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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소녀 12.

시니is |2007.07.13 14:49
조회 658 |추천 0

네이트분들 좋은 하루 되세요.


#


인생이란 한편의 영화 속에서 난 결말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결말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더러운 결말을 보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 된다고, 절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고, 아니··· 해선 안 된다고!!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심장 속에서 외치고, 외치고, 외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어리석어서 이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원래 어리석은 존재이니깐.


#

철퍼덕.


“아 새끼 진짜. 독하네.”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유명하잖아요.”

“마. 가자. 저런 놈 신경쓰지말그래.”


쓰레기통 옆에 처박힌 나를 두고 지껄여대는 주먹들.

곧 귀찮았다는 듯 옷을 한번 털더니 자리를 떠났다.

통증이란 바늘이 온 몸을 쑤셔댔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가슴이 아파서, 신발 심장이 너무 찢어질 것처럼 아파서···

육체의 아픔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힘들군. 크큭.”


처음부터 결말이 정해져있던 선택.

그렇다고 후회를 하거나, 다시 돌리고 싶지 않다.

단지, 은아를 구해주지 못한 것이 분할 뿐이다.

나 하나 희생하면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조차 되지 않은 것이 너무 분할 뿐이다.


비틀거리며 힘겹게 집으로 돌아가니 아무도 없었다.

기적과 원만··· 언제나 나를 속상하게 하던 녀석들은 물론,

짐이나,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완전 비어있었다.

···· 컴퓨터랑 tv는 내가 산 것인데.


문득 둘의 얼굴이 떠오르자 이를 악물게 된다.

안다. 왜 그랬는지. 이해한다. 왜 그랬는지.

하지만··· 하지만···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물고 창문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반짝거린다.


“하아.”


깊게 담배를 빨아들인다. 그리고 길게 내쉰다.

그러자 하얀 담배연기가 입에서 뿜어져····

····신발. 거꾸로 물었다···


텅 빈 집에서 잠을 청하고 다음날 아침 나는 밖으로 나왔다.

활동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원래 모자 쓰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지금은 예외다.

나를 가리면 가릴수록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나는 가볍게 요기를 한 뒤, 길거리를 걸었다.

걸으면서 고민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은아를 구할지.


‘아까 밥집에서도 본 놈들.’


생각을 하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난 그들을 떠올린다.

밥집은 물론, 지금 이 도로에서 보인다는 것은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뜻이다.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들 역시 따라온다. 확실하다.


‘대가리 형님이 보낸 것인가? 낯익은 놈들이 아닌데···’


골목길에서 나와 이번에는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세 명의 남자들 역시 후다닥 뛰어 나를 따라온다.

기다린다. 내 시야에 들어 올 때까지.

그리고 그때 남자들이 내가 들어온 건물 입구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나의 발이 한 명의 턱을 걷어찼다.


“커헉!”


털썩! 달리던 속도에 충격이 더해지자 남자는 넘어져버렸고,

다른 두 명이 당황하며 나에게 손을 젓는다.


“이 새끼들. 누구야?”


이상하군. 미행이라면 분명 나를 해하려는 것인데···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나로서는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고,

곧 한 명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는 대머리 형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대머리?”


순간 나의 머릿속으로 한 명의 남자가 떠올랐다.

상대파이지만 버릇없게 대갈 형님을 대갈이라 부르던.. 대가리에 머리카락 하나 없던 놈.

그런데 그 놈이 왜 나를 찾는 것이지?


“이유는?”

“만나서 얘기 하시겠답니다.”


옆에서 전화 통화를 한 다른 놈이 대답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가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조직의 힘도 없는 지금 내가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반짝. 반짝.

크리링의 삼촌같이 생긴 대머리가 커피숍에서 손을 들었고,

난 곧 그 앞에 앉자마자 냉커피를 하나 시켰다.


“쫓겨났다지? 아니, 스스로 나온 것인가···”


대머리가 실실 웃으며 말을 꺼냈다.

역시 이 세계는 정보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용건이 뭐야?”

“뭐, 말 돌리지 않겠다. 대갈이를 담갔음 한다.”


잠시 내 귀를 의심하던 난 곧 실소를 흘렸다.

이 지역에서 라이벌이자 적인 두 조직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일을 의뢰하다니.

그것은 내가 이 세계 자체에 이젠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뜻과 같았다.


“싫다. 사람을 죽이는 짓 따윈 하지 않아.”

“그래? 내가 알기론 네가 나온 것도 여자애 때문 아니냐? 돈이 필요할 것인데··· 더군다나 대갈이가 있는 이상, 그 여자애는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없어. 네가 더 잘 알잖아?”


대머리의 말에 나는 침묵을 지켰다.

모든 것이 사실이라 부정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형님··· 아니, 대갈이가 살아 있는 한 은아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잘 생각해라. 그리고 이건 선불이다. 만약 일을 처리한다면 선으로 2000을 주고, 후불로 2500을 주지.”


하얀 봉투를 집어 던지고 나가는 대머리.

나는 봉투를 열어 액수를 확인하였다.

백만 원짜리 수표가 총 다섯 장이었다.

만약 일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면 손을 대선 안 되는 돈.

나는 수표를 지갑에 집어 넣은 뒤, 곧 자리에서 일어서 가게를 빠져나왔···


“저기요. 계산 하셔야죠!”


····대머리 이 새끼.


돈을 지불하고 나온 나는 곧 대갈이가 있는 사무실 앞으로 가 무작정 기다렸다.

은아를 찾기 위해선 가장 무식했지만, 확실한 방법이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을 때, 은아의 모습이 보였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마치 반쪽이라도 만난 듯 빠르게 두근거렸다.

