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삐딱하게 보기] 하지원 빗나간 도발
[스포츠투데이 2003-06-04 10:30:00]
가수 도전에 나선 연기자 하지원이 아슬아슬하다. 선정적인 이미지로 가수의 입지를 굳히려 작정한 듯하다. 수영복 형태의 속옷이 끊어진 해프닝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최근엔 팬티라인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의상이 TV로 중계돼 물의를 빚었다.
‘별 뜻 없는 단순한 패션’이라는 하지원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발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골반 바지 위로 노출된 팬티라인의 저의를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관음증을 부추기는 의도된 노출이다.
노출증과 관음증은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이다. 자기의 정체성을 성적 과잉 이미지로 채우려고 하는 것이 노출증이다. 그러나 노출증을 가진 사람은 누군가 자신을 훔쳐봐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므로 노출증은 관음증에 기생한다.
하지원의 메시지는 단도직입이다. ‘이래도 안 볼래(?)’ 그 도발은 주효했다. 언론이 그녀의 선정성을 시비해준 덕분에 상당한 화제성을 얻었다. 영화 홍보를 겸한 그녀의 가수활동이 어쨌든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지불해야 했다. 분별없는 TV는 시청자들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했고 아까운 공중파가 ‘허리 이하’에서 낭비되고 말았다.
너도 나도 가수 하겠다고 덤벼드는 시대다. 재능 없이 급조된 많은 가수들은 음악을 ‘진지한 음들의 나열’이 아닌 ‘약간의 의미만 있는 재미있는 음향’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원도 그 중 한명이 아닐까.
룰라의 멤버였던 김지현은 90년대의 섹스 심벌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그 이미지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드를 찍고 포르노그라피성 영화에 출연해 온 그녀는 최근엔 새 뮤직비디오에서 동성애라는 대담한 소재로 자신의 성적 이미지를 다시 우려먹고 있다. 관음증의 대상인 김지현은 있어도 ‘가수 김지현’은 없다. 하지원이 또 한명의 헛된 ‘이미지의 포로’가 되지 않길 바란다.
/이주엽 (음반기획자) bluebos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