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월 전 군인의 신분으로 외박을 나와 술 한 잔 마시고 집에 들어가던
새벽 2시 무렵의 심야에 벌어진 일입니다.
한참동안 거리를 배회하는 것으로 보이던 여자분이 오시더니
택시비가 없어서 그런데 빌려줄 수 있느냐는 겁니다.
군인이라서 그랬을지, 아님 씀씀이가 헤펐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이 그 분이 필요한 택시비와 비슷한 오천 원 뿐이었습니다.
술도 거나하게 취한데다
군인의 신분으로 여성들만보면 예뻐보이는데
솔직히 야리꾸리한 흑심도 생겼죠.
저는 처음에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나이도 한두살은 어려보이는, 그것도 여자분이 한밤중에 거리를 배회하며
택시비를 빌리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안쓰럽더군요...
이번엔 제가 그 분에게 말을 걸어서 몇 마디 나누다가
결국 오천 원을 빌려..아니, 줬습니다.
저는 다음 날 부대에 복귀하는 군인인데 그걸 받아서 뭐에다 쓰겠습니다.
아니, 어떻게 받겠습니까.
'너무 감사합니다~연락처라도 주시면..'
이라며 말을 흐리는 그 분에게 차라리 쿨하게
'괜찮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일종의 호기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아니, 그래두요~'라길래
'그럼 그 쪽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전 군인이라서요.'
라고 말했더니만 전화번호를 알려주데요.
그러더니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며 재빨리...갑자기 재빨리 택시를 타고 떠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문자라도 보내라고 했습니다.
여성분들.
이 말이 잘못되었나요?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이왕 흑심없이 준 돈이고
새벽에 여자 혼자 택시타는 거 위험하니까 도착하면 문자 하나 보내달라고 했을 뿐이었는데.
제가 오버했던 것이었을까요?
답문도 없고
한참 연락도 없었습니다.
둔촌동에서 마천 근방의 집에 택시를 타고 갔을 때 소요될
시간을 아무리 따져봐도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걱정이 되는 겁니다.
괜히 내가 오버해서 그 분이 재빨리 택시를 타고 도망치듯 가버렸는데
그 택시의 기사분이 혹시...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군요.
괜히 집에도 못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머릿 속에는 상상이 커지고 있었죠.
제가 전화를 하는데, 겨우 전화를 받은 그 분이 도움을 요청하고
뭐 그런 망상말이죠.
그 분과 언제 본 사이도 아닌데..
괜히 걱정이 되는 겁니다.
한참 후 드디어 긴긴 신호음끝에 딸깍! 하면서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완전히 잠에 취한 중년 아저씨의 목소리..
하하하...
저는 그 분의 아버지쯤 되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하도 음침해서 그 택시 기사의 목소리인줄 알았습니다.
'혹시...(뭐라고 말해야 하지? 이름도 모르는데.,,)...그...둔촌동에 계셨던 여자분 핸드폰 아닌가요?'
라고 말했습니다.
아니라더군요.
왠지 계속 의심이 되었습니다.
그 놈이 왠지 '범인'일것 같았거든요.
며칠 후 다시 그 번호로 전화해보았습니다.
또 그 분이 받으시더군요.
아하하..
아무리..새벽에..술 좀 마신..군인에게..
돈을 빌렸기로서니..그렇다고..내가....
그걸 빌미로..당신한테 들러붙기라도,.
할줄..알았던..겁니까..??
당신 정말 너무했습니다.
하아..정말..아무리 나 혼자만의 상상이었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돈까지 쥐어주며 집에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걱정을 한 사람에게 너무 실례였어요.
그래요.
요즘 세상이 무섭다 무섭다 하죠.
그럼 택시비 정도는 들고 다니시죠.
아니면 버스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시구요.
혹시라도 그 분..이 글을 보신다면..뭐..어떻게 하라고 할 수도 없지만.
저는 참 섭섭했답니다.
아, 그리고 얼마 전에는 길가는데 웬 여고생이 버스카드를 잃어버렸다며
버스비 900원만 좀 빌려달라더군요,
마침 주머니에 딱 900원이 있었기에 괜히 입방정 안떨고 쓱 꺼내 쥐어주었습니다.
잠시 후 같은 거리를 지나는데 그 친구가 버스비를 달라데요.
그땐 만원짜리 뿐이라 없다고 했죠.
뭐
그 학생들을 그 다음 날도 같은 거리에서
보게 되었다고 말하면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을까요?
요즘
정말 살기 힘든가 봅니다..
군인 돈, 백수 돈..
남의 돈 아까운 줄 모르고 그런 식으로 털어가는
그런 분들을 보면 말이죠..^^
하지만 저는 또 같은 일을 당하더라도 제 여건이 된다면 도와주겠습니다.
제가 아무리 백수지만
그 돈 준다고 밥 굶는 것도 아니고
그 돈 준다고 그 분이 떵떵거리는 부자라도 되는 건 아니니까요.
아...저한테 택시비 가져가신 그 분...
비록 다소 두려운 마음에 제게 허위 번호를 가르쳐줬지만..
담에 다른 사람이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는 그런 아량있는 분이었음 좋겠습니다.
근데 왜이리 한숨이 나오는지...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