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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0% 부족하오. ㅜㅜ

동글 |2007.02.16 20:41
조회 452 |추천 0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남친 가족한테는 인사도 드렸고, 결혼 얘기 나온지 꽤 되었네요.

나이가 나이인지라(둘다 30대 후반),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도 있어 같이 산지 반년입니다.

 

남자친구는 참 자상합니다. 제가 뭘 원하는지 늘 물어주고, 그대로 해주려고 애써줍니다.

쓰레기 한번 제 손으로 버린적이 없습니다.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뛰어나가 비디오도 빌려오고, 순대도 사오고,

조금 피곤해 보이면 안마도 해줍니다. 동네에서 한잔 걸치고 같이 걸어 들어오는 밤이면 업어주기도 잘합니다.

맥주 좋아하는 저를 위해 집에 맥주 떨어뜨려 본적이 없네요. 그리곤 맥주안주로 카나페도 만들어 준답니다.

술먹은 아침이면 저 좋아하는 만두, 달걀, 풋고추 넣고 고춧가루 풀어 너구리 맵게 끓여주지요.

떡살 들어가 걸쭉한 빨간 국물 먹을 때, 뜨거워서.. 매워서.. 고마워서.. 눈물 핑 돌죠..

저 만나기 전, 집 한번 청소 안하고 살던 사람인데, 시시때때로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 합니다.

1년간 게임폐인 하던 사람인데, 500만원 현질한 아이템, 다 팔아서 집 고치더군요. 저 불편한 거 싫다구요.

 

전 이혼을 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 사람 그거 알면서도 그리 합니다.(그사람은 총각입니다.)

오히려 저보다 제 아이 더 챙깁니다. 기숙사에 가 있기 때문에 떨어져 있는 아이에게 전화해라..따뜻하게 말해라..

한번은 집에서 입을 6천원짜리 티셔츠 한장 사주었더니, 애처럼 좋아하다가 XX(아이)도 하나 사주지..좋아할텐데..이럽니다.

 

그사람 성격도 한 성격하고, 공부도 나름 할만큼 했고, 어디가서 말로 딸릴 만큼 교양이나 상식, 없지 않습니다.

직업이 선생님입니다. 키크고 인물도 좋습니다. 옷입는 감각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제가 좋다는 건 맹목적이다 싶을 정도로 같이 좋아해주고,

제가 읽은 책 구절 얘기해주면 그 책 열심히 보고 공감대 형성하려고 애씁니다.

왜 있잖습니까..당신이 좋으면 나도 좋아요..딱 이사람이 저 대해주는 태돕니다.

 

어쩌다 그리 되었는고 하니..

제가 그리 잘난편은 아니나, 어쩌다보니 그사람한테 절대 고의가 아닌데 잘난척(?)을 좀 하게 되었습니다.

책 얘기건, 살림 얘기건, 회사 얘기건, 친구 얘기건..

제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이 사람이 모르고 있었던 게 좀 있나 봅니다.

 

진공청소기를 첨 돌렸을 때의 그 놀라와 하는 표정이란! 빨래 건조대 사다 널 때 놀라고!

집에 있는 세탁기 쓸줄을 몰라 고장난 줄 알고 세탁 맡기고 살았답니다.(세탁기 낡긴 했으나, 쓰기엔 멀쩡하더이다.)

오디오 연결하는 거 그런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잖습니까..근데 그거 제가 해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니 거의 뒤집어집니다.

이런걸 어찌 하느냐면서..(할줄 안다 해도 안 믿길래 발끈했었습니다.)

500ml PET병 콜라 먹다 남은거 거꾸로 보관하는 거 보고도 놀라고 파, 풋고추 사온대로 썰어서 냉동 보관 하는것도 이사람은 놀랄 일입니다. 이불 2~3주에 한번씩 커버 벗기고 빨았더니 기절합니다.(이불이 색깔이 왜그런가 했더니 안빨고 산지 어언..ㅡㅡ)  옷방에 귀신 나오게 생겼길래(완전 산같이 쌓인 옷더미) 하루 날 잡아 옷걸이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버릴거 다 내놓고, 어울리지 않게 거실 꽉 채웠던 책상, 안방으로 들여 놓고, 식탁, 냉장고 할 것 없이 수북히 쌓여 있던 잡동사니 정리했을 때는 저를 보는 눈이 달라지더군요….뭐 저도 나름 보람이 컸습니다.

 

요즘은 집도 뽀송뽀송하고 참 아늑합니다. 나름 최적화 상태라 제가 이제 힘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요리나 열심히 하지요. 하루에 두세가지는 꼭 새 요리를 먹게 하려고 애쓰고 케익도 굽기도 하고 새우도 구워주기도 하고 배가 좀 나와있으니 가능한 한 야채로 맛있게 해서 먹이려고 신경씁니다.

맛있다고 잘 먹어주는 거 고맙고, 네 손은 요리사의 손이란 말이다~! 라고 외치면서 설거지 전담까지 해주니 하루 하루 편안하고 고맙습니다.

