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발작은 신경세포에서 나타나는 무질서한 전기신호가 주변 뇌 세포로 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간질발작이 일어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잘못된 전기 신호를 내는 세포가 있어야 한다.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막은 원래 음극으로 되어있다. 그러다가 흥분(활동)을 하게 되면 막의 음극이 양극으로 바뀌게 된다. 그림 (가)에서와 한 번 위로 솟는 모양이 막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흥분한 신경세포는 한동안 쉬어야 한다.
이와 달리 잘못된 전기 신호를 내는 뇌세포는 한번에 여러 번 연달아서 흥분을 하게 된다.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흥분하는 모습이다.
간질 발작의 두 번째 조건은 이러한 과도한 흥분 현상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멀쩡한 주변 뇌세포들이 흥분 현상이 퍼짐에 따라 같이 흥분하게 된다. 평상시에는 주변 뇌세포들이 이러한 과도한 흥분 현상이 퍼지지 못하도록 막고 있게 된다. 이상 흥분 현상이 주변으로 튀어나가려고 하는 것은 흥분성신경전달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퍼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억제성신경전달을 이용하여 이루어진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흥분성신경전달이 늘어나거나 억제성신경전달의 힘이 약해 지면 잘못된 이상 흥분 현상이 주면으로 퍼져 나간다. 이것이 곧 발작이다.
간질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구체적인 원인들은 나이별로 다르다
어려서는 뇌가 만들어질 때부터 부분적으로 잘 못 만들어진 선천성 기형이나 신경세포이주장애 같은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 엄마 뱃속에서 뇌가 처음 만들어질 때 뇌세포들이 점차 바깥쪽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뇌의 크기도 커지게 된다. 이동한 뇌 세포들은 대개 여섯 줄로 줄을 맞추어 정렬을 한다. 이 때 일부분에서 이 줄이 흐트러지면서 얽히게 되는 것이 신경세포이주장애이다. 이렇게 잘 못 얽힌 뇌세포들이 세월이 흘러 이상 전기를 내기 시작하면 간질발작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외래에서 가장 흔히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우리 집안에는 이런 환자가 없는데 왜 이런 병이 생겼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위의 신경세포이주장애만 보아도 직접적인 유전 질환이 아니다. 실제로 유전성이 뚜렷이 있다고 생각되는 간질이 특발성간질인데 이 또한 환자들의 자녀에게서 다시 간질이 나타날 가능성은 6 내지 8%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간질을 단순히 모두 유전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성인에게서 처음 나타나는 간질은 유전성 경향이 특히 희박하다.
간질의 원인으로 유전이 조금이라도 기여하리라고 생각되는 경우는 전체 간질의 20% 정도이다. 이것도 대부분이 보통 생각하듯이 "부모가 간질이면 자식이 간질이다"라는 형태가 아니다. 하나의 잘못된 특정 유전자가 간질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이러한 경우를 보일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더 드물어서 전체 간질의 1%도 되지 않는다. 유전성을 갖는 그 외의 경우는 여러 유전자의 합작과 환경적인 영향이 합작으로 작용하여 질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식에게 바로 유전되거나 부모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간질은 드물다는 것이다.
나이가 더 들어서는 교통 사고 등의 뇌상과 관련된 간질 환자의 수가 늘어나고 노인이 되어 가면 뇌혈관질환(뇌졸중)이나 뇌종양 등이 간질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흔히 잘 못 생각하는 것이 심리적인 충격이 간질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간질이 나타나기 전에 있었던 심리적인 스트레스 등을 기억하고 이 것이 간질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인 충격이나 스트레스는 간질의 원인이 아니다. 간질이 있는 환자가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의하여 발작이 좀 더 잘 유발될 수는 있으나 질병의 원인은 절대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