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밑에 다람쥐처럼 등을 세우고 앉져있는 헤겔 아저씨의 입에서
끙! 하는 신음 소리가 나오는걸 신호라도 하듯이 마을 근위병들은 슈슉!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춤에서 대검들을 일제히 뽑아 들었다
판아저씨네 가게 바닥이 마루로 되어 있는 바람에 이 멋진 동작들이 소리없이
휙! 하고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쿠구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마을 근위병들은 원대형으로 그 젊은 기사를 둘러싸고 그를 향해 검의 끝을 겨누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멋진 동작들에 비해 일부 동물적 감각이 부족한 마을 사람들은 이제서야
고함을 지르며 판아저씨네 가게를 완력으로 넓히기라도 하려는듯 일제히 벽쪽으로 붙어섰다.
하지만 벽은 생각외로 단단해서 그들은 벽을 뚫고 나가진 못했다
하지만 장차 미래에 전설속의 영웅이 될 나는 이미 근위병들이 칼을 뽑는 동시에 이 긴박한
상황을 눈치채고 내 하나뿐인 부하 제키의 앞을 막아서며 그를 보호했다.
하하 이 위대한 감각과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 사실 어쩔 수 없었다.
이 멍청한 부하는 아직도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파악을 못한체 그 젊은기사
(그는 더 이상 멋진 기사가 아니다 – 판아저씨네 버섯스프와 관련되어 이미 나와 다른 식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고로 멋진 영웅들은 나처럼 미식가들이 많았기 때문에)의
화려한 검집에 모든 시선을 빼앗긴체 다른 어느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은 석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누구 한명이 재치기만 해도 순식간에 피비린내가 날것만 같은 이 위기의 상황에 긴장하지
않고 여유로움을 보이는 사람은 이 가게에 단 두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바로 검의 화려한 꽃속에 둘러싸여져 있는 그 젊은 기사와 아직도 내 등뒤에서 입을 벌린체
그 젊은 기사를 연신 감탄하며 구경하고 있는 내 멍청한 부하 제키뿐
아니 자세히 보면 아직도 식탁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그 젊은 기사와 함께온 일행들은
평소에도 이런일이 자주 있는듯한 표정으로 흥미롭게 이 상황을 지켜 보고 있었다.
붉은 얼굴의 변종 오우거는 어처구니 없게 판아저씨네 버섯스프를 그사이 3그릇이나 비워냈지만
내가 이렇게 주변 상황들을 놓침 없이 꽤 뚫어 보는 사이 가게 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한
상태에서 일부 근위병들의 목으로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만 들릴 뿐 일체 어떠한 행동도 없이 다음에 벌어질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내 나이 10살에 지난 10년간 모진 세월과 숱한 역경을 견뎌오면서 지금처럼 숨막히고
온몸이 떨려오는긴장감을 느껴보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엄청난 경험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곧 뒤따라 오는 더 큰 충격속에..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은 (사실 체 5미니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 정막을 깨트린건 다름 아닌
저 얼굴붉은 오우거였다. 아직도 테이블 밑에 들어가있는
헤겔 아저씨와 달리 순식간에 테이블로 돌아간 얼굴 붉은 오우거는 그 짧은 시간동안
3그릇의 버섯스프를 더 해치운 다음 마지막
수저를 놓으면서 정말 오우거의 절규와도 같은 긴 트름을 했다. 끄~~~~으~~~~윽! 윽!
저 길고 정말 듣기 싫은 트름 소리가 채 끝을 맺기도 전에 채채챙~ 하는 날카로운 금속성
파열음과 동시에 관객들의 놀란 함성소리가 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얼굴 붉은 오우거의 듣기 싫은 트름 소리에 잠시 시선을 그 쪽으로 뺏겼던 내가 다시 시선을
돌렸을땐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상태였다.
아까의 절제된 멋진 동작을 비웃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금속성의 울림과 함께 근위병들이
들고있던대검들의 반쪽 그것도 윗쪽의 검날 부분들이
있어야할 자리를 이탈해서 판아저씨 가게 바닥에 동그러니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었다.
그 해바라기를 만든 사람은 그 젊은 기사의 검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그 화려한 검집속으로
들어가있었구 다시 들어가기에 너무 초라해져 버린 근위병들의 대검들은 그들의 자존심처럼
반쪽만이 남아있었다.
