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포구 의 하루

가을남자 |2003.03.31 21:25
조회 317 |추천 0

                포구의 하루

먼동 터고 붉은 햇덩이 바닷물 붉게 끓인다. 지글지글 바다 끓이던 햇덩이의 기세

가 하얗게 한풀 꺾이면, 새벽부터 그물 걷어 올린 어부의 바쁜 손길 어창 물 가득

채운 통통배, 푸른 물고기 지느러미 반짝이며 포구로 돌아온다. 갈매기 뒤 따르며

아침의 행복에 생명 가득하다.


바다는 인간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의 뱃속에서

생명의 숨소리 맥박 치던 평온한 기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자란 사람들

은 바다를 규칙적으로 보지 않으면 숨이 막힌다고 한다. 바다를 자주 보는 사람들

은 호연지기가 생긴다 한다. 바다가 인간에게 주는 위대한 선물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사람의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바다의 또 다른 고향은 삶의 질긴

숨이 살아 있는 포구의 시장이다. 

마을 통통배들 아침 바삐 귀항하는 시간이면 어부의 아낙들도 삶 소리가 바빠진

다. 살아 펄떡이는 생선들을 어종별로 선별하여 활어차에 실리기도 하고 인근 횟

집으로 팔려나가기도 한다. 포구 찾아온 사람들에게 싱싱한 맛으로 다가가기도 한

다.


어부의 아낙들도 어부들만큼이나 강인하다. 바다와 싸운 세월의 힘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 그 시린 소금기 묻은 속살 다스리는 약을 쓰기나 할라치면 인삼도 부

자도 뭍의 사람들 보다 조금 많이 쓴단다. 그만큼 속이 차다는 이야기다.

포구에서는 무공해 청정 바람과 꾸밈과 포장 없는 제 맛 나는 생선을 즐길 수 있

다. 바다의 살아 있는 숨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파에 찌든 가슴속 쌓인 먼지 파도

가 훑어가고 심드렁해진 심성 역시 바닷바람에 감겨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바쁜 아침녘 숨 가쁘게 지나면, 오후의 포구엔 통발 그물 주낙 손상된 어구를 손질

하는 가족들의 손길 부산해진다. 은퇴한 늙은 어부의 갯바람에 주름진 손은 그물

깁기에 손 재빠르다. 한 개 피 입에 문 담배도 늙은 어부의 노동의 피로 풀어주는

고요한 행복이다.


갯바위 따사로운 곳에 나른한 갈매기 깃털 말리며 새로운 통통배 따라 나설 비상

을 준비한다. 오후의 바다는 한가롭게 편안하다.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도 여유가

만만하다. 해변의 긴 백사장에는 여름의 흔적만 군데군데 묻어 있을 뿐, 그곳에는

여름의 군상들 대신 해조들이 발자국 찍기에 여념이 없다. 빛의 스펙트럼 은빛 찰

랑이는 바다에 힘껏 조약돌 날려 물수제비 띄운다. 바다 타고 세상시름 날아간다.

바닷가에서 하늘 맞닿은 수평선 바라본다. 바다는 보는 이에게 용기와 생기를 북

돋워준다.


따뜻한 점심에 나른해진 몸 잠시 추스르면 포구는 다시 바빠진다. 이제 앞바다에 

내일 올릴 그물 내리려 다시 바다로 총총히 나간다.

저물녘 앞 바다로 나갔던 마지막 배가 들어오고 포구 등대 너머로 황혼이 깃들었

다. 까만 갯바위에 마지막 휴식을 취하던 갈매기도 둥지를 찾아 하늘 오른다. 그

물 깁던 늙은 어부도 주섬주섬 연장을 챙긴다. 생동하던 모든 것이 붉은 석양 속으

로 그림처럼 사라진다.


그러나 바다의 밤은 또 다른 얼굴로 탄생한다. 달 오르자 별 뜨고 등댓불 밝게 달

린다. 땅거미 짙은 어둠 대지에 파묻히고 별 박힌 늦은 저녁이면 유리창 넓은 횟집

에서 별 총총 바라보며 등대불빛 은하수 아래 빛의 화살 날린다. 수평선에 실루

엣 길어지는 어화의 황홀경에 바다의 동화를 이야기하면서 한 잔 소주로 속 데우

면 포구의 하루는 깊어져 간다.


뒷동산의 붉은 동백, 꽃잎 하나 상하지 않고 붉은 꽃송이 덩어리 째 소리 없이 떨

어진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