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이번 해 4월 7일 진해해군부대에 입대해서 훈련을 마치고 광양함에서 생활한지 13일 만에 친구를 하늘나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TV에서나 보던 군대 내에서의 의문사 죽음... 결코 저희 주위에서는 일어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저희 친구가 직접 당하게 되었다니 매우 슬픕니다.
그것도 자살사건이라니..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활달했고, 밝은 성격이었던 친구였으니까요.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희는 함께 많은 추억을 나눠왔습니다. 지난 1년의 대학 생활을 돌이켜 보았을 때 “자살” 이라는 단어는 정말 그 친구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항상 활동적이었으며 1학년 과대표를 직접 맡아 80명이나 되는 학년 전체를 열심히 이끌어 나갔고, 무슨 일이건 자신이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친구였습니다.
늘 밝고, 주위 사람들에게 다정다감하며 웃음을 주는 친구였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꿋꿋이 이겨내며, 포기 하지 않는 친구였습니다..
저희친구는 그런 친구였는데......
스스로 힘들어서, 견디기 힘들어서..나약해져 이런 일을 만들 친구가 아닙니다.
지혜로웠고, 매사에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잘 아는 친구인데 한순간의 우발적인행동으로..이런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그랬듯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언론의 태도는 아직 죽음의 이유가 분명해지지 않은 친구를 자살로 몰고 갔습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희 친구를 그저 인내심이 깊지 않은, 군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분명 친구도 그걸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번 친구의 죽음에는 타살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가 너무 많다고 생각됩니다.
첫 번째로는 자살에 사용된 의자의 위치가 약1m 떨어져 안전하게 놓여 있는 점.
두 번째로는 사체의 목 부분이 앞뒤가 아닌 옆으로 젖혀져 있고 침액 등을 흘리지 않은 점.
세 번째로는 성격 및 성장과정, 최근 동향 등을 통틀어 자살의 동기가 없는 점.
네 번째로는 사체로 발견되기 1시간 전 이미 중식을 위한 음식물을 장만해 놓고 TV의 뮤직비디오 프로를 보고 있었던 점
다섯 번째로는 양쪽 정강이 아랫부분의 구타당한 흔적.
여섯 번째로는 하루 전인 14일 모친과 통화를 나눌 때 자살을 암시하는 어떤 정황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
일곱 번째로는 입고 있었던 체육복바지가 양쪽 엉덩이 사이로 심하게 끼여 있었던 점.
여덟 번째로는 두 발이 땅에 다여 있었던 점.
등으로 많습니다.
오래전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보았던 ‘ 의문사의 죽음의 진실’ 이라는 주제로 방영 되었던 것과 너무 흡사합니다. 의심하게 할 수 밖에 없는 군 당국의 행동, 그리고 의혹이 짙은 자살현장, 그리고 동기의 불분명과 사건 당일 날의 행적. 무엇 하나도 타살의 의혹을 지울 수가 없는 요인들입니다.
군대라는 곳이 매우거대하고 큰 조직이라는 걸 알기에.. 힘없는 일반시민으로서 상대하기에 벅찬 지금상황이 더욱 암담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의혹 가득한 이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파헤쳐서 진실이 밝혀지고, 그저 저희친구에게 후회 없이.. 편하게 갈수 있는 좋은 길을 만들어주고 싶을 뿐입니다.
쉬쉬거리고 덮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더욱 심혈을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의 친구 혹은, 형 동생이 이런 일을 당했어도 분명히 저희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 점 헤아려 주셔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검증이 필요함을 알려야 합니다. 아울러 군대 내에서의 인권존중에 대한 시각을 다시 한 번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친구는 이미 하늘나라로 갔지만, 이 문제는 남은 사람들이 풀어가야 할 몫입니다.
벌써 기사는 묻혀 가고 있고, 벌써 조금씩 잊혀 가는데.. 언젠가는 어떤 누군가에게서든 지워 질지도 모르는데..
저희 친구에게 미안한마음이 들지 않도록 이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