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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13

편지 |2003.05.06 17:00
조회 85 |추천 0

비가 하루종일 내려서 인지 기분이 그러네요.

모두들 연휴는 잘 쉬고 오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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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태어나서 가장 환한 토요일이었다.

나는 10시 5분전에 카페 앞에 도착했고, 도착하자 마자  그가 횡단보도를

건너 뛰어오는것을 볼 수 있었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지금 막 도착 했어."

걸음이 흥겨워 지는 그의 손을 잡고 마로니에 공원쪽으로 걸었다.

 

아침의 공원은 비둘기와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회색 비둘기들.. 날개달린 쥐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움이라는 감정이 없는, 냉정한 본능을 갖은 그들이

호들갑스러운 사람들 보다 곱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학교에서 그런 경험이 있었다.

같이 다니는 친구 중에 유난하게 비둘기를 싫어 하는 친구가 있었다.

벤취에 앉자 여느때와 똑같이 비둘기들이 가까이 왔는데

그 친구가 소리를 지르는 통에 비둘기가 놀라서 움찔 하는 거였다.

"비둘기는 니가 더 무섭대~"

 

과자 부스러기를 비둘기에게 뿌려 주면서 한참을 놀았다.

"밀다원 갈까?"

"응"

지금은 담쟁이 넝쿨로 뒤덮이지만, 그때만 해도 담쟁이 넝쿨이 그렇게

무성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좁은 계단으로 올라간 이층에는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다.

 

커피가 나왔고 잠시 아무 말 않고 앉아 있는데,

그가 옆으로 가서 앉아도 되냐고 하였다.

어색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을 잡았고 그의 따스함이 내 몸 이곳 저곳으로 퍼지는 거 같았다.

"오늘은 입술이라고 이야기 했지?"

그가 입술을 대었고, 입김이 너무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나의 눈은 저절로 감겼다.

까만 하늘에 불꽃놀이처럼, 눈을 감아 깜깜한 내 시야에 번쩍이는 빛이 지속 되었다.

 

부드러운 입술과 달콤함. 섬광과 아득함. 그것이 나의 첫 입맞춤의 기억이다.

처음이라는 것은 뇌의 어느 부분에 박혀 버리는 것 같다.

그 기억은 너무나 강렬해서 언제든 내가 원할 때는 항상 출력이 가능한 거 같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우주에 나와 그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던 그순간이

너무도 또렷하다.

 

수민에게 학교에 일이 있다고 둘러대고, 정희를 만나러 가는 길은

착찹했다.

정희에게 분명하게 그만 보자고 이야기 해야 하는데,

그냥 귀찮았다. 내가 약속에 안나가버리고,

정희는 화가 나고 그렇게 나에게 연락을 안해 버리고..

일이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는 약속에는 나갈 사람이었고,

만약 내가 안나가도 무슨 일이 생긴것으로 이해할 정희 였으며,

어떤 관계로든 이어질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술, 담배나 노름 처럼 사람의 관계도 시작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작한 다음에는 나의 의지는 그 상황에 50의 몫 밖에는 못한다.

그 상황은 스스로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또다른 상황을 새끼 치고 또 그 새끼 상황들이 또 다른 상황을 낳고..

그 쯤 되면 나의 의지로만은 상황을 통제할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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