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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김수진 |2009.06.12 00:05
조회 179 |추천 0

아무래도 난..

타임머신을 타고 난 다시 열여덟으로 돌아간 것 같다.

 

휴.. 내 글을 읽는 한국독자들을 위해서 왜 내가 다시 열여덟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해서 길고 긴 설명이 필요함을 느낀다.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미쿡 교육제도를 고대로 갖다가 베낀 한국의 학제와 아주 많이 다르다. 학제는 아주 세부화되어있으며,

입학은 그럭저럭 쉬울지 모르나, 졸업시험이 국가에서 실행하는 디플롬시험을 통과해야만 졸업증을 받을수 있다. 참고로 한해 디플롬 합격률은 아주 잘해봐야 전국 60프로를 넘지않는다.

 

초,중,고를 합쳐 1년이라도 꿇게 되면 우리나라는

그건 병신이거나, 개 날라리라 소년원 들어갔다오셔서 그런지 모르겠다라고 하지만, 프랑스는 3살부터 학교를 다니기 시작, 학,석,박사과정까지 전체평균을 못넘기는 점수는 학교로부터 꿇으라는 면담이 정해진다. 우리나라같으면 꿇는게 왠말이냐? 난리난리가 났겠지만.. 여긴, 학생들이 알아서.. 이번 수업은 너무 어려워서 잘 이해하지 못했어. 1년을 더하게되면 나아지겠지하면서 알아서 꿇는다.

빨랑빨랑 대충으로라도 해서 졸업이나 하고말자라는 식보단,

좀 늦어진다해도 충분히 다 이해가 된 상태만이 졸업시험에 준비가 된거라 믿는 식인것이다.

 

서론이 길어졌다..

암튼, 나는 현재 바깔로레아이후 BTS 상경계열 과정에 있으며

(BTS과정은 프랑스에만 존재하는 과정이기에 설명하기가 어렵다.

간혹, 컬리쥐=전문대쪽으로 비교되거나 캐나다의 씨젭과정(예비대학교과정)과 비교되는데 이건 확실한 오.류.임을 알려둔다.

BTS과정은 전공에 따라 2년 내지 3년과정으로 나뉘고,

BTS 취득자는 IUP혹은 대학교에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리상스"라는 단, 1년과정을 더하게됨으로써 학사학위를 받는다. 빠른기간내의 학사취득이나 이수해야하는 학과시간과 인턴쉽시간은 실로 엄청나다.)

이 과정은 국립과 사립으로 나뉘는데 국립의 경우 간호사과정을 제외하고 고등학교내에 설립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립의 경우 사립자체의 건물로 설립된다.  

(이야기가 점점 본론에 가까워져 간다. 얏호~)

난 국립학교를 들어가게 되었고, presles이란 이름의 고등학생들과 한 교문을 들락날락거리는 사이가 되었던것이다.

 

전번에도 말했듯이, 학교전체를 통털어 아시안은 딱 이 몸 하나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왜 난 BTS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대학교에 들어갔더라면 외국인들도 많고 수업도 그렇고..

좀 널널하게 살수있었을텐데..

초반엔 그랬다..

얏호~ 나 혼자 외국인이닷 음훼훼훼.. 불어좀 늘겠는데~

했었다;;;

 

엄.청.난. 착각이었다.

흰 뭉게구름마냥 떼거지로 뭉쳐진 흰 양떼를 아는가?

그곳에 검댕이 양쌔끼 한마리가 요리 끼지도 못하고 조리 끼지도 못하고, 숨고는 싶은데 숨을수록 더 튀는 검은 양새끼 한마리.

그게 나였다...

 

나?

좀 많이 다이나믹하시고, 좀 많이 활발,명랑하시고, 수줍음이 너무 없으시고, 외국 왠만큼 다녀봐야할 만큼 다녀봐주셨으며, 흰둥이, 검댕이, 아랍까지 골고루 친구들도 사귀어봐주셨다.

인간 김수진.. 늬들도 알잖아? 앙?!

 

이랬던 내가.. BTS과정에 들어간 지난 2년동안 얼마나 좌절했는지.. 아는 사람 몇 없다.

 

연일 빡쎄게 소화시켜야만하는 엄청난 수업량.

불어 어학연수 6개월만에 뛰어넘기엔 너무 힘든 양이었다.

A4용지만한 전공서적 한페이지 읽는데 거짓말안하고 4시간걸렸다.

법 수업은 한페이지 읽는데 가뿐히 6시간도 넘기기도 해봤다.

30분만에 지문 하나 읽고 3가지 질문에 답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똑같은 걸, 난 날밤을 새야만 했다.

힘든건 동기들도 마찬가지였다. 쌓여있는 과제들로 기본 새벽까지 과제하다가 매일 아침 8시부터 수업에 두눈 뻘게져오는 동기들이었다.

