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희엄마 덕분에 기분좋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어디든지 막 저희 어머니를 자랑하고 싶어서 몇글자 적어봅니다.
전 20대 중후반인데 제가 늦둥이라서 어머니는 벌써 내년에 환갑이세요..벌써ㅜ
일단 저희 어머니는..제가 아주 어릴 적에 아버지와 이혼을 하시고는 빈몸으로 나오셔서
딸 셋을 혼자서 키우셨어요.
살림만 하셨던 분이시라, 특별한 기술도 없으셨고 방직공장에서 일 하시면서 저희를 길러 주셨죠.
당연히, 제가 어릴 적엔 경제적으로 항상 쪼들렸고.
넷이서 단칸방에서 살았지만, 아주 낙천적이고 유쾌한 분이시라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힘든 교대 근무 속에서도 힘들다 내색 한번 하지 않으셨고, 가난해도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걸 몸소 보여주신 훌륭한 분이세요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시겠지만요..^^)
그러다가 언니들은 다 독립을 하고 제가 중학생때 좋은 분을 만나 재가를 하셨어요.
새 아버지도 재산이 많으신 분은 아니였지만, 성실하고 순박한 분이셨고..
그동안 혼자서 힘들게 사셨으니 저희는 재혼하시는거에 대대대 찬성이었지요..^^
그렇게 두분이서 트럭에 물건을 실어다 주는 도매업을 하시면서도 서서히 돈을 모아가셨어요.
두 분은 돈을 굴린다는 개념이 없으시고, 그냥 꾸준히 일하셔서 모으시기만 하시거든요
그런데, 문제의 IMF때 가게도 열고 딸들 시집보낸다고 모아두셨던 2억을 아는 사람에게 빌려주었는데 회사가 부도가 나고, 그 분도 사라지셔서 2억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당시 저에겐 지구도 살만큼 큰 돈으로 느껴졌어요. 특히, 없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돈이죠)
처음엔 말씀도 안하시다가 몇일을 끙끙 앓으시니, 언니들도 다 내려와서 걱정하니 말씀을 하시더라구요..언니들이 돈 일부라도 찾아야 한다며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막 이런데 알아보고 그랬는데, 2-3일 후에 그러지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냥 잊자고..
우린 다시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사람은 오죽 하겠냐고..
당시에는 엄마가 답답했지만, 지금 돌아보니..분명 어머니에게 살과 피같은 돈이었을텐데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하는 좌절감도 컸을텐데..그 와중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금방 기운 차리신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물론, 이제 자리를 잡으셨어요.)
서론이 무쟈게 길어졌지만, 저희 어머니는 이런 분이세요.
제가 대학입학때문에 서울로 와서 지내는데도 몇달만에 한번 내려가겠다고 해도 차비 아까우니 그냥 그 돈으로 저 맛난거 사먹으라고..;; 어머니 본인 앞으로는 천원짜리 한장도 아까워하시는분
나중에 취직해서 뭐 좀 사드릴려고 해도..그냥 모으라고! 다 싫다고~뭐 사드릴려고 해도 오히려 화를 내시는..;;
그럼 안되는 건데...그럼 더 신경써야하는건데, 그동안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하고 살았나봅니다.
핸드폰 하나 사면서도 문자나 카메라 안쓰시니까 통화만 되는걸로 사드리고..
선물 살돈이면 그냥 현금으로 부쳐드리고..ㅡㅡ;
어머니는 뭐 사는 것도 싫어하고..새로운 것에 적응도 느리실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일 전에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민탱아, 엄마 문자 쓰는거 배워서 문자 보냈다. 그런데 왜 답장 안보내??"
(그 전에 들어온 문자를 못봤거든요..)
민탱이..민탱이...!!! ㅋㅋㅋ 저 자지러 졌습니다.
손자가 곧 있음 중학생이 되는 울 엄니가 딸보고 민탱이라니;; (제 이름 뒷글자가 '민'이에요)
게다가 문자 보내놓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을 엄마를 생각하니, 너무 즐겁고 웃음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기분 좋은 소식을 오늘 들었어요.
저희에겐 말씀 안하셨는데 올 3월부터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청소년상담? 암튼 그걸 듣고
계신다고 하더라구요.
그거 이수하고나면 나중에 학교나 복지시설등에서 상담교사 (정교사는 아니지만 뭐 그런게 있나봅니다.) 될 수 있다고 하시면서..^^
평생을 힘들게만 사셨는데, 그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고, 밝고 재미있게 사시는 저희 어머니를 보면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오늘도 엄마와 문자를 주고 받다가 "엄마, 사랑해♡"했더니,
"난 가짜로 사랑해" 답장 보내시더군요.^^
엄마, 진짜진짜 많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