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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결혼 기념일 ㅜ_ㅜ

금이맘 |2006.10.23 11:44
조회 639 |추천 0

어제 저희 첫 결혼기념일이었네요. 좋았냐구요? 전혀 ㅠ_ㅠ

 

사건의 발단은 지난주 금요일부터였어요.

신랑이 지난주 화요일부터 감기 때문에 비실비실거렸거든요.

직장엔 일이 바쁜지라 계속 출장이었구요.

아픈데 회식 빠질 수는 없으니 월요일, 화요일은 회식.

퇴근 후 직장 사람들이랑 같이 가는 운동도 빠질 수 없다고 수요일, 목요일은 운동.

집에 와서는 끙끙~~~

월화수목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았는데 금요일날 오전에 또 출장다녀왔어요.

전 혼자 생각에 결혼 기념일도 되었고하니 토일 가까운데라도 다녀왔으면 해서

(제가 임신 33주라 멀리는 못 가구요)

오늘은 운동하지 말고 집에 좀 빨리 와서 같이 저녁먹자고,

그리고 주말엔 같이 가까운 항에 가서 회도 먹고 휴양림가서 하룻밤 자고 오자고 얘기했어요.

울 신랑 제가 가자는 여행 끔찍히 싫어합니다.

제가 놀러가자고 그래서 안 싸운적은 연애기간 포함해서 3년동안 딱 1번 뿐이었어요.

놀러가서도 계속 인상쓰고 있고, 사진도 안 찍고 기분 안 좋아하는티 팍팍 내거든요.

그럼 놀러가자 그런 사람은 기분 좋나요. 결국은 싸움으로 마무리.

전 신랑 놀러가자 그러면 좋아서 쫄랑쫄랑 따라가는데... 그래요, 제가 바보죠 -_-;;;

그랬더니 바쁘다면서 대충 알았어 하면서 전화 끊더군요.

좀 기분 나빴죠. 운동하지 말고 오라 한다고 여행 가자 한다고 안 좋아하는거 뻔히 보이니까요.

 

오후에 메신져로 말 걸더군요. 주말에 뭐하자고? 하면서요.

아까 얘기했잖아 했더니 또 대충 알았어 알았어.....

왜 내가 여행가자 그러면 그렇게 싫어하냐고 나 애기 낳으면 한 동안 못 다니는데

이번 기회에 바람도 쐬고 그러면 좋지 않냐 했더니 알았다 하더군요.

결국 대충 놀러가기로 마무리하고 오늘 몸도 안 좋으니 운동하지 말고 오라 했더니

가고 싶다고 고집 부리더군요. 내가 자기 하고 싶은거 못하게 한거 있냐구요.

난 오늘 저녁 자기랑 XX식당에서 같이 밥 먹고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지금 그거 못하게 하고 있는 거 아니냐 했더니 그냥 허허하면서 대화창 닫아버렸네요.

 

저도 신랑 아픈동안 잠 설치면서 이불 덮어주고 이마 만져주고 했어요.

출근도 하고 밥 해다 바치고 간호까지 해 주고 그랬는데 임신부인 아내 위해서

운동 하루 쉬라는 거 결국 그거 못하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옵디다.

갑자기 서러운 거 있죠. 남들은 임신하면 공주대접 받는다던데

난 손발 퉁퉁부어 밥하고 출근하고 계단 한층도 헥헥 거리고

손목이 아파서 앉았다 일어났다도 못해서 낑낑거리고....

신랑이 청소 당번인데 청소 안해서 집은 지저분하고 일주일에 한번 읽어주라는

주별 동화책도 20몇주에서 끊겼고 (것도 2-3주꺼 몰아서 하루에 읽어줬었죠)

태담은 고사하고 주물러 달라 하기 전엔 다리한번 안 주물러주고

되려 손목 아프다는 나한테 운동하느라 힘들다고 어깨 주물러 달라했었죠.

갑자기 온갖 설움이 밀려오대요......

몇백원 아낀다고 버스타고 퇴근하던거 그날 피곤하단 핑게로 택시타고 퇴근했어요.

아파트 오르막길 안 올라도 되는데 700원입디다.

앉아있다가 신랑 올 시간 되길래 만두국 끓였어요. 밥은 먹어야죠.

또 서럽대요. 나는 똑같이 근무하고 들어와 임신부는 밥하고 누구는 운동하고.

들어와 인상쓰고 있는 나는 보이지도 않는지 밥 먹고 안방 들어가 잡디다.

전 새벽 4시까지 잠도 못자고 거실에 있다가 이불 똘돌말고 거실에서 잤어요.

 

토요일.

둘다 비실비실 출근했어요. 한명은 감기. 한명은 피로.

퇴근하고 데리러 왔더군요. 여행 가잡니다. 무슨 여행은 여행.....

그냥 집에 들어간다 했어요. 어제 4시 넘어 잤다고.

