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와 AC밀란전을 말함에 있어서 미들 싸움을 기준으로 경기를 평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맨유는 미드필드를 거치는 짧은 패스로 공격을 만들어 가기 때문에 미드필드에서의 힘 싸움은 필수 적인 것이지만, AC밀란은 한번의 롱 패스로 공격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힘싸움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AC밀란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나면 상대방이 자신의 골문으로 슈팅을 때리지 못하도록 벽을 쌓는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골 마우스지역에서의 튼튼한 지역방어 시스템을 쓰는 팀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얼마나 유효 슈팅을 때리며 수비 진영을 휘저었느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전혀 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하는 팀이기 때문에 같은 잣대와 기준을 가지고 양 팀을 평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맨유는 사실상 수비라인에 대한 많은 부담감을 가진 상태였다. 에브라-에인세-웨스브라운-존오셔 라는 수비 라인을 AC밀란전에 사용 하였다. 여기에서 에브라, 웨스브라운, 존 오셔는 리그 도중 각각 왼쪽윙백, 센터백, 오른쪽 윙백 포지션에 출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에인세의 중앙 수비 기용은 처음 이기 때문에 유럽 최고의 강팀중 하나인 AC밀란과의 경기에서 이런 선수 구성을 사용한다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경기를 분석해 보아도 카카의 두 골은 에인세의 실수가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것은 에인세의 중앙 수비수 기용이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걸 보여주는 결과다. 하지만 그런 에인세의 기용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AC밀란과의 경기에서 크게 위험한 모습을 자주 노출하지 않은 것은 미드필드의 공격 가담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수비라인과 미드필드이 좀 더 협력 수비를 함으로써 에인세의 수비 부담을 줄였던 점이 AC밀란과의 경기에서 수비라인이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데 크게 주효 했다고 보여진다.

현재 맨유의 수비진이 얼마나 부실한지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카카의 드리블에 맨유는 일자백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비스듬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중앙 수비수 두명이 카카에게 지나치게 몰리는 현상마저 볼 수 있다. 이럴때는 한명의 수비수가 카카에게 강하게 압박 하기 위해 올라와야 한다. 혹은 일자백을 정확하게 유지하면서 상대 측면 공격수들의 공격을 저지 해야 한다.

카카에게 실점하던 상황으로 위의 경우는 에인세가 웨스브라운가 동일 선상에 서주었어야 했었다. 위와 같은 상황은 에인세 스스로는 카카와 적당한 간격 유지를 했다고 생각 한것 같지만, 월드 클래스를 수비해보지 못한 에인세의 판단 착오가 아닌가 싶다. 위치 자체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저런 위치는 에인세의 수비 기술과, 카카의 스피드를 생각하면 에인세가 카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위치다.
맨유는 AC밀란전에서평소에는 잘 보여주지 않던 많은 다른 플레이를 했다. 패스, 침투 루트, 중앙 미들의 활동 범위 등에서 발견 할 수 있다.
맨유가 주로 선호하는 패스는 백패스나, 횡패스가 거의 없이 침투해 들어가는 공격수의 템포를 죽이지 않는 전진 패스다. 설령 백패스나 횡패스를 한다면 전진 패스를 하기 위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일뿐 공격을 함에 있어서 횡패스나 백패스를 사용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팀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맨유 경기는 달랐다. 모험적인 전진 패스를 날리기 보다는 확실한 찬스가 아니면 전진 패스를 날리지 않고 볼을 돌리며 공간을 찾는 플레이에 주력할 정도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밀란의 수비 진형이 튼튼하고 각 수비수들의 피지컬과, 위치 선정이 뛰어나다는 점을 의식함과 동시에 공격 전개를 하다 패스가 짤려 역습을 허용할 경우 에인세를 포함한 수비 진형에 걸릴 과부하를 감안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플레이는 미드필드의 공격 가담율을 줄임으로써 루니의 고립을 자초했고, 가투소가 교체아웃 한 뒤 맨유의 미드필더가 평소대로 공격을 하기 전까지는 AC밀란의 높은 수비 벽을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위에 세 사진은 C날도가 사이드를 타는 측면 돌파 보다는 중앙 돌파를 시도하는 사진이다. 원래는 측면 돌파를 더 선호하는 C날도가 이날 유독 중앙 돌파를 시도 한 이유는 측면에서의 협력 수비가 좋은 AC밀란에 대비해 팀 전술적으로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닌가 한다.

