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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일족

조은영 |2009.06.27 15:12
조회 198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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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TBS 1분기 드라마 [화려한일족]은 소설가 야마사키 토요코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얀거탑]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야마사키 토요코의 작품은 인간의 슬픔과 증오 그리고 배신아래 인간군상을 그려내는 특징이 있다. [하얀거탑]역시 자신의 출세를 위해 남을 악용하고 심지어 자신을 버리기까지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낸 바 있다.

 

나는 이런 종류의 내용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화려한일족]은 보는 내내 가슴을 조리며 볼 수 밖에 없었다. 제목처럼 혈연으로 묶여진 구성원이 서로를 증오하고 파멸시켜가는 모습에서 긴장감이 고조되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시리도록 아팠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족간의 애증을 다뤘다는 점에서 [하얀거탑]보다는 좀 더 감성이 자극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오해, 그리고 아들의 출생,이성과 감정사이에서 벌어지는 끝이없는 괴로운 자신과의 싸움.

이것은 주인공인 '만표 텟페이'의 아버지인 '만표 다이스케'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숙명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만표 케이스케'와 자신의 아내인 '만표 야스코'에 대한 불신으로 텟페이를 미워하게 되는 다이스케. 집사를 명분하에 들여온 '아이코'와의 기묘한 삼각관계. 늘 죄인마냥 아무말도 못하고 '아이코'가 집안의 모든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는 것을 조용히 바라봐야 하는 아내 '만표 야스코' 이들의 관계와 '야스코'와  아버지를 증오하게 되는 '텟페이'

 

모든 불행의 시작은 텟페이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한신제강의 용광로 건설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추진하려 하지만 한신은행의 은행장인 다이스케가 금융재편으로 인해 언제 상위권 은행으로부터 먹힐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일어난다.

 

텟페이는 자신이 존경했던 할아버지의 한신제강의 세계발전을 목표아래 용광로건설을 추진하지만 융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장인 다이스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다이스케는 융자액의 10%를 감액하면서 텟페이를 곤경에 처하게 한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보조거래 은행에게 융자를 청하지만 주거래 은행인 한신은행의 융자액 감액은 한신제강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행위였다. 하지만 전부터 친분을 쌓아왔던 대동은행의 은행장인 '미쿠모 쇼이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용광로 건설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텟페이의 장인인 '오오카와 이치로'의 죽음으로 두 부자간의 골을 더 깊어지게 만든다. 오오카와의 죽음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와 연관된 것이었다. 그리고 텟페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닌 아버지인 '케이스케'의 아들임을 직감하게 된 다이스케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대동은행을 파산위기까지 몰아가며 결국 텟페이의 꿈인 용광로 건설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텟페이는 아버지가 왜 그리도 자신을 미워했으며 한신제강을 도산에 이르도록 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자간의 재판싸움. 결정적인 증인 출현과 함께 텟페이가 승소하지만 한신제강의 위원의 한사람이었던 다이스케는 전무자리에 있던 텟페이를 퇴출시킨다.

 

그리고 마지막만남이었던 아버지와의 대화

"넌 태어나고 말았어."

"제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솔직히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다. 네가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었다면 나도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지독하게도 싫었다. 나도 이성으로는 널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감정은 그걸 용납치 않았어.너도 괴로웠을 테지

그 부분은 나도 동정이 간다. 하지만 나도 괴로웠다. 이 괴로움은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지워지지 않을 거다. 이것이 너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숙명이다."

 

텟페이는 이와같은 아버지와 대화에서 모든 불행의 시작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느끼고 자괴감에 빠진다.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형제들도 불행의 늪에 빠지지 않았을텐데 하고 말이다.

 

텟페이는 사냥이 금지되는 섣달그믐날.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엽총과 한신제강의 제복을 입고  사냥을 가장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중으로 올라가게 되고, 할아버지와 한신제강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한 나무 아래서 최후를 맞이한다.

 

[화려한일족]의 내용은 아주 심하게 뒤틀려 있다. 우리의 정서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사뭇 다른 느낌은 아마도 텟페이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시점에서 보면 텟페이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고립되었던 감정이 풀리고 다이스케 역시 참회하게 된다는 점에서 텟페이의 죽음은 그 부분에서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으로서의 부도덕한 행위가 낳은 불행의 시작. 그 한사람으로 인해서 모든 가족은 막대한 부와 명성이 가득한 천국과 같은 곳에서 화려한 생활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너무나도 지옥같은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강해보이려고 자신과 한없이 싸우다 결국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 그래서 그 상처가 엄청나게 부풀어오른지도 모른체 또 다른 상처를 내고 마는 그로 인해 겉잡을 수도 없는 소용돌이처럼 아픔을 느끼지만 강인함을 보이기 위해 호소조차 못하는 것.

이것이 만표가의 지옥이었던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절로 숙연해지는 이유는 장대한 스토리 가운데  서로 먹고 먹히는 자연의법칙처럼 인간은 자신이 살기 위해선 남의 파멸도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들어야 하며 수많은 음모와 계략속에 납득할만한 명분을 내세워 보이지만, 결국 인간은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느껴서인가? 그런 인간내면의 심리를 작가가 정곡을 찌르듯이 잘 풀어 써갔기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정하게 만들고 많은 것을 공감하게 했을 것이다.

 

[화려한일족]안의 인간군상은

 

과거를 살고 있는 우리들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살게 될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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