집에 들어가서 전 침대에 누웠다가 잠이 들었고 저녁때 쯤 깼네요.

멍하니 앉아있다가 집에 있는 것도 싫고 밖에 나갔습니다. 8시쯤.

지갑도 핸폰도 안 들고 나갔는데 역시나 안 쫓아나오더군요. 그럴줄 알았죠.

좁은 동네라 임신부 혼자 산책 다니는 거도 소문날까 사람 없는 곳만 찾아 걸어다녔죠.

맨날 얼굴만 보면 운동하라는 시모가 보면 아마도 좋아했을꺼예요.

30분쯤 걷다가 집앞을 지나서 다른 곳으로 가는데 집안에 있던 신랑이 절 봤나보더라구요.

따라나왔더군요. 못본척 계속 걸어갔어요. 도로옆길로.

1시간쯤 지났나.... 따라오지 말라는데 계속 따라오니 혈압오르더군요.

자기가 언제 나 걱정했다고 지금와서 걱정하는 척 하는가 싶어서요.

결국 폭발..... 나 혼자 있고 싶으니까 쫌 가라고 버럭하고 막 뛰어갔어요.

우리 애기도 엄마 힘든거 알았나보죠... 한참가니 너무 배가 아파서 걸을수가 없더군요.

도로변에 앉아서 한참 울다가 절뚝절뚝 최대한 느리게 집까지 걸어갔습니다.

신랑은 뒤에서 쳐다보다가 차 가지고 온다고 집에 갔구요.

결국 걸어서 집에 도착. 10시 20분. 잘 때 사왔는지 케잌이랑 꽃다발이랑 선물을 차려놨더군요.

누가 그런거 바란답니까. 내 마음 하나도 알아주지 못하면서.....

밑이 너무 아파서 앉아있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한참 있다가 들어온 신랑은 쇼파에 눕더니 곧 잠들더군요.

 

일요일.

7시 거실로 나오니 열이 펄펄 끓으며 쇼파에서 구부리고 자더군요.

툭툭 깨워서 들어가 자 했습니다. 들어가 자더군요.

비는 추적추적.... 혼자 거실에 앉아 꽃다발이랑 선물 보면서 또 한참 울었습니다.

친정 엄마는 축하한다 재밌게 보내라 그러면서 문자도 보내셨더군요.

한참 잤는지 나와서 어디라도 가자 그러더군요. 아무리봐도 놀러갈 상태가 아닙니다. 둘다.

가긴 어딜가 안가 했더니 또 들어가 자네요.

4시쯤 혼자 나가서 피자 한판 사옵니다. 먹으라고 손에 쥐어주니 또 먹히더군요.

토요일도 점심한끼 먹었고 그나마도 설사때문에 뱃속은 텅텅비었었거든요.

그렇게 피자 한판을 먹고 또 들어가 잡니다. 거실에 우두커니 혼자 앉아 이 생각 저생각 하네요.

 

난 지난 1년 동안 뭘 한건가... 행복하긴 했었나...

내 마음 하나도 모르는 저 사람하고, 임신했다고 뭐하나 다르게 해 주는 것도 없는 저 사람하고

나는 뭘 하면서 1년이나 보낸건가......

지저분한 집에서 돈벌고 밥해대며 행복해지려고 결혼한거 맞나....

임신 초기 우울증 때문에 정신병원 가겠다고 난리쳤던거 생각나며 또 그 꼴 될 것 같았죠.

 

9시 넘어 슬 일어나더니 밥하고 김치 볶아 먹자고 내밀더군요. 꾸역꾸역 밥 먹고....

꼭 안더니 안방 들어가자고 데리고 들어갑니다. 그런거 보니 아픈데 불쌍한 마음도 들고....

침대 누워서 어제오늘 무슨 생각했어. 얘기해봐 그랬더니

내가 뭘 잘못한건데 그럽디다.

........................

그래 내가 다 잘못했겠지. 그러고 안방에서 나와 쇼파에 앉았습니다.

따라나오는거 기대도 안했습니다. 당연히 또 쿨쿨 자겠죠. 물론 그랬구요.

혼자 새벽 2시까지 잠도 못 자고 거실만 왔다갔다 베란다에 앉았다 현관에 나갔다

잠은 안 오고 미칠 것 같더군요. 혼자 울다가 화내다가 남들이보면 미친년이었겠죠.

 

이렇게 결혼기념일이 지나갔습니다.

매번 싸울 때 마다 제가 먼저 말 걸어서 얘기하고 풀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가 먼저 말 걸기도 싫어요. 저도 지쳤거든요.

이러고 며칠 더 있으면 자기가 답답하니 말 걸을래나.....

내 몸 하나도 힘든데 옆에서까지 저러니 미치겠습니다......

정신과 가보고 싶어요. 다 털어내버리고... 그렇지만 좁은 시골동네라 소문날까 그러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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