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족의 어느 나른한 하루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무언가 잊어버린 듯한...-
항상 몸에 배여있는 습관 탓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매일 똑같은 밥을 먹고, 6시 50분 스포츠 뉴스를 본 뒤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하지만 왜 집을 나서는지, 집을 나와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
나는 인텔리다. 인텔리? 우습다. 식민지 시대에서나 들어봤을 인텔리, 소설가 구보씨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지만 오늘의 황금시대에 인텔리란 단어는 왠지 식상해만 보인다. 니트족, 옳지, 이 단어가 지금 시대에는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갑자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군.
목적없이 보내는 하루에 무거운 책 따위가 무슨 소용 있을까. 헌 책방에 그 책들을 팔고나면 쌍팔년도 시대처럼 어느 정도의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빈 가방을 들고 나가기에는 허전하고, 그저 무게를 축내는 것밖엔 되지 못한다.
아침 8시, 오늘은 무엇을 해야지 정하고 나온 것도 아니다. 그냥 지갑을 꺼내다 잃어버린 운전면허증이나 재발급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길을 나선다. 90년대 최신가요를 듣고 생각없이 짹각짹각 걸어간다.
아침 9시, 이제껏 조조영화를 본 적은 없다. 그리고 혼자서 영화를 본 적도 없다. 친구가 얼마나 없었으면 혼자서 영화를 볼까. 영화광이라면 또 모를까. 영화 예매를 하고 보니 왠지 서글퍼진다. 젠장, 아무 생각없이 그저 시간이나 때우자고 예매한 영화표인데 괜시리 외로워진다. 가까운 편의점에 내려가 어제 PC방에서 포인트로 당첨된 과자를 바꿔 먹는다.
영화의 내용은 잘 모르겠다. 화면이 밝아지자 보였던 것은 어느 동호회에서 단체로 왔는지 아줌마들만이 저마다 영화평론가인 척을 한다. 하지만 관심없다. 투벅투벅.
집에 돌아온다. 먹을 게 없다. 아무도 내게 배가 고프냐고 물어오는 이도 없다. 라면을 사러 가기 전에 물을 냄비에 붓는다.
"1,000원입니다."
내가 오늘 세상사람과 나눈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
집에 와서 조용히 '너구리'라면을 뜯는다. 텔레비젼을 켠다. 설거지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둔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허송세월을 보낸다.
내일은 무얼 할까. 이젠 더 이상 할 것도 없다. 오늘 본 영화에서처럼 박카스에 농약을 타 마시면 죽을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이다.
잠이나 자자. 잠이나 자자. 잠이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