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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Toa |2007.07.13 03:43
조회 115,819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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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친구가 '너 네이트에 글 썼지?' 하는 문잘 받았어요.

며칠 전에 우연히 글을 모르는 어떤 아저씨가 핸드폰 사러 왔던 이야기(?)를 읽다가

순간 감동이 와락 밀려와 새벽에 무심코 쓴 글인데.. 읽어주신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건 

방금 네이트온 켜고서 알았어요..ㅠ

모 회사 간접광고가 되어서 좀 그렇기도 하고, 너무 길어서 끝까지 읽는 사람 얼마나될까?..

그리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주실 줄 몰라 너무 상세하게 이야기 한건 아닌가 해서

그냥 지우려다가 둬 봤어요.

가족에 대한 제 마음을 표현한 건데, 많은 분들이 제 생각과 같이

그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서 이렇게 추가글만..:)

 

이번주에 집 사정이 또 힘빠지게 만드네요.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꼭 효도하겠습니다.

우리모두 힘 냅시다'-'

좋은 친구가 되고싶다던 분들.. 어찌 할 바를 몰라서.. 좋은 그 마음만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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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교1학년 때요..(지금은 4학년^^)

저는 지방작은 도시에 살다가 천안으로 대학을 오면서 친구와 자취를 하고 있었어요.

10년 전 회사의 부도와 계속적인 사업실패로 퍽이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가

아빠는 수원에 있는 작은 공장에 취직하셨어요.

 

아빤, 어릴 때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성장하지 않아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 지체장애인 이시거든요.

똑똑하신 분이라 잘 나갈 땐 코엑스에서 사업전시도 하시고 특허도 받고 그랬는데

가진 것 없고 빽 없는, 그리고 힘 없는 장애인은 냉담산 사회속에 그 회사를 고스란히 돈 많은 투자자에게

넘겨주곤 공장일도 감사하다며 대학에 들어간 딸애의 학비를 위해 주말부부생활을 감행하셨습니다.

 

주말이면 엄마가 있는 집에 다녀오시다가 수원에 올라오는 길,

한번씩 제 자취방에 들러 반찬이며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고 가시곤 하셨죠.

어느 중간고사 기간이었나봐요.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룸매와 같이 막 집에 들어왔는데

 

"딸! 너 좋아하는 오렌지 쥬스 사주려고 편의점 왔어! 뭐 먹고 싶은거 없어?" 하고 전화가 왔어요.

"음, 아이스크림!"

 

오렌지쥬스 3000원+ 아이스크림 당시 3000원. 합쳐도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그냥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말을 했죠.

그리고 잠시 후.

아빠가 오셨는데....

 

하얀 모 편의점 봉투에서 나온 오렌지쥬스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아시죠? 얼마나 비싼지..ㅠ 후덜덜 한다는;; 적어도 제겐요..ㅎ당시 아빠에겐 특히..)

 

"아빠 , 이 비싼걸 사왔어?"

"아이스크림이 없더라! 음료수 옆에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이것 밖에 없던데?"

 

처음 가본 편의점이라 아빠는 싼 아이스크림이 즐비한 진열대는 보지 못하시고

한 켠에 으리뻔쩍한 브렌드화 된 고급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보신거죠.ㅠ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야, 무슨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비싸냐? 나는 이거 5-6000원이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 계산하니까 만원이 넘어!"

 

어쩌겠어요.

이미 계산한 거..ㅠ

아이스크림 같이 먹자고 하셔도, 나중에 공부하다가 잠 오면 먹으라고 그냥 두라시며

빨리 수원에 가야한다며 걸음을 옮기셨어요.

 

마지막 으로 보는 아빠의 차...

파산하면서 재산이 있으면 안된다고 해서 아빠는 차도 중고시장에 내 놓고

다음주면 팔아버린다고 하시더라구요

평생을 지팡이 하나에 의존하고 사셨기에 한 쪽 겨드랑이에는 시커먼 멍으로 가득하고

작은 물혹들로 상처투성이인데,

유일한 이동수단이 되었던 차 조차도 없다면... 하는 생각에 마음이 쓰라렸는데.

 

그래서 아빠가 가고도 내내 마음이 아팠는데, 아픈마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

 

집 앞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가 폐기처분할 거 남은거라고 삼각김밥이랑, 우유를 가져다 줬어요.

그러면서

"야! 오늘 하겐다즈 그거 하나 팔렸어!"

