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훈(34)이 희망적인 UFC 데뷔 무대를 치뤘다. 얼마 전 데니스 강을 이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젊은 피 앨런 벨쳐(26)를 맞아 2:1 판정승을 거뒀다.
둘은 경기 초반 화끈한 타격 전으로 멋진 경기를 예고하며 경기를 전개했지만 결국 1, 2라운드에서 우위를 보인 추성훈이 승리를 가져 갔다. 일부는 편파판정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심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줘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명승부였고 때문에 추성훈이 이겼다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결과라 할 수 있었다.
UFC는 떡밥매치가 없고 오로지 실력으로 생존해야 하며 다른 격투기 단체와는 달리 옥타곤(팔각형의 철창)이라는 생소한 공간에서 UFC데뷔 전을 치루게 되어 데뷔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매우 어려운 경기력을 보이게 마련이다. 또한 추성훈이 오늘 상대한 앨런 벨쳐라는 선수는 데니스 강을 비롯해 UFC 데뷔를 치루는 선수만을 골라 싹을 꺾어버리던 한 마디로 데뷔선수 킬러였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비록 근소한 우위였지만 어쨌든 UFC 데뷔 전 승리는 그 자체로 큰 의미였다고 할 수 있다.
경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늘 그가 보인 장점이라면 자신보다 신체조건이 좋은 젊은 타격가를 만나 시종일관 타격승부를 펼쳤고 그 결과도 좋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추성훈의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미국 팬들에게 "메달리리스트 유도가"로 소개된 추성훈이 타격가 앞에서 타격으로 맞대응하며 데뷔 전부터 팬들의 환호를 이끌며 자신의 존재를 어느 정돈 어필한 점은 분명 앞으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곧 얼마 후면 만으로 서른 네살이 되는 그는 어쨌든 UFC에서는 이제 막 데뷔를 한 신출내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보다 10cm이상 더 크고 8살이 더 어리며 연승으로 한참 물 올라온 젊은 파이터를 상대로 승리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으나 결국 이겼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 프라이드 출신 탑클래스의 기량을 가진 파이터들도 UFC 데뷔 전 만큼은 승리보다 패배를 하게 된다. 이는 UFC 특성 상 데뷔 선수를 고려하지 않고 쉽지 않은 상대를 붙여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링이 아닌 옥타곤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졌던 것이다.
또한 장기간의 공백과 외적인 활동으로 인해 경기력, 체력 부족 속에서도 승리를 이끌어 냈다. 사실 추성훈의 패배를 예건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던 걸로 안다. '일본 드림 무대를 떠난 후 너무나 긴 공백기를 거쳤기 때문에 단숨에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생겼고 '경기 외적인 활동(TV출연 등)으로 분명 훈련량도 부족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들이 실제로 경기에서 드러났다면 분명 처음 경험하는 옥타곤 안에서의 경기가 힘들어 패배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물론 정타를 많이 허용하긴 했지만 준수한 맷집을 보여주었고, 그의 성실하고 꾸준한 훈련 태도를 보았을 때 많은 우려를 씻어줄 것이라 개인적인 예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단점 역시 많이 노출된 것이 사실이다.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경기 초반 넓은 케이지에서 방대한 활동량을 보인 탓인지 후반에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체력만 더 좋았더라면 3라운드 그라운드 상황이었을 때 자신의 장기인 드라운드 싸움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개하여 판정에서 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어릴적부터 체계적으로 운동을 해온 엘리트 유도선수이긴 했으나 그는 이미 선수생활 전성기가 지난 나이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체력적인 요소는 더욱 보강되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또한 사납고 맹수같은 살기와 포스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예전 히어로즈나 드림에서 뿜어져 나왔던 사나운 눈매와 야수성이 점점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 이것은 방송출연과도 관계 없지 않은데 요즘 한일 TV프로그램에서의 그는 한층 부드러운 훈남의 이미지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 부드러움은 어디까지나 삶과 방송에서 그쳐야 하지 경기에서까지 이어진다면 많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남을 뿐이다.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분명한 선을 긋고 자주 경기를 갖음으로써 터프한 옥타곤에 걸맞는 멋진 파이터로 거듭나길 바란다.
다음 경기 역시 쉽지 않은 상대와 경기하리하고 보는데 오늘 댄 핸더슨에게 패배한 영국인 파이터 마이클 비스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이클 비스핑은 영국에서 팸피언을 지낸 톱파이터며 영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는데 오늘 패배함으로써 앨런 벨쳐를 이긴 추성훈과의 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UFC는 웰터급을 비롯해 미들급 역시 선수층이 가장 두터운 체급으로써 어느 상대하나 만만히 볼 수 없다. 참고로 만약 오늘 앨런 벨쳐에게 졌다면 데니스 강과 리벤지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 여담입니다만 추성훈 선수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추성훈이 이겼어도 여러가지 비난을 일삼으시겠죠? "방송질 할 때 부터 알아봤다.", "그딴 체력으로 잘도 버텼다.", "일본에 붙은 박쥐같은 놈."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비난을 일삼으시는데 저 역시 어느 하나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감히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만 추성훈 선수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자 몇 마디 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우선 체력적인 요소는 정말 두 말할 필요 없이 추성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올해 추성훈이 한국 나이로 서른 다섯입니다. 게다가 체력고갈이 심한 옥타곤에서의 데뷔 전을 생각해봤을 때 저질체력이라고까지 비난을 할 순 없습니다. 또한 초반 운영을 거칠게 몰아간 탓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편파판정 시비가 있는데 물론 추성훈이 프라이드나 드림에서 활동을 하고 한일 양국에서는 꽤 알려진 선수지만 오늘 사회자가 추성훈을 소개할 때 메달리스트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을만큼 미국인들에게 추성훈은 말 그대로 UFC에 데뷔하는 무명의 선수 그 이상 어느 것도 아닙니다. 이런 무명에 가까운 동양계 선수에게 UFC가 특혜를 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UFC는 어느 격투단체보다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강한 단체입니다. 그리고 방송출연 부분에 대해서는 추성훈 성격 상 방송출연한다고 훈련을 절대 게을리할 성격이 아닙니다. 언제 한 번 추성훈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제가 본 추성훈은 성실한 남자로 비춰졌습니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도 하루 일과 중 훈련만큼은 절대 거르는 법이 없다고 누누히 밝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도 할 때부터 한국에 붙었다 일본에 붙었다 하는 박쥐와 다를 게 뭐냐고 항변하시는데 저 역시 이번 경기를 통해 한국의 추성훈이 아닌 일본의 아키야마로 출전을 한 그에게 좀 서운했고 일본식 예를 갖춰 등장하고 경기를 마무리 할 때는 좀 씁쓸하기도 했지만 그가 일본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던 지난 배경을 살펴보면 꼭 비난만 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의 부산시청에서 선수생활 할 때부터 알게 모르게 받은 외국인의 설움과 핍박은 본인만이 알테지요. 그렇기에 저희는 단지 겉으로만 드러난 그의 모습을 보고 비난만 하지 말고 그가 왜 일본인으로 출전을 해야만 했을까 한 번쯤은 곱씹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추성훈에게는 분명 반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고 그 역시 스스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그의 UFC 경기에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