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ABC방송보도] “美10대 살인범들은 매트릭스 狂”
2003년 05월 21일 12:06
◆ 사진설명 : 영화 '매트릭스'의 포스터. 미국에서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가 청소년들의 살인충동을 조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ABC방송은 19일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과 변호사들의 말을 인용,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잘 안 되는 영화내용이 청소년들의 가학성(加虐性)을 유발하거나 정신착란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속편인 ‘매트릭스2-리로리드(The Matrix Reloaded)’가 북미지역 배급 첫 주말에 9330만달러(약 1120억원)의 흥행수입으로 할리우드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ABC에 따르면, 1999년 4월 콜로라도주(州) 컬럼바인 고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하고 자살한 고교생 2명은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처럼 트렌치코트를 입었으며, 자신들을 ‘트렌치코트 마피아’로 불렀다. 지난 2월 버지니아주에서 부모를 총으로 쏴 죽인 19세 청소년은 법정에서 자신이 영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도 범행 당시 영화 주인공이 쓰는 것과 비슷한 총을 사용했으며,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었다. 또 자신의 방에 영화 매트릭스 포스터를 붙여놓고, 스스로 영화 속에 살고 있다고 믿었다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지난해 10월 양아버지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워싱턴 일대에서 10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저격살해, 세계를 경악케 했던 리 말보(18) 역시 영화 매트릭스의 환상에 빠져 있었다. 그는 지난달 말 법정에서도 전혀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으며, 증언대에 서서도 희생자들을 살해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즐거운 듯 웃기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체포되기 전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나는 신이다.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상대해야 하는지 모르는가”라는 녹음을 남겼다. 지금은 감방 벽에 “매트릭스에서 너 자신을 구제하라”는 메모를 붙여놓고 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이와 관련, 위스콘신대학의 조안 캔터 박사는 “다른 폭력영화의 영향을 받아 살인사건을 저지른 청소년들도 있지만, 매트릭스와 관련된 범인들은 영화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언급한다”며 “매트릭스는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윤희영 기자 hyyo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