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부터 4년전, 제가 대학 3학년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저희 집안 일을 봐 주셨지요.
추석이라 아들집에 가신다며 외삼촌집에 가시고, 추석 다음날 쓰러지셨습니다.
그 후로 딱 50일 뒤에 돌아가셨죠.
어느날 꿈에 아빠, 엄마, 저 , 동생 그리고 외할머니와 함께 배를 타고
무인도로 놀러를 갔습니다.
한참 놀고 나니 아빠가 배가 들어와서 집에 가야 된다고 했어요.
짐을 주섬주섬 챙겨서 낯선 집을 나오는데,
외할머니는 이불 속에 앉으셔서 우리만 물끄러미 바라보시고
가실 생각을 안하시는거예요.
식구 누구 하나 남겨진 할머니에게 가잔 말도 안하고
등을 보이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할머니와 식구들을 번갈아 보며,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저에게 손을 내어 저으시며
"얼른 가라, 내는 안갈란다. 얼른가라"
하시는거예요.
"할머니 같이 가자. 왜 안가?"
하니 할머니가 희미하게 웃으시며 계속 손짓으로 가라 하시더라구요.
그러던중 아빠가 다시 들어와서
"장모 여 계실긴교? 같이 안가실긴교?" 하니
할머니가 다시 손짓을 하시며 가라 하시더라구요.
아빠는 저에게 다그치며
"지금 가야 된다. 배 떠나면 안된다. 나가자. 어서 나가자" 하셨어요.
할머니를 계속 돌아보며 아빠 손에 이끌려 흰색 쓰레트의 낯선 집을 나왔습니다.
그때 보았던 할머니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슬픔과 체념이 묻어 있던 희미한 미소가요..
외삼촌집에서 쓰러지시고 49일동안 외숙모가 할머니를 부양했습니다.
두명의 아들을 먼저 앞세우고, 남은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는데
외할머니는 외동딸인 엄마를 끔찍히도 위하셨었죠.
어느날 외숙모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모셔가라며,
자기는 도저히 어머니 못 모시겠다 하더라구요.
살림도 요리도 너무나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 내는 외숙모라 아마 힘드셨나봐요.
니가 힘들면 자기가 돈 낼테니 요양원이라도 보내라고 그러셨어요.
엄마는 울면서 거동도 못하시는 외할머니를 담요위에 놓고 저와 함께
담요 귀퉁이를 잡아 엄마 차에 모셨습니다.
엄마는 집으로 와서 외할머니를 깨끗히 목욕시키고,
"엄마 요즘 귀저기 잘 나오니까, 미안해 하지 말고 많이 먹어" 했습니다.
할머니가 오신 그다음날 새벽.
저희 아파트에 평소에는 없던 왠 까마귀가 그렇게 울어대던지요.
선잠을 자면서 어렴풋이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가시겠구나.."
그렇게 저희 집에 오신지 하루만에,
제가 그 꿈을 꾼지 딱 일주일 만에 할머니는 엄마 품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느그 할미가 느그 엄마 고생할까봐 하루만에 가셨는갑다"
"딸내집이 그래도 편했는갑네, 거 가서 돌아가실라고.."
그렇게 할머니는 가시고.
어느날 저는 또 꿈을 꾸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청소를 하시고, 밭을 돌보시고, 약숫물을 뜨러 가시는 할머니-
전 다시 돌아오신 할머니가 너무 신기해서 계속 졸졸 따라다니며
"할머니 할머니" 하고 말을 걸었는데,
할머니는 제가 안보이시는지 계속 하던 일을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꿈에서 깨고 생각났던것은
영화 "디아더스"였습니다.
할머니는 살아계셨을때 생활처럼 계속 여기 살고 계신것이 아닌가..
죽은 영이 무슨 생각이 있겠냐만은..
살아 있을때의 습을 버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것이 아닌가..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식 둘 앞세우고 남편 빨리 보내고..살아 평생 한 많았던 할머니,
살아계셨을때 너무 못되게 굴어서 가슴에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