둘이 밤이면 밤마다 뭐하고 놀아야 잘 놀았다 소문날까 궁리하면서

어떤날은 손목 맞기 고스톱도 치고, 어떤 날은 팝콘에 맥주 놓고 비디오 보고, 다 보면 또 감상 얘기하느라 시끄럽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 장을 보기도 합니다. 사람 적은 한산한 마트에서 손잡고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럴까요..제게 다시 없이 잘하는 이사람..더 잘하는 사람 세상에 없지 싶을 정도인데..

같이 살면서 짜증내고 쌈 거는 건 접니다.

 

이를테면 내가 정말 기본 상식이다 싶은걸 이 사람이 몰라서 헤매면 정말 짜증이 납니다.

(왜 더울까? 왜 추울까? 수준)

또 제 흉내를 잘 내는데, 참 안 어울리거든요..막 화가 날라 합니다. 모독당하는 거 같애요. 본인도 안 어울리지..그러는데 자꾸 합니다. 오늘은 하지 말라고 정색하고 뭐라 했습니다. 제가 나쁘죠..

제가 읽은 재미있는 책이 있어 추천했습니다. 그거 아주 재미있게 읽고 감동 받았다더군요. 그런데 거기 나오는 대사를 생활 중에 자꾸 합니다. 꼭 7,8세 사내아이가 만화책이나 홍콩 영화 보고 하루종일 그 흉내 내는 것 처럼요.

이사람이 저보다 잠이 많습니다. 체력도 약하죠. 저는 하루 5시간 자고 일하고 주말에도 낮잠 한번 자본적이 없는데

이사람은 밥 먹음 눕습니다. 주말에는 꼭 낮잠을 자구요. 제가 혼자 심심해서 집 치우고, 밥 하고, 책보고 빨래하고 놀다놀다 지쳐 깨우면 일어나서 해놓은 밥 먹고 왜 이렇게 피곤하지..하면서 또 눕고..

 

지난번에 직장 회식 때 같이 가자고 강권해서 따라 갔는데, 상사 분이 그럽니다. 지각 좀 하지 말라고….ㅜㅜ

어쩌다 세미나 비슷한걸 받았나 봅니다. 뒤에서 막 몸부림치고 졸고 하여튼 무지하게 불량하게 있다 왔나 봅니다. 그걸 웃으라고 얘기해줍니다.

오늘은 집에서 잠시 일할게 있다고 하면서 컴퓨터 켜고 일을 하는데 자세 무지 삐딱하대요.

거의 의자에 누워 다리는 꼬고..그래서 웃으면서 와 오빠 자세 무지하게 불량하네..그랬더니 나 원래 일할 때 직장에서도 이래..하고 웃으면 얘기하는데 기가 턱 막혔습니다.

로또 샀습니다. 둘다 꿈이 좋아 저는 만원, 이사람 이만원 어치 사고는 추첨일 전에 술을 한잔 마시다가 당첨되면 뭘하지..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저희 엄마 절 하나 제대로 가지고 싶어하시는 거 생각나서 난 우리엄마 절 지어주고 싶어! 그랬더니 안된답니다. 왜? 하니깐 우리엄마가 싫어해 그럽니다.

하루는 저녁 먹다가 (그날 상이 좀 거했습니다. 홍어찌개에 굴탕에 잡채 등등..)

나 돈 많이 벌어야겠다! 라고 해맑게 웃습니다. 그래 같이 웃으면서 왜? 그랬더니,

그래야 이런 거 해먹을 재료를 사지! 아, 놔.. ㅜㅜ 돈 많이 벌고 싶은 이유가 참 크기도 하여라..

 

남자친구는 참 소박(?)합니다. 참 좋은 사람인 건 알겠는데.. 제게 어떤 멘토링을 해줄수 있는 사람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전 제가 존경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때는 나를 좀 끌어주고 이건 이런 거다 라고 따끔하게 말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이 사람은 무조건 제가 하는 것만 따라 하고, 제가 하자는 대로만 합니다.

오빠 하고 싶은 거는 뭔데? 오빠 맘대로 해..라고 해도 자꾸 자꾸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고

심지어는 설거지 할 때 이건 버려야 돼? 말아야 돼? 까지 물어보고,

씽크대에 그릇하고 함께 카메라니 시계니 하는 것을 보관하지를 않나.. 그 나이에 프로의식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전 대기업 10년째 다니는데 군기 꽉 들어 회사 다니거든요,난 프로다, 돈 받은 만큼 회사에 벌어줘야 한다! 지각은 죽음이다! 같은..) 미래에 대해 고민도 없다네요. 맛있는 거 먹구 잘자고 그러고 살다 죽는거지..그러면서..

 

같이 있으면서 요즘은 자꾸 제 맘이 냉정해집니다.

20% 부족하네요..

남자들은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존경받고 싶어한다죠? 저, 제 남자친구, 존경하고 싶습니다..ㅜㅜ

 

똑똑한 남자는 멍청한 여자랑 살아도

똑똑한 여자는 멍청한 남자랑은 못산다는 말도 들리고..

잘 해주는 데도 자꾸 맘이 허기가 집니다.

제가 배부른 소리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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