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장진영-이나영-전지현 '망가지니 더 재밌다'
[굿데이] 김호은 기자 hekim@hot.co.kr
"나는 프로다. 망가져도 상관없다!"
예쁘게 보이기를 과감하게 포기한 여배우들이 있다. <싱글즈>의 장진영, <영어 완전정복>의 이나영, <4인용 식탁>의 전지현. 모두 '영화를 위해서라면 이 한몸 망가져도 좋다'는 굳은 각오를 보인다. 그러나 원판보존(?)의 법칙은 유효하다. 현장 목격자들도 "망가져도 예쁘다"고 한마디씩 한다.
<싱글즈> '김칫국 마시기 전문' 장진영
"잠에서 부스스 일어나 산발머리를 벅벅 긁는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나온 추리닝 차림. 책상에 놓인 주전자에 입을 대고 마시다 주르르 흘리자 옷을 툭툭 손으로 털어 버린다."
29세 싱글 노처녀 히스테리가 나날이 늘어간다.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밀려 디자이너가 계열사인 패밀리 레스토랑 매니저로 발령받는다.
오랜만에 애인을 만나는 날, 최고급 호텔방을 잡아 상상만 해왔던 '근사한 밤'을 기대하지만 바로 그날 밤 보기 좋게 차인다. 충격에 비를 맞고 얼이 다 빠진 채 친구 동미(엄정화 분)와 정준(이범수 분)을 찾은 나난. 이번에는 '혹시 임신을 한 것은 아닐까' 하며 호들갑을 떤다.
'색깔있는 여인' 장진영이 영화 <싱글즈>(감독 권칠인·제작 싸이더스)로 첫 코미디 영화에 도전했다. 좌우명은 절대 예쁘게 보이지 말기. 첫 촬영 때 어색함에 얼굴을 붉혔던 장진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코미디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 걸 그랬어요."
<영어 완전정복> '엉뚱한 덤앤더머' 이나영
"별 볼일 없는 외모에 성격까지 기괴하다. 외국인이 다가오면 도망치고, 가끔 넘어져 피를 흘리기도 한다. '하우 아 유?'라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아임 파인, 생큐. 앤드 유?'라고 영어 교과서대로 답한다."
영화 <영어 완전정복>(감독 김성수·제작 나비픽처스)의 영주는 '영어'라는 단어만 들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동사무소 직원이다. 어느날 특명을 받고 영어정복에 나선다. 그러나 사실 영어 콤플렉스보다 남자에 대한 콤플렉스가 더 심하다. 자신은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여자'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 부딪쳐서는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이나영이 별 볼일 없는 외모를 가졌다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도 잘 그려지지 않지만 스틸 사진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나영은 영주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외모를 망가뜨렸다. 치과에서 직접 치아교정기를 준비하고, 앞머리를 짧게 자른 채 조금은 바보 같은 미소로 카메라 앞에 섰다.
이나영에게도 이번이 첫번째 코미디 영화다. 수준급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영어 완전 '초짜' 영주를 연기하기 위해 '어눌하게 발음하기'를 연습 중이다.
<4인용 식탁> '신비의 아줌마' 전지현
"남들이 못 보는 타인의 과거나 귀신을 본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는 그녀를 무서워한다. 그녀 역시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상처만 주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았고, 남편은 있지만 혼자 살고 있는 주부 연. 불행한 재능을 지니고 있어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갑자기 잠들어 버리는 희귀병 기면증을 앓고 있어 길을 걷다가 쓰러지기도 한다. 창백한 얼굴에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한 몽롱한 눈빛, 비밀이 많은 여인이다.
전지현이 코믹 이미지를 완전히 걷어냈다. 지난 2001년 <엽기적인 그녀>에서 '엽기 최고봉' 캐릭터를 보여줬던 '그녀'가 공포영화 <4인용 식탁>(감독 이수연·제작 영화사봄)에서는 신비로운 여인으로 변신했다.
발랄한 신세대 이미지를 벗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주부를 인터뷰한 비디오 자료를 반복해서 봤다. 메이크업도 전혀 안했다. 여배우들은 보통 예쁘게 보이기 위해 1시간이 넘도록 '분장'을 한다.
그러나 전지현은 단 5분이면 OK다. 이 때문에 얼굴의 조그만 잡티가 그대로 드러난다. 더군다나 푸석푸석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에 일부러 파마약을 발라 머릿결을 상하게 하는 독기를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