이제서야 어떤 상황인지 뒤늦게 파악이된 구경꾼들은 마을에 있어서 난생처음 벌어지는
기사들의 전투에 놀라 서둘러 문밖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좁은 판아저씨네 문이 하나뿐인게 원망스러운듯 사람들은 문과 문이 아닌 창문까지 이용해서
가게밖으로 빠져나가기 바뻤으며 그 덕에 순식간에
판아저씨 가게에는 그 젊은 기사 무리와 반토막이 된 검을 검집에 넣지도 그렇다고
다시 위협하고자 앞으로 내밀 수도 없는 근위병들과 이제서야
식탁밑에서 일어난 헤겔 아저씨 그리고 이 소란스러움에서도 미처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미련한 저 새끼 우오거 같은 제키와 처음부터
이상황을 한치의 흐트럼없이 지켜보고 있던 미래의 영웅 나 가일뿐이었다.
아! 또 한사람 있다. 차마 고개 내밀고 쳐다보지는 못하지만 달아나면 더 이상 판아저씨네
가게가 안될 것 같아 눈만 테이블 위로 올려놓구 혹 식탁이라도 하나 망가질까 조심조심하는
판 아저씨가 있었다.
밖으로 도망나간 마을 주민들이 다시 창문으로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다음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잔뜩 긴장하고 있는 사이 이미 한번 볼품 구겼던 헤겔 아저씨의 검이 서서히
중앙의 젊은 기사를 향해 올라서며 정중하면서 절도 있는 질문이 그들을 향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며 조용한 우리 마을에 이렇게 소란스럽게 만든
목적을밝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헤겔 아저씨의 저 정중하며 위엄있고 또 자기의 의무를 다하는 저 모습에 식탁 밑으로
내동이쳐졌던 아까의 이미지는 싹 지워지고 다시 아버지의 든든한 십부장으로 돌아왔다.
허나, 헤겔 아저씨의 이 정중한 질문에 돌아온 것이라곤 당근대신 말라 비틀어진 무를
디밀었을 때 판아저씨네 당나귀가 주로 하던 어처구니 없는 코방귀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쇳가루 섞인 듯한 목소리 (정말 듣기 싫었다 이건 제키가 수업시간에 부르는
노래보다더 심했다)가 들려왔다.
‘촌구석이라 실력만큼이나 어리석은넘이 십부장을 하고 있군. 이봐 꺽다리 당신 그냥
그검으로오리나 잡고 국자나 들고 스프나 개발해 보는게 어때?
여기 스프가 엉망이라 십부장보단 그 쪽이 돈도 많이 벌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키도 커서
주방장 복장도 잘 어울리겠네..’
‘킥킥!’ ‘크 흐흐…~’
잔인할 정도의 저 비아냥에 그 젊은 기사 무리들은 함께 비웃음을 날리기 시작했고
그 젊은 기사는 우쭐하는 몸짓으로 양 어깨를 치켜세우더니 헤겔 아저씨에게서 등을 돌리고선
테이블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여지 저 젊은 기사와 붉은 얼굴 오우거만 눈에 들어왔지 자세히 보니 그 젊은
기사와 함께온 무리들의 수가 꽤 되었다.
그 젊은 화려한 기사와 붉은 얼굴 오우거는 이미 봤구 그 뒤로 테이블에 둘러 앉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보라색의 긴머리를 헝크러 트리고 몸에 착 달라붙은
가죽 바지와 상반신의 중앙만 간신히 가린 가죽 윗옷을 입고 온몸에는 눈이 부실정도의
많은 장신구들을 치렁 치렁 달고 있는 한 여인이 다리를 꼬고는
입술만큼이나 붉은 포도주를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이 고지식한 촌 마을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복장이었다.