기적이와 원만이가 은아의 양 옆에서 감시하 듯 보호하고 있었고,

곧 그들은 차에 올라탔다.

그와 동시에 나는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 저 앞에 검은색 그랜져 좀 따라가주세요!”

“예? 이 사람 영화 많이 봤네.”


tv와는 달리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기사가 쳐다본다.


“따블!”

“이봐요. 남을 미행하는···”

“따, 따블.”

“아 신발! 앞에 비켜!!”


빵빵빵!!

갑자가 온갖 욕설을 하며 급속도록 빠르게 운전을 하는 아저씨.

돈의 위력을 실감하며 잠시 뒤, 나는 한 화려한 모텔 앞에서 차를 멈췄다.


‘입구를 지키고 있겠지.’


은아가 무슨 일로 왔는지 짐작이 가는 난··· 곧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통해 1층을 보니 아무도 없었다.

2층도 마찬가지였고, 내 발걸음이 멈춘 것은 3층이었다.

3층 한 방 앞에··· 기적이와 원만이가 서 있었다.

둘을 보자 어제 맞았던 곳들이 아파왔다.


‘그래··· 너희들은 이제 내 동생이 아니다.’


이를 악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는데 기적이의 통화소리가 들렸다.


“네. 행님. 예? 애들하고 옆에 술집에 계신다고예? 하지만 큰 행님이··· 예. 알겠습니더.”

“와? 뭔일인디?”

“아 씨불. 그 깔대 형님 안 있노. 은아 일 끝나면 지들이 몸 좀 푼다고 연락하라칸다. 바로 옆 술집에 있는다고. 글구 짐 애들 몇 일루 보냈다는디.”


깔대··· 날카로운 인상의 40대 남자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깔대가 하려는 짓은 말 그대로 은아를 상대로 모두···


‘지금 오고 있다면 은아를 데리고 갈 시간이 없다. 젠장.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에 잠긴 난 곧 한숨을 내쉬며 모텔을 빠져나왔다.

위험했다. 지금 은아를 빼내지 못하면 다음엔 기회 자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적과 원만이에 몇이 더 추가된다면 은아를 데리고 나오긴 힘들다.


‘어쩔 수 없지.’


결국 난 택시를 타고 대갈의 집으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위험하고, 확률도 낮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방법.

집 앞에 내린 난 곧 하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아라. 받아라. 받아라.’

“왠일이야?”


차가운 목소리의 하영이.


“지금 나와라.”

“풉·· 오빠. 내가 나갈 것 같아?”

“너희 집 들어가는 방법은 내가 잘 안다. 지금 이 시간이면 경비하는 놈 둘 정도에, 너 이렇게 있지? 그놈들이 내 상대 될 것이라 생각 하냐? 나와라.”


하영은 잠시 대답이 없었다.


“아. 그리고 나 이제 보이는 것 없거든? 방범 시스템도 믿지마라. 그 전에 맘 먹으면 일 다 끝낸다.”

“알았어. 나갈게.”

체념? 아니다. 하영이는 분명 자만이다.

내가 자신을 어떻게 못한다는 생각, 감히 자신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생각.

그것이 지금 하영이를 나오게 하는 것이다.


딸깍.

잠시 후, 하영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언제나처럼 자신감이 넘치는 도도한 웃음과 함께 다가온다.

나 역시 이를 악물며 하영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뒷주머니에서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꺼내 목에 갖다댔다.


“오빠···? 미, 미쳤어?”


하영이가 당황하며 소리친다.

하지만 난 무시하며 곧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경비를 보던 두 어깨들이 욕과 함께 소리쳤지만 달려들지는 못한다.

그 순간 하영이 죽는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고,

그렇게 된다면 둘 다 죽은 목숨이기 때문이다.


“전화해. 네 아버지에게.”


나의 말에 침묵을 지키던 하영이 곧 전화를 들었다.


“아빠···. 뭐라고 해?”

“은아. 지금 당장 데리고 오라해.”

“아빠. 당장 집으로 은아 데리고 와줘. 아··· 빨리!! 한철 이 강아지가 나를 죽이려고 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하영이가 벌벌 떠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어떤 사람이든 강제적인 죽음의 위협 앞에선 다르지 않았다.

조직의 딸에 세상이 자기 것이라 생각하던 하영마저도.


“지··· 지금 온대. 그러니 제발 이것 좀 치워!!”


하영의 외쳤지만 나는 무시하며 어깨들을 방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하영의 손을 테이프로 묶은 뒤, 어깨들을 나오지 못하게 소파 등으로 입구를 막았다.

하영이 때문에 어깨들은 개처럼 내 말을 잘 들었다.


“오빠. 이러다 정말 죽어. 몰라?”

“알아.”


담배를 피는 나에게 독설을 붙는 하영이.


“미쳤어? 죽으려면 혼자 죽어! 왜 그 걸레년 때문에 끝까지 이래!”


하영이의 목에 칼을 재차 들이대니 움찔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주르르륵.

하얀 목을 타고 흐르는 피. 상처가 생긴 것이다.


“한번만 더 말 함부로 하면 죽는다.”

“가, 감히 나한테···”


눈에 독기를 가득 품으며 노려보던 하영이는 곧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말을 해봐야 자신에게 해만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리고 그 순간···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며 여러 명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정말 화가 난 표정의 대갈이와 당황한 얼굴인 기적과 원만, 네 명의 어깨들.


마지막으로···· 눈물이 가득 고인 체, 나를 바라보는 은아가 보였다···





출처: http://cafe.daum.net/siniistears『시니is눈물』

글쓴이: 시니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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