땅 문제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한전이 청와대에 보고한 지 4개월이 지난 2008년 8월 송전탑 선로 변경(2차)이 이루어졌다. 한전측은 "청와대는 보고를 듣기만 했고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권력의 힘'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이루어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도 천 회장의 땅 문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을 지낸 길자연 칼빈대 총장이 이 의원에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고, 올 1월께 한전으로부터 수차례 천 회장 땅 문제 보고를 받았다는 것.
또한 한전의 한 관계자는 "정두언 의원에게도 천 회장 문제를 보고했다"고 말했다고 <신동아>는 전했다.
한편 천 회장은 2차 송전탑 선로 변경이 이루어진 직후인 2008년 8월 26일 총신대측에 보낸 편지에서 "저희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송전탑 이전(원상 복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