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잠시 우리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아이에게 자신의 아버지와 나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내 말에
아이는 그저 입을 닫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이 아이도 아직 어리지만 이해할 수 있을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잘못을 아이 앞에서 빌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찾아온 것 같아
용기를 내려고 한다.
내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에 갑자기 아이가 말했다.
“잠시만요.”
아이가 나를 제지한다.
“그보다 제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시겠어요?”
갑자기 허를 찔린 듯이 당황스러워졌다.
나는 당황한다.
“..........현민 군에 관한 얘기?”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오늘은 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드리고 싶어요.”
아이는 내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무덤덤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 미대를 가겠다고 했을 때 어머님이 가장 불안해 하셨어요.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무척 말리셨죠. 끝까지 반대를
하셨어요.”
“..............................”
“그렇지만 아버지는 아버지고 저는 저예요. 내가 그림을 선택한 것은
내가 그 일을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단지 아버지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만일 그림을 제가
좋아하지 않았거나 소질이 없었다면 저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왔죠..............”
아이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거야 당연한 게 아닐까요? 현민 군의 인생은 현민 군의 것인데
그 선택에 대해 고민하거나 우려할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현
민 군은 본인의 인생을 선택할 자격이 있으니까요. 물론 아버지께서
재능을 발휘 못하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또다시 죄책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 아이의 아버지에게 내가 했던 일은 손톱 밑에 깊이 박힌 가시인 양
내 마음 속에서 빠지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