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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투데이... 35

송수민 |2003.06.02 23:01
조회 156 |추천 0

 


"......"

현주는 귀가 멍해지는 것 같았다.

주위에서 가볍게 들리던 작은 소음들마져도 현주의 귀를 통과 할수 없을만큼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너한텐 별로 놀랍지 않지? 뭐.... 더 쇼킹하게 놀랄 일 없나? 이거보다 더 쇼킹해서 내가 아무렇지 않게 이 일들을 받아 드릴 수 있는 일 없을까.. 현주야?"

채현은 여전히 현주를 뒤로했다.

현주는 꼭 다문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온몸이 심하게 떨려오자, 현주의 두 손은 앉아 있는 계단 바닥을 힘껏 누르고 있었다.

"무현오빠가 결혼을 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고 싶은 현주는 여전히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채현을 향해 아주 천천히 나지막이 물었다.

"어"

"...언제?"

"몇 일 내로 약혼식하고 바로 결혼 할 것 같더라."

"누구.. 만나온 사람이 있었던 거야 오빠?"

"아니. 아빠회사 사람 딸하구 하는거야, 지금 오빠 비서실에 있구. "

"어..그래."

채현의 딱딱 떨어지는 대답에 이어진 현주의 반신반의한 물음이 너무나 대조되어 갈수록 현주의 시선은 자신의 발 밑을 향해 떨구어져 갔다.

"어제까진 너무나 우울했었는데.."

채현이 획 하고 몸을 돌려 현주를 향했다.

"오빠의 결정에 나도 더 이상의 반기를 들지 않기로 했어. 그리고 이 소식을 우리 가족의 즐거움으로 받아드리려고 .. 잘 한 거겠지, 현주야? 

너도 좋지? 우리 오빠가 이제 안정된 생활을 하겠다고 하니 말이야."

채현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현주는 채현의 얼굴을 마주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달리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아니 감추려할수록 왠지 들켜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우울한 얼굴 빛.. 슬픈 눈빛은 현주의 이어지는 말 뒤로 숨는 듯 했다.

"축하해.. 오빠를 잃는 다기보단.. 좋은 새 언니를 맞이한다고 생각해야지, 뭐..
안 그래? 정말.. 축하해."

"그 인사는 나중에 우리 오빠한테 해줘. 오빠가 좋아하겠어."

"그래.."

현주는 조용히 앉았던 계단의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 많이 뺏은 거지?"

현주는 대답대신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나 대회까지는 이래야 하는데, 뭐..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잖아.."

"그러게 시간이 참 금방 지나간다. 남은 몇 일 쭉 끌어 올려서 좋은 성적? 알지?"

채현의 두 손이 현주의 양어깨를 힘껏 잡아 주었다.

 

*

 

저 만치 교문을 향해 내려가는 채현이의 뒷모습..

현주는 멍한 눈빛이 되어가면서 점점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갔다.

 

*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던 현주는 교수님이 레슨실로 들어와 자신의 바로 옆으로 서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김교수는 현주를 부르지 않고, 그대로 서서 현주를 내려보았다.

이젠 바닥을 향한 시선을 삼킬 듯 내려진 고개가 현주의 양다리로 묻히고, 작은 어깨의 떨림이 일며 숨죽인 울음이 나왔다.

 

김교수는 가만히 뒤돌아 레슨 실을 나갔다.

 

현주는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 체 숨죽인 울음소리를 낼뿐이었다.

 

 

*

 

계단의 끝에서 복도로 이어지는 발걸음의 속도가 뛰듯 빠른 주민은 레슨실 가까이까지가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힘겨워했다.

 

[ 오늘 레슨은 오후에 괜찮겠다, 싶으면 진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내일로 미루자.]
[갑자기 무슨 일 있으세요, 교수님?]
[글세.. 연습실에 현주 있으니까 그렇게 말 전하고  내일 보지.]

 

주민은 교수님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말씀하신 듯 하지만, 레슨실로 가서 현주를 보라는 뜻으로 들렸다.
그래서 한걸음에 달려온 레슨실 앞..

커다란 레슨실 중앙으로 쪼그리고 앉은 현주의 모습이 주민의 눈엔 오늘따라 무척이나 안쓰러우리만치 여리고 작게 보여졌다.

 

조용스레 문을 열고 들어온 주민은 발걸음에 신경이 쓰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는 현주가 왠지 이상하게 보였다.

문밖 창에서 보았을 땐 그냥 단순하게 상체가 몸을 움츠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현주에게로 가까이 갈수록 주민은 온몸을 감싸게 되는 기운에 두려워졌다.

전혀 움직임이 일지 않는 현주의 몸이 주민의 눈으로 들어왔다.

"현주야!"

