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사물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듯이, 우리가 아플 때 사용하는 약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약을 바르게 사용한다면 치료효과를 볼 수 있지만, 반면 부적절한 복용은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병의 치료 외에 예방, 경감을 위한 것도 약물사용의 기대효과에 속하기 때문에 일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약을 먹지 않거나, 연고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약물을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 열 가지를 모아봤다.
◆ 약은 당연히 식후에 복용한다?
복용에 관해 별다른 설명이 없을 때 우리는 약을 식후에 복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식후에 복용하면 효과가 약화되는 것뿐 아니라 아예 약물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보통 위장관 운동 조절제(domperidone, metoclopramide), 이담제(Galle-donauⓇ), 식욕촉진제(TrestanⓇ), 위궤양치료제(sucralfate, DenolⓇ, cetraxate) 등의 경우 식사 30분 전에 복용해야 한다.
또한 성인들이 많이 갖고 있는 질병 중 하나인 당뇨병의 치료약물(주로 혈당강하제)은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식전 복용약물 외에도 식사 직후 복용약물과 식사와 무관하게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하는 약물 등이 있으니, 자신이 복용하는 약물의 사용법을 잘 모르는 경우, 꼭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하여 정확한 약물복용 방법을 알고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약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얼마 전, 케이크류의 유통기한 허위표시로 인해 먹을거리 유통기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과자, 우유 등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시 하면서도 정작 약의 유통기한 확인에는 소홀하다. 우리 몸에 식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품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먹는 약에 사용기한이 있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연고류, 안약 등에도 사용기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연고류나 안약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약물학적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약물의 사용기한 확인을 위해 약물은 포장용기(겉 상자)에 넣은 채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약물은 포장용 박스의 겉면에 사용기한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고류의 경우, 박스와 함께 보관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개봉시 연고류의 겉면에 잘 지워지지 않는 필기도구로 사용기한을 표시해둔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항생제 건조시럽의 경우 사용기한이 짧은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Erythromycin 경구용 현탁제(suspension)는 조제 후 약 10일이 경과하면 폐기해야 하며, penicillin 경구용 suspension은 14일이 지나면 버려야 한다.
간혹 처방약을 남겨두고 나중에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면 그 약을 다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용기한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절대로 사용 후 남은 약은 보관하다가 재사용하지 말고 모두 버려야 한다.
◆ 간질환, 신질환은 꼭 말해주세요
의사나 약사로부터 약물을 처방받거나 조제 받을 때, 특이질환이나 다른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꼭 말해달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환자의 질병상태에 따라 약물작용 발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 뿐 아니라 이미 복용중인 다른 약물로 인해 약물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거나, 반대로 과도한 활성을 나타내 위험할 수 있다.
임산부의 경우 태아에게 영향을 주는 약물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임신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질병을 가진 환자는 그 질병 혹은 복용중인 약물에 관해 말하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은 각각의 제제가 단일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상호작용으로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신기능이나 간 기능이 안 좋은 경우 약물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처방을 받을 때에 의사에게 자신의 병과 복용중인 약을 꼭 말하도록 하자.
◆ 아프거나 불편한 증상이 없어졌으니 마음대로 복용을 중단한다?
간혹 약을 복용하고 있다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병적 증후가 나타나지 않으면 약의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 병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약물을 더 이상 먹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 자신이 느끼는 증상이 없어져도 복용을 지속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천식 치료용 흡입제나 고혈압 치료용 약물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처방받은 약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항생제의 경우 특별한 이상반응이 없는 한 처방받은 양을 모두 복용해야 한다.
◆ 약은 항상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화장품, 식품은 무조건 냉장고에 보관해야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간혹 약물 또한 무조건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약물은 따로 규정이 없다면 실온(섭씨 1~30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즉 실내의 건조하고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면 되는데, 차광보관 혹은 냉장보관이 필요한 약물의 경우에는 따로 구분하여 적당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 약제를 원하는 대로 분할해 먹는다?
진통제를 먹을 때 간혹 내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임의로 용량을 조절해 약제를 쪼개어 먹는 경우가 흔히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원래 약물 투여를 통한 기대효과를 가져올 혈중농도가 불충분하여 효과가 잘 발휘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장용피정(entero-coated tablet), 서방정(sustained-releasing tablet) 등과 같은 방출조절 제제는 임의로 약을 쪼개면 체내 흡수되는 약물의 농도조절 기능이 파괴되어 기대하는 효과를 못 볼뿐더러 부작용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서방정’이라고 표시된 약제뿐 아니라 일반 정제도 가급적이면 환자가 임의로 쪼개지 않고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우유와 철분제는 항상 상극이다?
임산부들의 경우 철분보급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흔한데, 철분보급제를 복용할 때는 우유나 기타 유제품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이는 우유속의 칼슘이 철분의 체내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분보급제의 종류에 따라 우유 및 유제품과 함께 먹어도 괜찮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철분보급제 외에도 항생제(tetracycline 등)도 우유와 함께 먹으면 칼슘이 항생제의 작용을 방해해 약효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그 외에 일부 감기약, 변비약, 제산제, 소화제도 우유와 함께 먹어서는 안 되는데 이는 약의 유효성분이 우유의 칼슘과 결합해 흡수되지 못하고 체외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반면 부신피질 호르몬제(prednisolone, cortisone acetate 등)는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우유 혹은 음식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등 푸른 생선은 항상 좋다?
등 푸른 생선, 유제품은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권장식품에 속한다. 하지만 결핵 치료제를 복용중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핵 치료제인 isoniazid를 복용할 때 등 푸른 생선, 유제품 등과 함께 먹으면 두통이 생기거나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낄 수 있다.
Isoniazid가 아미노산인 티라민(tyramine)과 히스타민(histamine)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티라민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는 치즈, 요구르트, 소시지, 건포도, 초콜릿, 간장, 두부 등이 있으며, 히스타민은 등 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므로 결핵약 복용중이라면 이런 음식을 가급적 피하도록 하자.
◆ 약은 물과 함께 복용
간혹 물이 없을 때 과일주스와 함께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약물의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Amlodipine, nifedipine등의 고혈압 치료약물과 simvastatin, lovastatin등의 고지혈증 치료제는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심한경우 독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수산화알루미늄 겔 등의 제산제를 복용할 때 오렌지 주스는 피하는 것이 좋다. 오렌지 주스를 먹으면 알루미늄 성분이 체내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일주스나 콜라는 위의 산도를 높여 제산제의 약효가 효과적으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 따라서 약은 특별한 지시사항이 없다면 물과 함께 복용하도록 하자.
◆ 태양 빛을 피하고 싶어서?
몇 년전 유행했던 노래 중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노래가 있다. 약물 중에 이 노래가 어울리는 몇 가지 약물이 있다. Tetracycline, sulfonamide, gantrisin, aminophyllin, diphenylhadantoin, azo-compound 등의 약물을 복용할 때에는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햇빛에 피부가 민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약물을 복용할 때에는 외출 시에 가급적 긴 소매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이외에도 약물을 복용할 때에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있는데, KFDA(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내 약물복용정보방(http://medication.kfda.go.kr)에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어린이, 임산부, 수유부, 어르신의 약물복용 십계명뿐 아니라, 약물별 음식과의 상호작용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