동기들간의 가벼운 농담따먹기에도 난 전혀 웃을수가 없었다.

무슨말이었는지 전혀 감을 잡지못했으므로..

프리젠테이션 수업이 있을때마다 내 신경은 극에 달했다.

매끄럽게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뿐더러 네이티브들 속에서 어쭙잖은 불어를 한다는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말수가 웃음과 함께 줄어들고, 사람들 보는게 무서워졌다.

날 좋은 날, 교정을 걷다가도 날 신기하게 쳐다보는 흰양떼들의 호기심많은 눈빛속에서 난 안절부절을 못하고 땅만 보고 걸었다.

난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푸석푸석 말라가기 시작했다.

 

2학년 진급에대한 엄청난 스트레스와 과제, 시험등으로 날밤 새는게 일이었던..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에 올라간 어느 학기 초,

난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던 게시글을 보게되었다.

 

 

연극??

난 연극팬도 아닐뿐더러 스무살 한국에서 생애 처음 본 연극 원맨쑈는 나에게 최악의 기억을 가져다주었었다.(성혜는 알리라 ㅎㅎ)

흐음.. 연극이라...

 

동아리를 모집하는 날,

나는 무슨 마음으로 갔는지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삐걱..

동아리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때.. 또 한번 모아지는 시선들..

원체 익숙해서... 휴ㅡㅡ;;

엥??!! 담당교수가 나 1학년때 컬쳐 제너럴을 담당하셨던

마스카로 교수님 크학..

나도 크학이었지만.. 마스카로 교수님도 크학함을 나는 봤다..;;;

프리젠테이션을 빼고 내가 입 뻥끗하는걸 못보신 교수님 내가 여기 왔단 사실에 충격받으셨나? 앗차~싶었다.. 괜히 왔구나싶었다..

그리고 연극배우 브르노.

왜 연극동아리에 지원하게되었냐는 질문과 함께 내게 집중되는 시선. 얼굴이 벌게지면서 갑자기 또 긴장되기 시작했다..

발발 떨면서 모기 소리만하게 꿈지럭거리며 어렵게 입을 뗐다..

 

 

어휴.. 등신.. 완젼 머저리같이;;;

자책했으나 소용없었다.. -_-;;

브르노는 "그렇구나..."라고 한마디 해주곤 딴 얘기로 넘어갔다.

아.. 그렇구나.. 발음과 악센트 교정을 위해서 난 연극동아리에 들어갔구나.. 얼렁뚱땅 말해놓고 왜 내가 연극동아리에 들어갔는지 모르는 나를 위해 스스로 합리화시켰다-_-;;

 

매주 화요일 수업이 모두 끝난 17시 15분이면 어김없이 연극수업은 시작되었다.

13명정도의 그룹이었는데 BTS과정은 나말곤 없었다. 전부 고등학교 1,2학년의 학생들. 난 더구나 시험준비와 논문 프로젝트로 무지하게 바빠야할 BTS 2학년. 부끄러웠다. ;;

이건 왠 뼝아리들??이라고 할만큼 아이들은 참 순수하고 맑았다.

뼝아리치곤 아이들의 연극실력은 또한 대단했다.

우리나라 국민학교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배웠을 피아노와 태권도처럼 문화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은 어릴때부터 누구나 하는 그 뭔가의 열풍이 아닌.. 각자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것을 꽤 오랜기간동안 공부한다. 그 분야는 각기 다 달라서 뭔가 대표적인것을 찝으라면 찝을수가 없다. 승마면 승마, 바이올린, 첼로, 산악자전거, 수영, 연극, 춤, 기타등등이다.

내 뼝아리 연극동기들도 그랬다.. 6년넘게 연극을 해오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만큼 실력도 프로급이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8시부터 시작해 17시에나 마치는 그 기나긴 수업동안 꿀먹은 벙어리 김수진은 그야말로 입에 거미줄만 죽죽 치대다가. 매주 화요일마다 뭔가 말해야하는 연극수업은 처음엔 정말 고역이었다.. 난 연기같은거 할줄도 모르고.. 말하는건 행여나 문법이 틀릴세라 더더욱이나 스트레스였다..

난 항상 무표정했다.

딱히 즐거울것도 우스울것도 없었고, 두렵고 떨릴땐 그 내색을 감추기위해 항상 무표정으로 무장했다.

내 연기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브르노와 마스카로는 과연 내가 연극을 할수있을까?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 학기는 흘러지나갔다.

 

졸업시험은 다가오고, 아무것도 준비가 안되었던 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있었다.

진정한 말벙어리로 거듭난 난 병신이 된 기분이었다.

해도해도 따라잡을수 없는 수업과 그동안 죽어라 해온 나의 노력을 전혀 보상하지 않는 점수에 난 이골이 날만큼 나있었다.

