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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웅감독님께서 쓰신 "유니"라는 사람!

사람이사람을 |2007.01.25 23:26
조회 11,282 |추천 0

사실 그녀와는 몇 년전에 작품을 함께 했었다.

당시 그녀는 고등학생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녀는 두 번째 작품이였고 나에게는 첫 번째 작품이였다.

첫 번째 작품이 하이틴 이미지가 강한 스타들과 함께 한 작품이라 사실상 그녀는 거의 묻혀진 상태였다.

나름대로 의욕적으로 두 번째 작품에서는 온몸을 던지는 열연을 펼쳤다고 자부한다.

당시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애정씬이 있었다. 물론 요새 드라마에 나오는 정도밖에 안되긴 하지만, 아무튼 그녀가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여러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

4달정도 함께 작업을 했을때 그녀는 분명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였다.

한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추위에 떨면서도 남에 대한 배려를 해주던 그녀였다.

오히려 다섯 살이나 많은 내가 그녀의 위로를 받았으니 말이다.

 

어쩌면 별볼일없는 막내스텝이였던 난, 누군가의 따뜻한 한마디가 그렇게 눈물나게 고마웠던 때였기도 했다.

하지만 최소한 그녀의 눈빛은 진심이였다 느껴졌다.

한때 너무 일이 힘들어서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그런 나약한 생각을 뿌리칠 수 있게 해주던 사람중에 하나였다.

 

그 후로 영화는 소위 '완전쪽박' 의 결과를 낳았다.

개봉 얼마후 영화는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잊혀져 갔고,

이혜련이라는 배우는 드라마로 복귀했다.

나 역시 영화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계속해서 스텝일을 하면서 세번째 작품을 준비중 이였다.

당시 동료중에 그녀를 좋게본 사람이 있어서 그녀에 대한 캐스팅 제의를 했다.

하지만 알아본 결과 매니져도 없고, 최근 근황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역은 다른 여배우에게 돌아갔다. 사실 꼭 그녀가 캐스팅이 될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촬영이 임박할 무렵, 스텝들과 함께 머리도 식힐겸 근처의 쇼핑몰을 찾았다.

코엑스몰이였다.

한 남자가 눈앞에 들어왔다. 남자는 키가 무척이나 컸다. 오히려 옆에 있는 여자가 눈에 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사실 남자를 볼게 아니라 여자를 봐야했다. 여자는 그야말로 눈부신 미녀였기 때문에,

그러나 나의 소심함은 두 남녀를 외면한체 지나갔다.

이때 옆에 동료가 내게 '제 개 아니야?' 라고 했다.

'누구?'

'이혜련'

난 설마하는 생각을 했는데 뒤에서 '오빠!'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진짜 이혜련이였다. 예전에 작업할때는 그냥 편하게 혜련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내게 다가오더니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나역시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그녀가 내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인상적이였다. 

때론 우린 아주 사소한것에 우리는 감동한다.

그녀는 현재 학교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매니져는 없지만 곧 다시 활동을 시작할 거라며 연락처를 주었다.

우린 미소를 남기며 헤어졌다.

 

그리고 몇 달후 핸드폰을 바꾸면서 번호 정리를 할때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보았다.

그저 생각없이 삭제 버튼을 눌렀다.

어차피 나랑 직접적으로 통화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나도 어느새 최종목표를 이뤄가고 있었다.

가끔 케이블에서 예전 영화가 할때 가끔 그녀를 떠올리고 쇼핑몰의 만남을 떠올렸다.

그런 그녀가 유니라는 가수로 나왔을때 난 소리없이 응원했다.

내 이름을 기억해주는 유일한 가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담했다.

그래도 예전의 촬영장을 떠올리며 그녀라면 충분히 이겨낼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 난 여전히 미친듯이 일에 몰두했고 '유니'라는 가수는 잊혀져 갔다.

 

작년에 대한 회한과 상념이 가득한 1월의 어느날,

인터넷에서 그녀의 자살소식을 접할수있었다.

한 동안 멍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충격적이였다.

예전에 이은주씨가 고인이 되기전 우연히 어떤 자리에서 봤을때 '미소가 참 밝구나' 라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전의 그녀를 괴롭혔던 것이 우울증이라는 기사를 봤을때, 더욱 안타까웠다.

'주변에 많은 이들이 있었을텐데... 그 중 누구하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을 채워주지는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떠난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까?

다만 생전의 고인을 떠올려 봤을때 그녀는 분명, 좋은 사람이였다는 것이다.

고작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요새 같은때 좋은 사람이 더욱 그리워진다.

 

좋은 사람이였던 그녀를 추모하며...

2007년 1월의 끝자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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