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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르노 산업의 현장을 해부하다! <부기 나이트>(1997)

돈키회테 |2003.05.02 19:53
조회 2,530 |추천 0

미국 포르노 산업의 현장을 해부하다! <부기 나이트>(1997)

 

처음 극장에 이 영화의 포스터와 간판이 붙었을 때, 어쩌면 저렇게도 무식한 발상으로 영화를 홍보할까하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던 기억이 난다. 커다란 극장 간판에는 청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있는 여자의 손이 그려져 있었는데, 지퍼를 내리고 난 후의 행위(?)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만들던 그 간판. 다시금 생각해 봐도 그건 완전히 관객을 향한 속임수였을 뿐 아니라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 대한 모독이었다. 보여줘선 안될 부분이 보인다는 이유로 여기저기가 기워지고 가리워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무슨 포르노성 에로물인양 홍보가 되고 있다니... 단순히( 감독의 연출 의도나 이야기 흐름은 무시한 채) 관습적인 논리에 의해 삭제되고, 상업논리에 휘둘려 엉뚱한 방향으로 홍보되는 국내 영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필자는 왈칵 울화가 치밀었다. 그나마 요즘에는 해외에서 구한 DVD타이틀을 보며 화를 삭히고 있긴 하지만 '온전한' 영화를 볼 수 없는 국내 영화 여건은 아직도 답답하기만 하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단박에 <매그놀리아>를 떠 올릴 것이다.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감정 구조 속에서도 등장 인물들의 다양한 캐릭터를 생생하게 이끌어 내다가 마지막에는 개구리 비를 뿌려 버렸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 사실 그의 작품 세계를 세상에 알린 영화는 바로 이 <부기 나이트>였다. 미국의 영화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에 의해 1998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던 영화는 1970년대 미국의 포르노 산업 현장 한 가운데를 배경으로 하여, 그 속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인생을 모티프로 이야기를 시작 한다.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보면 영화는 감독의 1988년작 <덕 디글러 스토리 Dirk Diggler Story>의 업그레이드 버젼이라 할 수 있다. 부기 나이트는 전작보다 다양한 이야기 구성에 쟁쟁한 배우들을 기용하여, 좀 더 많은 사연들을 아련하게 담아 냈다고나 할까.

1970년대 말의 미국, 아둥바둥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

영화의 시작, 관객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깔아놓은 듯한 배경 음악이 조용히 들려오고, 뒤이어 디스코 풍의 'Best Of my life'가 흐르며 포르노 영화 제작자 잭(버트 레이놀즈 분)과 마기(줄리안 무어 분)가 나이트 클럽에 도착 한다. 플로어에서 춤을 추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그 사이를 누비는 롤러 걸(헤더 그레이엄 분)의 모습이 보인다. 화장실을 찾아가는 롤러 걸의 뒷모습을 두고 허름한 차림으로 등장한 에디(마크 월버그 분). 무표정한 얼굴로 둘러보다가 잭과 눈이 마주친다. 잭에게 일거리를 청하러 온 빌(윌리엄 마시 분). 왠지 억울하고 슬퍼 보이는 표정이 맘에 걸리지만 잭은 빌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 잭은 에디를 스카웃 하러 온 것이다. 아마도 그의 거대한 물건(?)에 대한 소문을 들었으리라....

이 작은 공간 안에서 마주친 인물들이 바로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잭은 수완이 좋은 사업가이긴 하지만 가족하나 없이 포르노 배우 마기와 살아가는 외로운 인물이고, 마기는 딸을 그리워하면서도 마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엄마다. 롤러 걸은 어릴 적 마음의 상처로 항상 롤러 스케이트를 신고 다니며, 절대로 신발을 벗지 않는다. 빌의 아내는 성도착증 환자로, 그녀가 아무 남자와 동침하는 탓에 빌의 마음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벅은 카우보이와 컨츄리 뮤직에 집착하며 고집스럽게 뭔가 해보려고 하지만 하는 일마다 꼬이기만하고 잘 풀리지 않는다. 이렇듯 각기 나름의 아픔과 희망을 안고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영화는 이들의 팍팍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간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에디(마크 월버그 분)에게 그나마 하나 주어진 재능은 남들보다 월등히 큰 33센티미터나 되는 성기뿐이다. 에디는 항상 자신의 묵직한 성기를 보며 언젠가는 대스타가 될 거라는 꿈을 키워왔는데, 포르노 영화계의 대부 잭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대물의 진상을 확인한 잭은 에디에게 영화 한 편 찍어보자는 제안을 한다. 그의 큰 꼬추(?)를 무기로 한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고, 순식간에 덕 디글러(에디의 새 이름)는 미국 포르노 영화계의 독보적인 남자 배우로 군림하게 된다. "삼류로 살고 싶지 않다. 누구나 뭔가 특별한 것을 타고 난다. 난 배우가 되겠다. 나에게도 뭔가 특별히 주어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평소 소신처럼 스타가 된 덕. 미국 포르노 영화제에서 4년 연속 최우수 남자배우 상을 거머쥐면서 그의 연기 인생(?)은 절정에 이른다. 이제는 포르노에서 탈피하여 액션물에 까지 출연하는 연기변신을 시도하고 음반까지 만들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정상에 올랐다고 자부하던 덕은 점점 거만해 지기 시작하고, 여자와 술 그리고 마약에 빠지면서 그의 생활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잭으로부터 해고 당하고, 방황을 거듭하는 덕. 이대로 추락하고 마는 것일까... 영화의 엔딩 씬, 덕은 거울 앞에서 지퍼를 내리고 조용히 외친다. '넌 스타가 될꺼야. 넌 할 수 있어. 아니 스타가 되어야만 해!'라고. 마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에서 제이크가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앞두고 자신에게 되뇌었듯이 말이다.(물론, 극장 개봉시 커다랗고 빨간 사각형으로 중요 부분을 가렸었다!)