   

그렇게 알아듣기 힘들었던 수업도 어느정도 수월히 들리기 시작했고, 점수도 따라서 올라가기 시작했으나..

나의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은 나를 더욱 괴롭혔다..

그렇게했는데 왜 이것밖에 안되는거야?

왜 내 불어는 원어민처럼 안나오는거지?

 

교수님과 동기들은 월등히 높아진 불어실력과 나의 학과점수에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수진, 처음엔 너가 언어땜에 잘 못따라와서 그만 둘줄알았어. 근데 참 대단하다. 난 너처럼 못했을꺼야.."

난 속으로 그랬다..

"수진, 불어땜에 스트레스받지마.. 너 정말 많이 늘었어. 이정도면 진짜 불어 잘하는거야"

  

 

난 사사건건, 다 트집을 잡았고 맘에 안들어했다.

완벽하지 못하면 만족하지 못하는 나의 한계였다.

아무리 미친듯이 먹고 또 먹어도, 난 핏기조차없게 창백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연극동아리 기간동안 활동사항에는 연극관람도 있었는데..

1년동안 여덟에서 아홉편정도 관람을 했다..

처음 두 세편은 난 내리 잔 기억밖에 없다. 심지어 브르노의 원맨쑈에서도 잤으니..;;; 관람후 항상 소견을 묻는 브르노에게 정말 할말이 없었다.. 심지어 브르노의 연극에서도 자버렸으니;;;

차마 거짓말을 할수 없어.. "잤는데요.."라고했더니..

브르노,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래.. 떠드는것보단 낫다"라고했다.;;

그리고 계속된 연극관람.. 점점 자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미가 붙기시작했다. 영화에서 느낄수 없는 그 생생한 현장감과 배우와 관객의 시초를 다투는 교감이 나를 전율케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극광팬이 되버린것이다.

 

연극동아리의 1년동안의 수업을 종합하는 연극무대를 앞두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텍스트를 쓰고 외우며, 배역을 맡아 준비하는 기간에 들어갔다.

각자 현재,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모놀로그를 한번 써보라는 브르노의 권유로.. 도대체 뭘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프랑스 온지 1년만에 애완동물이 너무 갖고싶어서 샀던 나의 사랑스러운 자식들 열대물고기 네온 대해서 썼다.

내 뼝아리 동기들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자기성찰적인 이야기들.. 사회 제도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논했다.

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내가 쓴 내용에 대해 비웃음을 살까 걱정이되기 시작했다

나의 스토리는 대충 이러했다.

어항을 큰걸 사고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작은걸 사서 열대물고기 열마리를 집어넣었다. 물고기 살찌는게 싫어서 먹이를 일주일에 한번밖에 안줬는데.. 물고기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고민이라는 내용.

난 이 내용이 내 동기들과 마스카로, 브르노를 땅에서 구르게 할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스스로 무장했던 무표정함과 내용이 아이러니하게 유머를 유발시켰던것 같다.

브르노는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다.

"아주 좋아. 수진!!"

 

각자 쓴 모놀로그를 제외하고, 필독으로 지정되어있는 도서들중 단편 몇 장막을 짤라 우리는 배역을 맡아 연기했다.

 

내가 맡은 배역은 la lecon이란 책의 학생이었는데..

줄거리는 이 학생은 덧셈은 잘하는데 뺄셈을 못한다. 교사는 히스테리한 여교사로 학생을 잡아먹을듯하는데 결국 학생을 귀부터 얄근얄근 잡아먹는다는 내용.

  

나는 항시 무장된 무표정으로 또 국어책 읽듯이 대사를 쳤다.

 

브르노 왈,

"수진, 그게 아니지.. 이렇게 해봐.. 좀 더 바보같이.. "

정말 바보마냥 연기하는 브르노..

 

아.. 내가 저 짓을 정말 해야한단말인가? 나 이건 원 쪽 팔려서..;;;

참다못해 한마디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되나요?"

 

"......" 순간, 중단된 서로의 대화.

침묵을 깨고 브르노..

"니가 잘하고 싶으면, 하는거지"

 

아차 싶었다..

나 지금 여기 왜있는거니?

나 지금 연극반이야.. 연기하는 연극반.. 

꼭 그렇게까지 해야되냐니? 무슨 개 뼈다구 씹어먹는소리는 내가 했단 말인가? 스스로가 부끄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나의 연극수업에 임하는 자세는 그날 이후로부터 달라졌다.

이왕 하는거 정말 잘하고 싶었다. 브르노가 시키는대로.. 아니 어쩌면 내가 한술 더 떠서.. 배역을 위해 바보,등신이 되었다. 모두가 날 바라보고있다란 생각의 수줍음으로 항상 얼굴을 벌겋게 붉어져있었지만...