주민은 현주에게로 바닥에 미끄러지며 달려들었다.

 

 

*

 

응급실 침대 옆으로 쳐져 있는 커텐을 닫고 돌아서 걸어 나오는 주민 앞으로 급하게 들어오는 현주의 부모님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주민은 현주의 부모님들 곁으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

".. 아니, 현주가 왜요? "

걱정스런 목소리가 가득한 현주 엄마는 현주의 침대로 먼저 가기보단 주민에게 상황을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예.. 전화로 말씀 드렸듯이 탈수 현상이래요.. 아마도 대회가 몇일 안 남은 상태라 신경도 쇠약해지고 몸도 약해 졌었나봐요."

현주 엄마는 옆으로 선 남편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주민에게 고맙단 말을 한 뒤에 현주가 누워 있는 침대로 가까이 갔다.

"저.., 교수님 지금까지 계시다가 방금 전에 가셨어요. 그리고.. 현주 지금 맞고 있는 링겔 약 다 맞으면.. 집으로 가도 된다고..의사선생님께서.."

주민은 현주의 부모님 옆으로 나란히 서선 잠들어 있는 현주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대회.. 아무래도 무리가 있지 않겠냐..하셨어요.. 교수님이. 내일 전화 직접 하신다고 교수님께서.. 그러셨어요."

"그래요? 그래야 겠죠. 얼마나 힘들었으면.. 얘가 이러지 않았는데, 이번엔 지도 욕심을 많이 냈었던 모양이네요."

"그런가 봐요."

"고마워요, 여러 가지로."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주민은 인사를 마치고 응급실을 나왔다.
그리고 병원 입구 주차장을 향해 걷던 주민의 입에선 긴 호흡의 한숨이 나왔다.

'녀석.. 갑자기.. 어제까지도 괜찮았는데.. 그렇게 부담스러웠나..?'

 

 

주민의 차가 병원을 빠져나와 대기 신호등 앞에서 파란 신호를 기다릴 때쯤 차의 뒤쪽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주민은 백 밀어로 힐끗 소리나는 뒷좌석을 보았다.

아무래도 현주의 손가방에서 나는 듯 했다.

119차가 현주를 레슨실에서 싣고 나갈 때, 정신 없이 가방을 챙겨 나온다고 한 것을 차에 두고 그냥 내렸던 것이었다.

주민은 계속 울리는 전화기를 뒤로하고 신호를 받자, 출발했다.

 

 

*

 

씻고 들어온 주민의 방에서 전화벨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주민은 현주의 가방을 열어 전화기를 꺼냈다.

그러나 받아야 할지를 잠시 전화기를 든 채 망설이다 플립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 시간까지 연습이었어?"

주민은 플립을 열자마자 이어지는 말에 약간.. 멈칫 해졌다.

".. 네 여보세요. 현주 전화기입니다."

"...."

준은 준대로 이 상황을 어리둥절했다.

"저.. 김현주 핸드폰 아닌가요?"

"네. 맞는데요. 지금 현주에 전화기를 제가 가지고 있어요."

"네? 아.. 혹시.. 현주한테 일 있는 건 아니죠?"

"저.. 실례지만, 누구신지.."

주민은 갑자기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궁금해졌다.

"아, 네.. 전 정준이라고 하는데요."

주민은 전화기 저편의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그리곤 편안한 자세를 취하면서 현주의 오늘 일을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

 

준은 갈팡질팡 왔다갔다 이리저리 서성였다.
그러다가 급하게 방을 나왔다.

"준아, 어디 가는 거야?"

아래층에서 올라가던 민은 준의 급한 발걸음에 놀라 불러 세웠다.

"형, 미안해. 갔다 와서 말할게."

민은 현관을 뛰어 나가는 준을 보며 무슨일인가 싶었지만, 다시 부를 수 없었다.

 

 

*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어 출발하는 준의 마음은 어수선했다.

좀 더 일찍 현주와 통화가 되지 않았던게 너무나 속상했다.

준의 차는 밤거리를 무섭게 질주했다.

 

응급실 앞의 안내 데스크 앞에서 돌아선 준은 처음 병원으로 뛰어 들어왔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아주 천

천히 걸으며 병원 문을 나섰다.

[ 김현주양.. 아까 전에 주사 다 맞고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퇴원하셨어요.]

준은 다행스러웠다.

현주가 어떤 사고를 당한 게 아니란 걸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준은 자연스럽게 담배를 한 개피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아..네, 정준입니다. 아까 전에 통화했는데.."

준은 그렇게 통화를 시작했다.

그리곤 전화를 끊자, 차를 향해 걸으면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보았다.

' 흣.. 이건 관심 그 이상이잖아.. 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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