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은 '모성'이라는 에너지가 극단으로 치닫게 될때
일어나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남성들이 주도한 인류문명사 가운데
최고의 결과물을 꼽으라면 '모성애'가 아닐까 한다.
여성의 본능=모성이라는
강력한 의식혁명이 있었기에
인류는 종족을 유지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식을 낳아 직접 길러야 하며
끝없는 사랑과 희생으로 모든걸 감수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즉 모성애라는 개념이 등장한 시기는
놀랍게도 원시의 동굴이 아닌
불과 200여년 전으로 비행기,자동차와
탄생시기를 같이한다.
이처럼 짧은 시간안에
'인간의 가장 순수한 본능'으로 역진화한 인류 발명품은
흔치 않다.
감독이 말한 '모성의 극한'이라는 것 역시
결국은 모성신화에서 출발한 것일테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모성본능, 과연 인간의 가장 순수한 본능일까?'
라는 감독의 화법이 마음에 들었다.
삶의 짐이 무겁다는 이유로 어린 아들에게 농약을 먹여
동반자살을 시도하고
억울하게(?)살인 누명을 쓴 모자란 아들을(농약 후유증-,.-)
빼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모성일까?
자기 새끼를 배불리 먹이기 위해 남의 새끼의 숨통을
끊어야 하는것이 짐승의 모성인 것 처럼
모성은 성모마리아의 자애로움이며
동시에 짐승같은 포악함이다.
김혜자가 아들대신 잡힌 용의자(정신지체 소년)와
구치소에서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부모님은 있니?"
"......"
"엄마...없어?"
그리곤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 이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엄마가 없다는 것, 나를 위해서라면 반쯤 돈 사람 마냥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약육강식 자연의 법칙대로라면
어미가 없는 새끼의 운명은 곧 죽음을 뜻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지금껏 우리가 의심치 않던
'자애로운 모성'이라는 집단가치를
진도7.1의 충격으로 흔들어댄다.
어쩌면 이러한 '모성배반'이 주는 낯설음이
영화 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