수줍음보다 더 앞선 욕심.

잘.하.고. 싶었다.

 

난 매주 화요일 수업이 모두 끝난 연극수업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내가 나를 잊고 배역에 몰두하는 동안만큼은

꿀먹은 벙어리 김수진은 없었다.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었다.

바보같은 배역만이 존재할뿐이었고 연기가 끝났을때 브르노의 평은 "아주 좋았어 수진!" 동기들의 평도 "정말 최고였어"였다.

나를 잊고 배역에 몰두한 댓가로 아주 충분한 보상이었다..

 

브르노는 한번도 내게..

프랑스온지 얼마나 되었지? 불어 굉장히 잘한다

라는 말을 해준적이 없다.

그저 연극 지도만 묵묵히 해줄뿐이었다.

처음 내가 연극지원동기를 말했던대로라면 난 목적대로 불어를 향상시키기위한 발음과 악센트 교정을 받았어야했지만..

브르노는 한번도 내 발음과 악센트 교정을 해준적이 없다.

오히려 나다운... 김수진다운 발음과 악센트에

 

"별 이야기아닌데.. 니가하면 재밌단 말야.. 하하하.."

 

불어향상보다 더 큰 무언가를 연극수업을 통해 얻었다면, 그건 바로 되찾은 자.신.감이었다..

 

"인정해.. 넌 외국인이야.. 겉모습에서부터 넌 다르다고.. 

너와 너의 문화에서 비롯된 그러니까 행동과 말은 참 흥미롭단말야.."

 

나의 콤플렉스의 전부였던 불어는 연극수업에서만큼은 빛을 발했다. 그렇게 서서히 나는 잃어버린 내 자신감을 되찾고, 내가 외국인이란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이곳에서 비록 단 한마리의 검은 양 새끼일런정, 그래서 튀고싶지않아도 항상 주목받는 흥미로운 대상의 하나라는것.

그래서 나를 사랑해야한다는 것.

 

연극무대를 앞두고 우리는 주말 밤낮을 할거없이 학교에 모여서

연습의 연습을 거듭했다..

드디어 대망의 연극무대가 열리는 날...

무대가 열리기 전, 마지막 리허설이있었다.. 리허설 후,

한 사람.. 한 사람.. 마지막 점검과 조언을 해주는 브르노..

내 차례가 돌아왔다.

"리허설 좋았어 수진. 연기를 즐기는 니가 보여.. 좋은 현상이야. 참, 너의 모놀로그 물고기이야기 말야..

난 개인적으로 너의 모놀로그를  참 좋아해.  그냥 들으면..

뭔 콩깍지 떨어지는 소린가하겠지만..그래서 웃음을 주지만.. 

난 니가 너의 모놀로그를 읽을때 너의 슬픔이 보여..

낯선땅에 혼자 뚝 하니 떨어져서 외롭게 물고기를 관찰하는 네 모습. 외로운 니가 보여...

연기를 너무 슬프게해서도 그렇다고 너무 바보순수같이해서도 안돼.. 바보와 순수 그리고 슬픔의 중간을 연기하도록 해봐.."

 

브르노의 나에 대한 조언은 누구보다도 길었다..

조언을 듣는동안 난 참을수 없을만큼 눈물이 나서 혼이 났다..

그랬구나.. 보였구나..

내 바보같은 물고기이야기에서도 지겹게도 외로웠던 내 모습이 보였구나.. 나 스스로도 의식하지못했던 나의 물고기 이야기.

 

무대가 열리기전 마지막으로 브르노는 모두에게 말했다.

 

"잘하려고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오늘은 이 무대위에서 관객들에 앞서 연기하는 그 순간을 즐겨보도록."  

 

무엇보다 즐기라던 조언..

1등만이 그저 최곤줄알고 살아왔던 스물일곱 인생.. 꼭대기에 못올라가서 환장해 홧병으로 죽을것 같았던 스물일곱..

정말 나를 위해 즐기며 살아본적은 있었던가?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장막을 마칠때 마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했고,

감격에 서로 부등켜안고 울기도했다.

1년동안 연극동아리를 통해서 난 너무나 많은 것을 얻고 배워서..

내 사랑스러운 병아리 동기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마스카로 교수님과 브르노에게 난 너무나 감사하다. 덕분에 난 돈주고도 할수 없는,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내 나이 열여덟으로 돌아가.. 욕심만 가득했던 부끄러운 스물일곱을 잊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더 넓고 깊게 배웠다.

잠시 현실은 잊고, 꿈과 희망만이 가득한 열여덟.. 모든 다 가능할것만 같은 그 달콤한 상상의 나래속을 '나 스물일곱이야'라고 말해주면 지금도 깜짝깜짝 놀래는 내 순수한 병아리 동기들과 함께 거닐었다.

 

이제, 나는 열여덟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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