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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콤 쌉싸름한 일상의 이야기 3화 <고라니 보고 놀란 가슴>

이용현 |2009.06.07 13:38
조회 402 |추천 0
 

살콤 쌉싸름한 일상의 이야기 3화

제목: 고라니 보고 놀란 가슴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하는데 전 감기가 걸렸습니다. 전날 밤부터 코물을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졸졸졸 멈추지 않고, 뜨거운 몸은 방전된 건전지 같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미사를 마치고 동기에게 감기약을 얻어먹은 뒤 저는 9시 즈음해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살면서 어떤 상황이 닥쳐도 낮잠은 잔 적이 없던 저였지만 무지하게 독한 감기는 저를 잠자게 만들었습니다.

  뜨거운 몸과 무거운 머리 저는 자고, 자고 또 잤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더 자고 싶었지만 허리가 배겨서 더는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 시간은 오후2시였습니다. 잠잔 시간이 아깝다고 여겨지기는 했지만 그세 멈춘 콧물과 덜 무거워진 머리는 저의 그런 생각을 날려버렸습니다.

  방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이렇게 방에 있는 것 보다는 나가서 땀을 흘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운동 종목은 등산! 학교 뒤에 있는 진강산을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옷을 주섬주섬 차려입고 천천히 한발짝, 한발짝 오르다 보니, 이마에는 송글 송글 땀이 맺히고 마음은 좀더 여유로워졌습니다.

  정상에 올라 몸에 난 열도 식히고 개운해진 것 같은 몸과 마음은 등산오기 참 잘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상의 여유를 만끽 한 뒤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등산이 몸에 무리를 주었는지 한발 한발 내딪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얼마만큼 내려왔을까 힘이 들어 잠시 자리에 앉아 쉬게 되었습니다.

  자리에 주저앉아 땅바닥에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낙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등 뒤로 말발굽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속 숲풀이 우거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리는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는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는데 뭔가 빠르게 좀 더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얼마 뒤 제 눈앞에는 고라니 새끼 두 마리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저는 온힘을 다해 “으악!∼∼∼∼”하며 소리를 질렀고 저보다 더 놀란 것 같은 고라니 새끼들은 제 앞에서 90도로 방향을 들어 달려갔습니다.

 

  저는 고라니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지금은 하산하여 글을 쓰고 있지만 그 당시는 지금 생각해도 참 웃깁니다. 이 글을 마치며 마음속에 아직도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저를 보고 더 놀랐을 고라니입니다. 뭐가 그리 놀랄 일이라고 롤러코스터를 탄 아이처럼 소리를 질렀는지...참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나지막이 이야기 합니다. 고라니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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