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사귀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첨에 우리집에 인사시킨다고 데리고 왔을 적에, 생긴 모습에 실망을 했습니다. 영 외모가 아니었거든요.
거기다 주변머리도 없어서, 무슨 말 한 마디를 하면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어려워서. 사회성에 문제가 있어 보일 정도로 그랬는데... 마치 중고등학생의 그것 같더군요.
알 수 없는 학교를 나왔다고 하고,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안일(모텔)을 도와 조바일을
하고 있더군요. 객관적인 걸로만 봐서는 영 아닌 친구였습니다.
아버지가 안계신 입장이라 장남인 제가 아버지 격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동생이 미리 얘기를 하더군요. 오빠가 말을 막해버리면 얘가 더 버벅거릴거라고, 착한 애니까 잘 봐달라고.
동생이 좋다는데 어느 오빠가 말리겠습니까?
부담 안 가지게 말 좋게 해주고, 편하게 대해주었습니다.
그 후로 한 1년여가 지났습니다.
아직 30대 중반, 안정을 찾지는 못한 나이에 집안을 부양하다보니 저도 아직 결혼을 못하고, 살림살이는 빠듯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에는 대출을 받긴했지만 우리집을 샀고, 이제 모든 일이 잘 되어갈 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렴풋이 동생 남자친구네에서 동생을 반대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있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그 녀석 아버지가 동생을 보자고 했다더군요.
만나니까, "네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얘가 죽고 못산다니까 마지못해 허락을 한다."라는 식의 말을 했다더군요. 그러면서 한 달 내에 결혼을 올리라고 했대요.
조금 불쾌했습니다만, 별 내색 없이 동생의 의향을 물어보니 가능하다면 자신도 그러고 싶다더군요.
근데... 어제 그 녀석 어머니란 사람이 동생을 보자고 했답니다.
어머니는 별반 반대가 없었다길래 동생은 콧노래마저 부르며 집을 나섰습니다.
퇴근해 집에 올 무렵 동생이 맥주를 좀 사가지고 오라더군요.
궁금하기도 해서 동생이랑 얘기를 해보려고 왔는데.... 맥주 한 잔이 들어가자 동생이 눈물을 쏟더군요.
드라마였습니다. 자식한테는 우리 동생 칭찬만 했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차마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쏘아댔더군요.
"집은 어떻게 샀어...? 오빠가 구두닦이라며...? 아... 대학 나온거야...? 무슨 돈으로...? 직업은...? 한 달에 얼마나 번대...?" 등등. 동생 표현을 빌리자면 평생 그런 수모는 처음 당해봤답니다. 자신의 흠을 찾는 건 그렇다쳐도 식구들을 싸잡아 거지새끼 취급을 하더라는거죠. 그나마 저한테 얘기해준 건 약한(?) 거랍니다. 결국, 그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하나도 마음에 드는 건 없지만 애새끼가 좋다니까 시킨다 이거였죠. 기가 막히고 열불이 터졌습니다.
우리 동생... 학교 다닐 적에 직장 다닐 적에 날렸던(?) 앱니다. 이쁘고 영리하고 착하기로요.
목을 맸던 놈팽이들도 여럿 되었었죠.
저요...? 불법적인 일 안하고 남한테 폐 안끼치고 열심히 살아온 놈입니다. 즉, 남한테 손가락질 받을 만한 짓을 해 본 적이 없는 집안이라는거죠. 그리고 이유없이 남한테 무시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제 집 번듯하니 있고, 내 차 있고 수입도 또래들 보다는 많은 편인데, 그 인간들한테는 무슨 똥파리처럼 여겨졌나봅니다.
그 집안... 무식이 꽃피는 집안입니다.
부모... 강원도 산골에서 일자무식으로 운으로 재산을 모은 집안입니다. 불법적인 짓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여자 장사). 그 애새끼들... 학교 제대로 나온 놈 없습니다. 어디 산골짜기에 붙어있는 이상한 학교를 나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란 사람이 큰 며느리한테 이년저년 미친년 개같은년은 예사랍니다. 허구헌날 외도를 해서 집안이 잠잠할 날이 없고, 술만 쳐먹으면 술취한 10대들 하는 망나니 짓은 다 한다더군요. 어머니란 사람도 거의 다를바 없답니다. 오죽하면 며느리가 죽으려고 약을 먹었었답니다.
빌딩을 몇 개 가지고 있답니다. 모텔을 하니 현금도 많겠지요. 동생 말이, 백억 이상의 재산가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돈이었던겁니다. 사실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습니다. 기껏 동생한테 물어본다는게, "그 친구 사랑하냐? 그럼 그 사랑 잘 간직해서 꼭 결혼해라." 정도... 사실 제 잘못도 있었던 겁니다. 얘기를 하니 처음에는 돈 많은 녀석이라 만나기 시작했던 것 같답니다. 이것저것 사주고 만나면 맛있는 거 사주고, 그러다 미안해서 만나다보니 이렇게까지 된 것 같답니다.
가슴을 쳤습니다. 내가 널 그렇게 가르친 적이 없는데, 넌 어디서 뭘 보고 그런 기준아닌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거냐?라고 묻자, 동생이 이젠 자신도 잘 모르겠답니다. 관계가 깊어지자 그냥 착해서, 자기 말 잘 들어주고 평생 잘해줄 것 같아서 계속 만났던 것이랍니다. 낼모레 서른이 되는데도 동생은 사랑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겁니다. 동생한테 죽고 못사는 놈 아니면 버려라, 낼 오빠가 다 매듭짓겠다고 했습니다. 밤에 분해서 잠이 안오더군요. 별 추잡스런 것들이 돈푼 좀 가지고 있다고 사람을 우습게봐. 제 입에선 계속 상스런 욕이 맴돌았습니다.
오늘 전화를 걸었습니다.
동생 남자친구에게 먼저. "얘기 다 들었는데, 이래도 일을 진행시키면 내가 병신이라는 소리밖에는 안된다, 동생한테 물어봤는데 긴가민가하는게 얘도 별로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끝내자. 앞으로 동생한테 연락을 한다거나 찾아오지 마라." 그 녀석... 우물쭈물 아무말도 못하고 연신 죄송합니다라고만 얘기하더군요.
그 녀석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 누구 오빤데요, 얘기 대충 들었습니다. 그렇게 내키지 않는 혼사시면 여기서 그만 둡시다. 예의없는 몰상식한 집안하고는 얽히고 싶지 않으니까 아줌마 자식 간수나 잘 시켜요. 아. 돈많다는데 돈쳐발라서 여자 하나 데리고 오믄 되겠구만.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댁 자식하고 우리 누구하고 결혼을 시킵니까? 난 뭐 그녀석이 마음에 들어서 결혼시키려고 했는줄 아세요? 어이구... 퍽이나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더군요? 그만 여기서 끝내죠."
뭐라 말하려고 하는지 나중에 전화하겠다고해서, "내가 왜 당신하고 또 통화를 해?" 하고 끊어버렸습니다. 그렇게 퍼부어 주고도 분이 안풀린 나머지 펜을 쥔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집에 와서 어머니, 그리고 출장 가 있는 둘째에게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어머니, 동생 다 잘 했다라고 하더군요. 막내 녀석은 잘 모르겠답니다. 해서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핸펀은 제가 뺏어서 뽀개버리려구요. 새로 하나 사주려고 합니다.
세상에 벼라별 인간들이 많다고 알고 있지만... 돈 좀 있다고 없는 사람 무시하는 것들...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돈벌레지.
동생이 툴툴 털고 또다른 사랑을 시작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