위 사진은 C날도가 측면 돌파를 시도하다가 AC밀란의 협력 수비에 막히는 장면이다.
또한 밀란은 이탈리아 특유의 협력 수비가 좋은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사이드라인을 타고 드리블 돌파를 한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돌파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두세명의 협력 수비로 인해 돌파가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크로스를 올릴 공간도 내줄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맨유는 크로스와, 침투 루트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C날도의 경우 사이드라인을 타는 돌파 보다는 좀 더 중앙쪽의 돌파를 시도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평소의 C날도라면 측면으로 향하는 드리블 돌파를 해 엔드라인까지 드리블 해갈 텐데, 무리를 해서라도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 슈팅까지 날리면서 자신의 공격이 짤려 역습을 내주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모습을 경기도중 자주 볼 수 있었다. 또한 스피드가 좋은 에브라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들이 AC밀란 수비수 뒤쪽으로의 돌파 후 크로스 보다는 수비수 앞쪽에서 길게 올리는 크로스를 구사하였다.
하지만 이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은 루니에게 적은 찬스를 내주고, 볼 점유율 면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지만 유효 슈팅을 거의 때리지 못함으로써 밀란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가투소의 교체 아웃을 기점으로 밀란과, 맨유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AC밀란의 높은 수비 벽에 부딪혀 변변찮은 슈팅 하나 날리던 상황과는 다르게 가투소가 교체 아웃 된 이후 많은 상황 변화를 겪은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 한가지는 가투소의 부재 이다. 전반전에도 스콜스의 중거리 슈팅 기회나, 플래처의 침투 플레이와 같은 플레이가 있어왔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가투소는 맨유의 공격흐름을 끊어왔고 맨유 공격의 예봉을 꺽는 첨병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가투소가 교체 아웃 된 이후 경기에 새로 들어온 브로키 선수는 가투소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주지 못함으로써 맨유의 2선 침투에 의한 플레이가 효과적일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루니의 동점골은 스콜스의 침투를 제대로 막지 못한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가투소였다면 그 전에 맨유의 공격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한가지를 들자면 밀란 공격진의 체력 저하다. 롱 패스에 의한 공격 전개는 공격수들에게 많은 체력 부담을 안겨준다. 롱 패스에 의한 공격 전개는 주로 역습에 의존하고, 순간적으로 보유된 공격숫자로 공격을 마무리 해야 하기 때문에 긴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며 공간 침투를 노려야 한다. 중간에 템포가 죽을 경우 2선에서 받쳐주는 미드필더들의 침투가 한템포 늦기 때문에 효율적인 공격을 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플레이는 공격수들에게 많은 체력부담을 가져다 주었고, 이러한 체력 저하 포인트가 바로 가투소의 교체 시기였다. AC밀란의 공격수들의 체력 저하는 맨유 수비진의 수비 부담이 적어짐을 뜻하고, 미드필더들이 좀 더 적극적인 공격 침투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때 상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C날도의 침투 루트 인데 가투소의 교체 아웃을 기점으로 C날도의 사이드라인을 타는 드리블 돌파가 시도되기 시작했다. 이는 측면에서 공격이 짤린다 하더라도 수비진이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과, 이런 플레이로 중앙에 침투해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좀 더 공간을 내주기 위함이었을 거라고 생각 된다.
만약 가투소가 교체아웃 되지 않았다면 후반 20분 즈음부터 맨유의 파상공세가 시작 되었을테지만, 아마 스코어가 2:1인 상황에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투소의 교체는 AC밀란 수비진형의 벽에 균열을 가져다 주었고, 이를 놓칠 맨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스코어는 3:2로 역전 되었고, 홈에서 맨유가 1승을 추가하였다.

루니의 동점 골은 가투소의 부재로 인해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라인 커버 플레이가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트라이커가 수비수들과 동일 선상에 서 있을 경우 위 사진의 케릭, 스콜스처럼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 공격수가 안정적으로 패스 할 수 있게 놔두면 치명적이다. 스콜스의 패스처럼 공격수와 수비수가 경합 할 수 있는 정확한 쓰루패스를 넣을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변수라면 리오 퍼디난드의 복귀라고 하겠다. 가투소의 부상 상태는 그리 크지 않은것으로 보이며 2차전에서 가투소가 복귀한다고 할 때 맨유는 강력한 수비벽을 바탕으로 하는 AC밀란의 강한 역공에 굉장히 시달릴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서 에인세의 중앙 수비수 기용이 도마위에 오를 것이라고 보인다. 리오 퍼디난드가 복귀해 수비진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그러하지 못한다면 맨유는 중앙 수비진의 취약함을 보여주며 대패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AC밀란 팬들에게는 호나우도의 부재가 굉장히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보여지며, 필자 또한 호나우도의 부재가 카카의 급격한 체력 저하를 가져왔다고 보기 때문에 1차전의 패배에서 그의 부재가 AC밀란에게로써는 굉장히 큰 아쉬움이 됐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