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는 2년전 전 직장에서 만난 사내 커플입니다.
당시 여친은 신입사원이었고 사귀기 시작한지 6개월 후에 저는 이직을 하였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 직장에 3년 동안 몸담았던 터라 아직도 회사 돌아가는 시스템이나 문화 같은 것을 잘 알고 있지요. 여친이 있는 부서는 회식이 잦은 편이고 특히나 여직원들 술 잘 먹는 전통으로 유명합니다.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라 회식을 하게 되면 타 부서 사람들과 2, 3차 조인트 회식을 하는 경우도 흔하지요.
어쨌거나 여친이 회식만 하면 MT를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2개월 전이었습니다. 우연히 여친 다이어리를 몰래 보게 되었는데 주기적으로 특정한 날에 스티커가 붙어 있더군요. 스티커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봤는데 바로 저와 관계를 맺은 날 혹은 회식날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못본 척하고 며칠 후에 여친을 불러내서 다이어리를 보고 싶다며 운을 띄워보았습니다. 예상대로 여친은 펄쩍 뛰며 거부했고, 저는 비밀 많은 사람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초강수를 써서 거의 뺏다시피 했는데 결국 스티커 붙어 있는 부분을 모두 찢어버린 다음에야 보여주더군요. 그래서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니 실토하라고 실갱이를 거듭한 끝에 결국 자백을 받아내었습니다. 술에 많이 취해 MT를 간 건 사실이지만 절대 제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정말 웃긴 건 여친은 그동안 제 앞에서 술을 잘 못 먹는다며 연기를 해왔다는 겁니다. 2년 동안 단 둘이서 술 먹은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나마 소주 2~3잔 이상을 마시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이중적일 수 있는지 치가 떨리더군요. 다이어리엔 올해 1월부터 기록이 되어 있지만 작년에도 그런 생활이 반복되었을 것이라는 건 불보듯 뻔했습니다.
저는 헤어지자고 했지만 여친은 울며불며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무릎꿇고 빌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받아주었죠. 그런 일이 있은지 얼마 안 되어 저는 전 직장 후배를 불러내어 술을 사주며 그 문제를 상의해보았습니다. 후배도 처음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고 하다가 나중에 술이 들어가니 충격적인 말을 털어놓더군요. 그 회사에서 제 여친과 잠자리를 못한 남자는 병신 아니면 고자라는 겁니다. 저와 사귀고 있는 여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건지.. 정말 모조리 쏴죽이고 저도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어찌됐건 그 이후론 여친이 정말 반성하는 듯 했고 회식자리도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어제는 정말 불참할 수 없는 자리라 1차만 참석하고 파하겠다고 미리 통보를 하더군요. 근데 밤 12시 이후로 전화를 받지 않는 겁니다. 저는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전화를 해봤지만 잘 모르겠다는 말밖에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11시 드디어 여친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첨엔 술 취해서 일찍 집에 와서 잤다고 핑계를 대더군요. 그래서 제가 회사를 발칵 뒤집어 놓아서라도 어제 네 행적을 조사하겠다고 협박하니 순순히 자백을 했습니다. 또 울고 불고 난리났네요. 우리집 앞에 와서 무릎꿇고 빌 테니 한번만 더 용서해달라고 합니다.
이 여자 과연 용서해줘야 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