하긴 우리 왕국은 래드 드래곤을 상징하는 정렬적인 래드왕국인데 비해 우리 마을은
저기 스완이 머물고 있는 화이트 교단의 엄격한 통제(?)에 따라 검손과 절제를 미덕으로 삼고
있는 마을이니 저런 복장은 죽었다 깨어나도 볼 수가 없다
아니 상상자체가 힘들었으니 나에게도 무척이나 낳선 풍경이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영웅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괴롭히던 못땐 어쎄신이나 흑마법사들의
복장이 저렇다고 읽은 기억이 나면서 막연히 상상하던
그림이 실제 눈앞에 나타나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후끈거리며 한겨울 난로 옆에서 콩구어
먹을때처럼 발갛게 닳아올랐다.
물런 지금은 한여름이라 판아저씨네 가게엔 난로가 없다.
.
이러다 나도 얼굴 붉은 인간이 될까봐 또는 누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아버지에게 일러
바칠까봐 어서 시선을 돌리는데
가만, 저 이상한 옷차림의 여자에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화려한 검집이 눈에 들어오고
그 검집을 차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저 젊은 기사인데 그렇다면…
..
내 뒤에 있는 제키가 판아저씨네 가게에 들어오면서부터 쭉 입을 헤 벌리고 처다보고 있었던건
저 젊은 기사나 그의 검집이 아니라 바로….
뒤로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내가 시선을 막자 언제 이동했는지 오른쪽으로 2보 이동한 자리에서
여전히 입을 벌리고 검집 아니 저 이상한 누나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저런 부하를 믿고 장차 영웅의 모험담을 그려나갈 생각을 하자 앞이
깜깜했다.
순간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내 주먹보다 더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제키의 입으로 내 필살 공력을
실어입을 막으려 시도하는데…
‘본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건 불온한 목적을 가지고 우리 성을 방문한 걸로 여기겠소’
라는 헤겔 아저씨의 외침과 동시에 헤겔 아저씨는 검을 그 젊은 기사를 향하며 왼손으로는
재빠르게 그의 어깨를 낚아 채려했다.
허나 그의 어깨에 손이 채 닿기도 전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판아저씨네 가게에 매케한
연기와 함께 먼가 잘못 타들어가는 듯한 노린내가
가게전체를 가득 매웠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눈뜨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연기가 조금씩 가시자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번에는 식탁밑이 아니라 판 아저씨네 가게 바닥에 반듯하니 누워있는 헤겔 아저씨가 눈에
들어온것이다. 그것도 그냥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젊은 기사의 갑옷에 비해 형편없을 정도로 얇포름한 갑옷은 무슨 불붙은 해머에 맞은 것처럼
움푹 들어가있구 그 주위엔 검은 재들이 시커멓게 묻어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헤겔 아저씨의 머리가 평소보다 3배는 커졌다
자세히 보니 얼굴은 검게 그을린 것 빼곤 그대로 인데 단지 머리카락들이 홀라당 타는 바람에
평소 길러서 묶고 다니던 머리스타일이 동내 언덕에 돌아다니는
양털처럼 막 꼬여서 커다랗게 변했다
물런 양털은 누런색인데 헤겔 아저씨 머리는 다타버린 검은색이 된게 조금 다르긴 하지만
웃으면 안되는데 무슨 궁정가발
( 아버지가 성주님 행사나 파티에 마지못해 쓰던 커다란 가발을 몇번 본적있다. 아버지는
행사도중에 항상 가발이 바람에 날아갔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되면서 가발을 벗어서 버리기
일수 였구 그럴 때 마다 성주님은 항상 최고급 가발을 바로 다음날 집사를 시켜 선물했다)이
불에 살짝 그을린듯한 모습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헤겔 아저씨는 정말 웃음을 참을려구 해도
참기 힘들었다. 물런 이때 웃음이 나올려는 사람은 단지 나뿐이었던거 같다.
창문에서 안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사람들은 폭탄 터지는듯한 소음과 함께 헤겔아저씨가
바닥에 누워있자 모두 고함을 지르며 도망을 가버렸다..
도망가는 사람들중에 대 다수가 부르는 이름은 다름 아닌 아버지 이름과 칸아저씨였다.
허나 난 정말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끙 하는 소리와 함께 어떻게던 몸을 일으키려는 헤겔 아저씨를 보자 죽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에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려는 순간 밖에서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여러마리의 말들이
울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판 아저씨네 가게를 향해 들려왔다..
말들이 채 서기도 전에 판 아저씨네 가게문을 급히 져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칸아저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