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우리식구들은 강원도 시골에서 살았다. 아버지께서 외동아들이라 그런지 자식들을 많이 낳으셨다. 3남 3녀 중에 나는 늦둥이 막내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5남매 출가 시키느라 땅도 팔고, 몇 마리 있는 소들도 팔았다. 그남아 있는 재산이라고는 땅 2천평 정도와 늙은 소..이렇게 시골에는 아버지,엄마,나 이렇게 셋이 빠듯하게 살았었다. 형들은 자기네들 사느라 바쁘고, 누나들은 출가외인이라 집에 오면 일년에 한두번..
늦 겨울, 아버지는 소주한병씩 사들고 동네방네 돌아 다니셨다. 먹고 살려면 2천평 정도는 택도 없는지라.. 땅을 임대하러 동네방네 돌아 다니신 것이다.
어렵게 얻은 땅..임대료는 수확률의 10% 지금 생각하면 엄청 많은 임대료인데 아버지는 그게 어디냐며 땅을 살펴보러 가셨다. 멍골 이라는 아주깊은 골짜기에 있는 대략 3천평정도의 화전밭이였다. 자갈밭인지 바위밭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돌들이 많은 땅이였다.
초봄,
아버지는 이 돌밭을 일구기 위해 큰돌들은 골라내고 겨울내 묵혀놨던 소똥으로 거름을 했다
트랙터나 경운기 로터리를 쳐야 하는 상황에서 동네사람 불러서 말해 놨더니 돌이 너무 많아서 기계는 못할거라고 했다.결국 아버지는 늙은 소를 이끌며 "이랴~이랴~"하면서 밭을 갈았다.
아버지는 이 돌밭에다가 옥수수를 심었다.
그렇게 옥수수를 심고 여름,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 옥수수를 팔려면 손으로 일일이 발라서 바짝 말려야 했는데 3천평 정도의 땅에서 나온 옥수수 겨울 내내 옥수수를 발라야 했다.
그 때 당시 우리동네에는 철탑이라고 전기탑을 세우는 공사를 했었다. 쌍용건설 현장이 우리동네였다
겨울동안은 벌이가 없어서 아버지는 힘든 철탑공사를 하시면서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리셨다.
어느 겨울,
중학생이던 나는 학업을 마치고 저녁 막차를 타려고 친구랑 둘이 학교 앞을 지나갔었다.
그런데 저 쪽에서
"야,야~ xx야.. 니 태우러 왔다 얼렁 타"
귀에 익은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까 아버지였다. 깡 마른 체격에 머리가 허옇게 세고 피부는 새카만 대다가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신..
일을 마치고 나 학교 끈날 때까지 쌍용직원과 기다린것이였다.
친구 : "누구야..?"
나 : "어?아..아니 그..게 #@%$#%$%"
아저씨보다 할아버지 소리를 더 많이 들으셨던 아버지.. 그게 쪽팔려서 나는 몹쓸짓을 했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이 지나가고 고등학교 때의 일이였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서 할꺼 못 할꺼 다 하면서 철 없는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고2,되던 해.. 나는 일생일대의 큰 실수를 하게 되었다
봄 방학인데다가 할 일도 없고 집에 붙어 있었다.
그런데 동네 사는 홀애비가 울집에 찾아왔다.. 술 좋아하시는 아버지.. 그 홀애비랑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셔댔다.. 평소 술 버릇이 남달랐던 아버지를 보면서 엄마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티비를 보고 계셨다
그 때 홀애비가 술이 취했는지 술 주정을 부렸다. 참다 못한 나는 그 홀애비한테 조심스럽게 말을 했지만 홀애비 .. 울집에 몇 번 드나 들더니 아예 드러눕는다. 화가 오를 만큼 올랐던 나는 그 홀애비 한테 약간의 타박상을 입혔다.
이 때 아버지는 나를 나부라셨다?. 나는 술 먹는 아버지가 싫어서 몹쓸 짓을 생각했다
'그래.. 내가 죽으면 안 그러겠지..'
창고에 가서 "다이매크론" 이라는 농약병을 들고 아버지 앞에서 벌컥 몇 모금 마셨다.
나는 집을 뛰쳐나와 겔겔 거리면 그냥 강가로 향했다. 놀란 엄마가 소금물을 먹여서 토해 냈다.
병원까지 가서 위세척 1차 2차 3차로 해댔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지만 성대가 손상이 입혀졌다.
목소리도 제대로 안나오는 상황에 퇴원을 하고 놀란 형들도 집으로 왔다.
퇴원하고 집 앞 마당에 있는데.. 아버지가 우시면서 맨발로 뛰쳐 나오셨다.
"xx야 미안하다..미안하다...흑흑.."
"...................."
아무말 못한 나는 그렇게 아버지한테 불효를 지었다.
그 일이 지난 후, 나는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공부,밤에는 알바...
힘들었지만 가난한 살림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했다.
성인이 된 나는 공장이라도 들어가야 되겠다 싶어 천안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집에서 온 전화 한통.. 땅 값이 많이 올라서 땅 팔아서 집 짓는 중이라고.. 많이 기뻤다.
맨날 겨울아침 저녁으로 불도 안 때도 되고, 화장실도 안에 있단다.. 집을 짓고 설날이 왔다.나는 설날 때 일이 바빠서 못 가봤다.. 새로 산 집도 봐야 되는데..설날이 지나고.. 9일 후..
그 날 이상하게 핸드폰을 안 꺼 놓는데 꺼 놓고 잤다.
핸드폰을 켜는 순간 문자 한통이 왔다..형수한테 온 문자.. 문자 내용은..
"xx야,아버님 돌아가셨어..핸드폰은 왜 꺼놨니?전화해 빨리"
울먹이면서 전화 받는 형수.. 알았다고 끊고 강원도로 가는 도중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의료원으로 갔다.
핏기 없는 얼굴 .. 까만피부..흰 머리.....주름.. 아버지였다...
평생 고생만 하다가 그렇게 돌아가셨다. 집도 새로 지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몇년 후 ..
엄마마저 돌아가셨고 남은 건 우리 6남매인데..
다들 자기네들 사느라 바쁘고 외톨이 아닌 외톨이가 된 나는 ..
이 빌어먹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