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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조선의 국모에서 바텐더까지”

이지원 |2003.03.10 20:27
조회 1,678 |추천 0

박선영 “조선의 국모에서 바텐더까지”

 

“저도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장옥정과 끝까지 맞설 작정이에요.”

지난해 11월6일 첫 방송된 KBS 2TV 특별기획드라마 <장희빈>이 100부작 중 40회를 눈 앞에 두고 극의 흐름이 빨라졌다.
지난 20일, 32회분에서 숙원으로 후궁대열에 들어섰던 장옥정(김혜수 분)이 무려 다섯 품계나 훌쩍 뛰어 숙종이 내린 ‘소의’ 첩지를 받으면서 중전(박선영 분)과 세력 다툼을 암시하고있기 때문이다. ‘소의’는 후궁의 8품계 가운데 ‘빈’, 귀인‘ 다음인 ’넘버 3‘의 자리다. 이로 기세 등등해진 장옥정과 그와 비례해 점점 숙종의 눈에서 멀어지는 중전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중전 박선영은 나약하고 순종하는 국모의 모습을 떨치고 ’장소의‘ 김혜수의 온갖 계략을 따끔히 꾸짖고 넘어가는 국모로서의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다.

사극은 처음이에요

“제 매니저가 나 ‘국모’되었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근데 가체머리(큰 머리)가 장난 아니에요. 정수리가 내려앉는 것 같아요.”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박선영은 ‘96년 KBS 슈퍼탤런트 대상을 받으면서 연예계에 데뷔, 연기자로 7년 남짓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귀여운 여인 (KBS)‘, ’화려한 시절(SBS)‘, ’엄마야 누나야(MBC)‘ 등 주로 현대극을 연기해 왔던 터였고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젠가는 사극을 하게 되겠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인현왕후 역 캐스팅에 당황해 하던 모습은 간데 없고 ’배역이 국모이다 보니 만만찮은 무게를 가진 가체머리를 하루종일하고 있으려니 정수리가 내려앉을 것 같다며‘ 얼굴을 찡그려 보이면서도 ’그래도 폼 나서 좋다‘며 웃는 그녀를 보니 ’역시 연기자는 다르구나‘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머리 장식이 신경 쓰여요

“가체머리도 가체머리지만 비싼 장식들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아요. 녹화가 끝나면 머리 장식부터 빼 내는걸요?”

사극이 처음이었던 박선영은 제작발표회가 있던 날, 완벽하게 중전분장을 마친 뒤, 차에서 내리다 머리에 꽂혀있던 떨잠(동그란 옥으로 만든 판에 7가지 보석을 박아 놓은 머리장신구, 궁중 여인들만 할 수 있는 장신구로 계급의 상징이기도 함)을 떨어트려 못 쓰게 만든 후 고가의 장신구에 대해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3개가 세트로 한 세트에 100여 만원이 넘는 고가의 소품이다. 다행이 소품실에서 한 세트의 떨잠을 여유 분으로 가지고 왔던 터라 다시 박선영의 머리에 떨잠을 꽂아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사를 지낸다고 절을 하다가 또 떨잠이 떨어졌다. 녹화하기도 전에 2백 만원을 호가하는 장신구 소품을 두 개나 망가트려 못 쓰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소품 관계자는 ‘드라마가 잘 되려고 그랬나 보다. 액땜했다’며 박선영을 안심시켰지만 이후 박선영은 유난히 머리 장신구에 신경이 쓰인단다.

이만하면 제 성격을 아시겠죠?

“절 보면 차분하고 다소곳한 지고지순형으로 보시는 분이 많으세요. 그런데 제 성격은 다분히 활동적이고 적극적이에요.”

약간 쳐진 눈 꼬리와 유난히 큰 눈이 겁 많고 유순해 보이지만 그녀는 발랄하다. 미니시리즈 ‘귀여운 여인’에서 그랬고 ‘내일을 향해 쏴라’ 에서도 그랬듯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캔디’같은 성격이다. 다소 덜렁대나 싶지만 꼼꼼히 챙기는 세심함이 있고, 모자라지만 채우려는 긍정적인 사고가 있다. 그녀는 지금도 동성의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한없이 수다 떠는 게 즐겁다는 걸 보면 ‘스타’이기 보다 평범함을 더 좋아하는 여자임을 알 수 있다.

이래 보여도 저 바텐더 자격증 있어요

“애석하게 병 돌리기는 자신 있는데 칵테일은 못 만들어요.”

그녀는 지엄하신 중전의 옷을 벗어놓고는 충무로로 달려가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그 뿐인가 손에 잡히는 병이라는 병은 다 잡고 돌린다. 1970년 장발에 나팔바지, 미니스커트에 고고장...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쇼쇼쇼’의 배경이다. 박선영은 영화 ‘쇼쇼쇼’에서 윤희역을 맡고 자랑스런 한국인을 축하하는 고적대에서 출발하여 바텐더로 변신한다. 그리고 유준상과 커플이 되어 국내 최초로 칵테일 바를 만든다. 최소 1년을 배워야만 손님 앞에 설 수 있다는 바텐더 병 돌리기 묘기를 그녀는 3개월만에 마스터했다. 촬영 중 병을 놓치는 실수를 여러 번 하지만 그녀는 열심히 한 대가로 명예 바텐더 자격증을 얻었단다.

지엄하신 중전이 만들어 주는 칵테일 한잔 마시자고 감히 요청해 보지만 아쉽게도 칵테일은 만들지 못한단다. 애석한지고...

박선영은 히트제조기!

“드라마든 영화든 연기자들이라면 누구나 관객 수와 시청률에 부담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운 좋게 출연한 드라마마다 시청률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방송가에서는 그녀를 두고 히트제조기라 부른다.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MBC미니시리즈 ‘내일을 향해 쏴라’. SBS 특별기획드라마 ‘화려한 시절’, KBS미니시리즈 ‘귀여운 여인’ 등 그녀가 출연한 작품마다 시청률 20%이상의 평균점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를 두고 그녀는 ‘그냥 운 좋아 그랬다’ 겸손을 보이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자리는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그녀 말대로 ‘운’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를 히트 제조기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한 노력이 뒤따랐기 때문이 아닐까.

드라마든 영화든 주어진 역에 몰입해 극 중 인물과 동일인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그녀,
비련의 국모 인현왕후의 안타까운 심정을 연기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그녀,
바텐더 윤희의 발랄함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어깨 움츠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그녀는 묵묵히 정상을 향한 한발자국 내딛음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 하는 연기자가 되겠다며 함박웃음 짓는다.

히트제조기 박선영, 그녀의 닉네임에 주술을 걸어 시청률 쑥쑥, 관객 수 500만의 대박 행운을 기대해 보자.

- 글 정일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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