(자취촌이라 그 아이스크림 사 먹는 아이들이 별로 없거든요..^_^ 그래서 항상 화제거리가 되곤 했죠.ㅋ)

"하나? 그거 어떤 아저씨가 사간거 아냐?"

"응! "

"우리 아빠일꺼야..ㅠ"

"아!~"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자세히 이야기 해 달라는 제게 친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가게를 둘러보더니 오렌지 주스랑 하겐다즈를 꺼내는거야!

 나는 왠일인가 하고 얼른 찍었지.ㅋㅋ

 그리고 얼마얼마입니다! 하고 씩씩하게 말을 했는데 아저씨 멈칫 놀라시는거 있지..

 하겐다즈가 다른거 두배 몫은 하잖아!

 당황하신 것 같은데 지갑에서 얼른 돈 꺼내 계산하시고는 나가시더라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진짜 울컥 눈물이 올라오더라구요.

자동차 기름값 하려고 가져온 돈 일텐데..

당신은 수원에서 빨래용 세제 사는것도 아깝다고 집에 있는 것 작은 팩에 담아 가시고

그러면서.

딸 시험공부 한다고..

남들 다 하는 공부, 그거 좀 한다고 챙겨주려다가 넉넉하지 못한 용돈 다 쓰셨구나..

하는 생각에 그날 밤은 잠을이루지 못했습니다.

 

 

3년이 훌쩍 지난 지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잘 견디어 내고 2005년 부터 우리 가족은 수원에 이사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이사하고 처음 집에 간 날..

아빠가 시키는대로 수원대학교 정문 앞에서 버스를 내리고,(알고보니 수원대는 화성시였더군요.ㅎ)

수원대 교정을 지나 후문으로 가야만 집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열심히 후문을 향해 걸었죠.

헤매지도 않았는데 제 다리가 짧은 탓인지 .. 딱 20분 걸리더군요.ㅠ

 

헉헉 거리며 집으로 찾아갔더니 제가 천안에서 자취하는 집 같은 원룸.. 반 지하..

원룸주인이 자기네 살려고 만든 집이라는데 아는 분 도움으로 저희가 살게 되었어요.

집이 형편없고 그런거야, 지금 상황이 그러니 이해하고, 나보다 더 불편하고 아플 부모님을 생각하고

참을 수 있었는데..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제가 걸어온 20분의 그 언덕 길을 , 자동차를 판 후 1년 반 동안 그 지팡이 하나에

한쪽 어깨엔 밑반찬들로 무거운 가방을 들고 매주 오갔을 아빠를 생각하니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 사실을, 이사를 하고나서야 알았다는 것에..

그리고 아빠가 오갔을 고단한 그 길들이 심장이 터질만큼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에서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오랜세월을 보냈듯

우리 가족은 그 시절을  광야에서의 생활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저희는 비록 중고이지만 다시 자동차도 생겼구요,

20년이 넘은 낡은 빌라이지만 버스정류장이 코 앞인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당시 전학으로 혼란스러웠고 원채 공부도 안하고 놀기만 하다 자퇴를 했던 동생도

작년 여름 검정고시를 쳤고, 바로 수능까지 쳐서 지금은 07학번 새내기가 되었습니다.

 

4학년이 된 저는 지금 교원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어렵고 회사의 온갖 음모로 권고사직도 당하시고.. 뭐 하류인생드라마 같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사건 이후로 .. 안그래도 사이좋은 부녀지간,

저는 슬픈 비밀이 하나 더 생겨 아빠를 더 사랑하게 되었구요.

완젼 열공해야겠단 마음으로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고 있습니다.

 

가족의 사랑. 이해. 그리고 보이지 않는 배려.

힘내세요'-'

저도 ,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

그리고, 좋건 싫건, 지금 존재하는 이 가족에게도 감사합시다.

많이 행복해져요.. :)

 

 

 

추천수3
반대수0
베플에잇!|2007.07.13 06:16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ㅠ 아무 생각없이 읽은 글인데 눈물 쏙 빼네 진짜 ㅠ ㅠ
베플선생님|2007.07.16 08:56
너같이 사랑 받아보고 그 사랑을 느껴봤던 사람이 선생님이 되야 하는데.. 요즘은 에잉~
베플유유|2007.07.16 09:02
너무 감동적이예요 .. 아이스크림 잘못 샀다길래 해프닝 같은건줄 알았는데 .. 눈물이 핑 도네요 ㅠㅠ 그 착한 마음 계속 이어 나가시구요.. 가족 모두 건강하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금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당신이 너무 부럽습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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