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때 다른 혼수에 대해선 그다지 말없던 시어머니 딴건 모르겠고 김치냉장고는 꼭 있어야 한다고 어찌나 성화를 대고 들들 볶아대서 별 필요를 못느끼고 무시할려던 저와 남편 시어머니가 지정하는 메이커 *채(제일 작은 사이즈)를 강요에 못이겨 샀습니다.
그러고나서 김장때마다 시댁에 불려내려가서 3박 4일씩 조수 노릇 한게 벌써 4년째예요.
배추 다듬어서 소금 간하고 하루, 배추씻어서 물 빼느라 또 하루, 김치 담느라 하루, 담은 김치 서울까지 실어날라 시누이네 주고 저희집에 갖다주느라 하루
매년 이렇게 11월 평일에 나흘씩 남편도 없이 시댁에 내려갔다 오네요.
김치속 넣어달라고 부르는 분들 때되면 밥 해먹일라, 혹시 시아버지랑 시할머니 집에 계시면 역시 식사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다 차려가면서 하는 김장... 물론 뒷설겆이와 정리는 다 제 몫이지죠. ㅎㅎ
피곤할만도 한데 시어머닌 지치지도 않는지 그 체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게다가 남편없이 저 혼자 내려가고 맨날 중간에서 시어머니 이상한 얘기하시면 컷트해주시는 시아버지도 일하는데 걸리적 거린다고 학교 연구실로 자리를 피하시고 둘만 남으니 기회는 이때다 싶으신건지 남편하고 같이 갈때는 안하고 안보이는 이상한 언행을 일삼아서 안그래도 가뜩이나 안해보던 일 하느라 힘든 저를 괴롭게 합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내려가면 제 앞에는 항상 20개가 넘는 김치통 씻기와 대형 김치냉장고 청소가 기다리고 있죠. 먹을거 없는 옛날도 아니고 시아버지 수입 아들,딸 합쳐서 제일 좋으셔 반찬 사드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김장은 왜 그리 많이 하는지 100포기는 기본이고 예전부터 거래하던 사람 밭이 있어 어느 정도까지는 돈주고 사오고 나머지는 마음껏 뽑아가라고 했다고 항상 김장때 내려가면 거실에 배추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제가 좀 걱정스러운 나머지 시댁에 내려가기 전에 이번엔 좀 적게 하자고 말씀드릴려고 전화했더니 시어머니 많이 안할것처럼 하더니 150포기 또 넘겼습니다.
시누이한테 들어서 이미 몇포기인지 다 알고 있었고, 엄마가 너 놀란다고 절대 포기수 제대로 알리지 말라 했다는 얘기까지 듣고난 후였는데 눈가리고 아웅도 유분수지...그래놓고 저 내려가니까 심란하냐? 하면서 제 눈치 슬슬 보시대요.
결혼 첫해는 시댁 앞동에 살아서 김장 도와주던 시누도 남편 직장 따라 서울로 올라오고 아들 둘 키우느라고 힘들다면서 시누는 집에 있으라 하고 같은 서울인 저만 내려와서 김장 도우라네요.
사실 시누 안오니까 더 편한 점도 있어요. 그 집 아들 둘이 사고뭉치들이라 김장때 있으면 시누가 일 돕는거보다 애들 정신없게 하고 뒷치닥거리 하는게 더 많은지라...
김장해서 세 집이 나눠야 하니까(시댁식구 시할머니 포함 3명, 저희 2명, 시누이네 어린 아들 둘 포함 4명) 어느정도 포기는 감수하겠지만 맨날 김치가 남아돌아 작은집 등등에 퍼주고 저 역시나 남아서 김장철이 도래하면 작년 김치 처리하느라 골머리가 딱딱 아플 지경이예요. 시누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시누 역시 그 담 김장철까지 작년 김치 다 못먹는다고 하고...ㅠㅠ
저 등꼴 뺄려고 작정한게 아닌 다음에야 왜 그런건지 정말 이해를 할수가 없네요.
당신도 김장 하고 나면 며칠 끙끙 앓는거 같더만 제가 전화해서 몸 괜찮으시냐고 하면 곧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쌩쌩하다 하면서 안 아픈척 한다지요. 저 김장해서 아프다고 하면 물론 생색낸다고 타박하구요. 한번은 김장하고 정말 힘들어서 얘기했더니 듣기 싫은 소리 하길래 그 후로는 저도 아프다 소리 절대 안해요.
그래놓고 한번은 제가 "김장 이렇게 많이 해서 그 다음 김장 전까지 다 드시긴 하세요?" 했더니 당신은 김치를 좋아해서 다 먹는다더군요.
거짓말 할걸 하셔야지 김장 직전에 김치 남아서 막 퍼주는거 내가 본것만도 수차례구만...
그렇게 김장을 많이 하면서도 봄되면 또 김치 담고 총각김치, 갓김치, 물김치, 백김치에 올해는 제가 좋아한다고 고들빼기까지 담을 예정이랍니다. 누가 담아달랬나? 진짜 미친거 같아요.
당신이 한 김치만 최고고, 당신 자식들 자기 김치 아니면 밥 굶는줄 아는데 정말 저 환장하겠습니다. 한번은 하도 당신이 담은 김치가 최고 맛있다며 자랑하길래 꼴보기 싫어서 "저는 이 집 김치는 이래서 맛있고 저 집 김치는 저래서 맛있던데 어머니는 어머니 김치만 드시나보네요. 맛있어도 계속 먹으면 물리지 않나요?" 했더니 저더러 맛을 몰라서 그렇다면서 김치속 넣어주러 오신 동네 친구분이 "며느님 이리와서 간 좀 봐주세요" 하면서 싱크대에서 뒷설겆이 하고 있는 저를 부르니까 저희 시어머니 중간에서 딱 자르면서 하시는 말씀이 "쟤는 맛을 몰라" 하면서 김치 맛도 안보여주더군요. 감히 며느리 주제에 당신 김치 칭찬 안하니까 열받은 모양... 유치하시더군요. ㅎㅎ
한번은 김치 속 넣어주러 오신 친구분이 저더러 누구냐고 하니 "우리 며느리야" 하니 "며느리가 서울 산다더니 김장하러 내려왔어요?" 묻대요. 시어머니 "내가 불러내렸지. 김치 담는거 보고 배우라고..." 하니까 그 친구분 깜짝 놀라더니 "아니, 김장한다고 서울서 며느리를 불러 내렸다구요? 왠만하면 그냥 담아서 올려 보내주지. X여사도 그렇게 안봤는데 시어머니 노릇 제대로 하시네" 하더군요. 그 말 한마디에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말은 김치 담는거 가르칠려고 불렀다면서 김장할때 김장과 관계없는 집안일 이것저것 하도 시켜대는 바람에 한쪽 구석 씽크대에 박혀 설겆이며 잡일 하느라 바빠 정작 양념 버무리고 김치속 넣는건 제대로 한번 본적도 없네요.
매년 시아버지께서 "김장 끝나고 나면 몸 아프다고 절절 매면서 욕심부리고 뭘 그렇게 많이 해!" 하고 화내시면서 김치 포기 수 줄이라고 얘길해도 끄떡도 안합니다.
다른 거는 어지간히 검소하고 낭비 안하는 분이 왜 김치에는 그렇게 낭비를 하고 사는지 참 이해불가입니다. 김장철 다가와서 "아직 김치 많이 있어요." 하면 다 버리든지 누구 주고 새 김치 가져다가 먹으라는데 그 김치는 당신 혼자 담느냐구요...네에?
혹시 저같은 고민 하는 분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