앤더슨 감독은 어느 순간 상승 기류를 탔다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그러다가도 또 다시 올라갈 수도 있는 인생의 굴곡에 관한 법칙을 전제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라 하는 식의 정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단지, 여러 가지 다양한 삶의 전형들을 교차시켜 가면서 그 삶들이 가지고 있는 꿈과 애환들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고, 서른도 안된 젊은 감독이 만든 이 영화가 많은 찬사를 받았던 이유도 바로 이 '담백함' 때문이었다.

영화는 탄탄한 캐스팅과 연기력에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케빈 클라인의 광고 모델이기도 했던 마크 월버그와 <한니발>의 스탈링 형사역 줄리안 무어가 나와서 온몸을 던지는 열연을 펼치고, 왕년의 섹시 스타 버트레이놀즈는 냉철한 영화 제작자 잭으로 출연하여 절제된 연기를 보여 준다. <오스틴 파워>의 히로인 헤더 그래험도 섹시한 롤러걸로 나와 과감한 누드 연기를 펼치고, '파고'에서 어눌한 범죄자로 나왔던 윌리엄 마시는 무기력한 남편으로써 겪어야 하는 슬픔을 극단으로 연기 하며, 돈 치들은 유아적인 집착을 내포한 연기를 보여 준다.

관음증적인 기대감으로 극장을 찾은 분들에게는 다소 밋밋했을 수도 있지만, 영화는 몇 장면에서 과감한 누드로 관객에게 시각적 충격을 가한다. 영화의 배경이나 등장 인물이 포르노와 관련있기 때문에 등장하는 이 화면들이 단순한 '눈요기꺼리'로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주연급 배우들의 과감한 누드 연기에 힘입어 영화는 극의 사실감을 한 층 더 높이고 있다.

영화를 통해 감독은 마약과 술, 포르노가 범벅이된 70년대 말 당시의 사회 모습을 충실히 재현해 보여줄 뿐 아니라, 당시를 풍미했던 주옥같은 디스코 팝송들도 생생하게 들려 준다. 감독은 각 챕터별로 한 곡 정도의 노래를 삽입시켜 놓았는데, 당시의 사회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배경 음악들은 영화가 주는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매니아라면 반드시 소장하고 있을 타이틀

70년대 말 미국 포르노 산업을 해부하고 그 한 단면을 보여주어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각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의 향연이 좋았던 영화 부기 나이트, 70년대 팝아트 풍의 복고적인 디자인으로 발매된 플래티넘 시리즈 타이틀은 매니아들이 뽑는 소장가치 높은 타이틀 순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명 타이틀이다. 영화 본편은 상영시간 155분의 완편이 담겨져 있는데, 무엇보다도 아나몰픽 2.35:1 와이드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화면의 퀄리티는 말그대로 ' 디지털'이라 할 만 하다. 햇살 가득한 야외 장면은 너무나도 생생한 나머지 마치 야외에 직접 나와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며, 어두운 실내나 밤 장면 모두 안정적인 계조표현 속에서 선명한 윤곽과 색조를 보여 주고 있다. 타이틀의 음향은 현란한 음의 분리나 방향성 부여 보다는 오리지널 스코어의 정확한 분위기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깨끗하게 정제된 타이틀의 음향은 맛깔스럽게 삽입된 오리지널 스코어의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타이틀의 서플 중에는 이러한 음악들을 곡별로 장면을 볼 수 있는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1장짜리로 먼저 발매되었던 타이틀도 많은 서플을 담고 있지만, 2장 짜리로 발매된 플래티넘 시리즈 타이틀에는 몇가지 서플을 더 담겨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감독과 배우들의 육성해설(자막 없음), 음악 따로 듣기 메뉴가 들어있고, 나머지 서플들은 두 번째 디스크에 담겨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서플인 삭제 장면 메뉴에는 10개의 놓치기 아까운 삭제 장면들을 담아 놓았는데 감독의 해설을 곁들여서 볼 수도 있다. 앤더슨 감독의 말대로 굳이 삭제를 안했어도 좋을 것같은 장면도 몇 개 들어 있는데, 이 중에서도 등장인물의 다양한 표정이 한 번에 보여지는 시상식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 밖에 출연 및 제작진의 소개, 존 레일리 클립들, Try 뮤직비디오 등의 서플이 들어 있고, 역대 최고의 이스터 에그중 하나로 손꼽히는 '덕 디글러의 실제 카메라 테스트(그 실물을 확인 할 수 있다)' 이스터 에그도 들어 있다.

서플중에 메이킹 다큐가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지만, 국내에서 완편 상영이 어려울 것 같은 <부기 나이트>를 하이 퀄리티의 DVD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네오(DVD칼럼니스트) 2002.02.04

<부기 나이트 Boogie Nights>(1997)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시간 : 155분
자막 : 영어
화면비율 : 2.35:1
오디오 : 영어 돌비 디지털
지역코드 : 1지역(미국)
출시 : 뉴라인
부록 : 육성해설, 뮤직비디오, 음악 듣기, 삭제장면,
출연 및 제작진 소개 등

http://www.boogie-nights.com/

화질 : ★★★★☆/음질 : ★★★☆/서플 : ★★★★/소장가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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