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하나가 독서실 안에서 잠들었나 봐요!"
"밖에서 기다리는 줄 알고 가방 싸고 나왔는데, 없는 거에요."
"애들 말로는 걔가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걸 봤대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애들의 말을 듣고 나니, 대충 사태가 파악되었소.
한 여자애가 그 독서실 안에 있다는 것이었소.
애들도 12시 이후의 그 방에는 뭔가 무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발만 동동 구르고 나만 쳐다보는 것이었소.
정말 그 방에 들어가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애들이 그렇게 애원 하는데
어쩔 수 없었소. 더군다나 나도 느껴봤지만, 그 방에 혼자 있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었소.
총무 책상 옆에 놓아둔 각목을 집어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플래시를 집어들고
그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애들에게 자고 있을 아이의 자리에 대해 대충 설명을
듣기도 했소. 운도 없게 제일 안쪽에 있다는 것이었소.
제기랄!!
그 얘기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지더라고, 무서움에 떨고 있는 애들보고는
총무실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라고 했소. 문 손잡이를 돌리니 항상 그 문을
열때마다 울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났소.
심장 박동이 나도 모르게 빨라지고 있었고....
심호흡을 깊게 하고 문을 확 열었소.
순간 느껴오는 그 기분 나쁜 한기.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 기분나쁜 소리.
정말 미칠것 같았소.
우선 불을 켜 놓으려고 옆의 스위치를 켰지만, 역시 예상대로 이유도 모르게
그 독서실 불은 켜지지 않았소. 문 앞에 서서 몇 번을 그 애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 대답도 들을수 없었소.
문이라도 열어 놓고 싶었지만, 저절로 닫히게 해 놓아서 어쩔수 없이
플래시 하나로 그 암흑 속까지 들어가야 되었소.
저 암흑 속 사방에서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꾹 참고 앞으로
나아갔소. 구석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그 기괴한 소리는 커지는 것처럼
느껴졌소. 무서워서 피가 온 머리로 올라오는 느낌도 들고...
걸어가면서도 그 애 이름을 몇 번 불렀지만, 역시 아무런 대답은 없었소.
그 애 책상은 맨 안쪽에 있었기 때문에 벽 쪽으로 맨 끝까지 걸어가
책상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세 번째 책상까지 가야 되었소.
벽 쪽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애들이 재잘거리는 듯한 소리는, 벽 안쪽에서
나는 소리인 것처럼 점점 그 소리가 커지는 것이었소.
걸어가는 도중에도 플래시로 사방을 비춰봤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소.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시선은 느낄수 있었소.
마지막 줄까지 가는데 한참은 걸린 것 같았소.
그 애가 자고 있다는 왼쪽 책상쪽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충격으로 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소.
책상에는 여자애가 죽은듯이 엎어져 있었고, 그 주위에 끔찍한 모습을 한
두 서너 명의 애들이 서서 가만히 그 여자애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요.
나는 너무 놀라 "어억!"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소.
그랬더니, 책상 주위에 서서 그 여자애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 기분나쁜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소.
정말 무시무시한 광경이었소.
그 파리한 얼굴, 무표정한 퀭한 눈빛, 피 같은 것이 묻어있는 옷가지들...
그런데 그것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먹이를 발견했다는 듯이 천천히
다가오는 거였소. 아무 소리도 안 내고.. 나도 모르게 각목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어찌된 게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소.
그 애들은 내게 걸어오는 것 같지 않았소. 마치 스르르 미끄러져 오듯이,
하지만 아주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소. 무서워서 미칠것 같았소.
그 애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두려움으로 머리끝까지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이
느껴졌소.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마치 내 온 몸은
시멘트를 뒤집어 쓴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못했소.
그런 와중에 그 애들, 아니 그것들은 바로 내 눈앞까지 다가온 것이오.
그 애들이 바로 내 눈앞에 다가온 순간, 난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손에 들고
있는 각목을 휘둘렀소. 눈을 감으니까 (그 애들의 눈을 바라보지 않으니까)
몸을 움직일 수 있는거요. 그런데 각목을 휘둘렀지만, 각목에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이 허공을 친 느낌이었소.
하지만 그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소.
난 눈을 감은 채 그 여자애가 엎드려서 자고 있는 책상 쪽으로 뛰어 갔소.
그리고 눈을 떴소. 다행히 제대로 그 책상 앞까지 왔소.
그 여자애를 다급하게 흔들어 깨웠지만, 정말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소.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었소. 각목을 집어던지고, 그 여자애를
들쳐업었소.
그 애를 업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난 또 그것들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봤소.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지만, 손에 들고 있는 플래시를
그것들에게 던지고 그냥 뛰어 나갔소.
그것들은 손을 뻗어 나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았소.
하지만, 나는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로 문 쪽으로 뛰었소. 아무것도 안 보이는
바람에 책상에 부딪치고, 의자에 걸리고 여러번 넘어질 뻔 했지만,
정말 살기 위해서 달려갔소.
귓가에는 그 기분 나쁜 소리가 고막이 터질 만큼 크게 들렸고,
여러 개의 손이 나를 잡으려는 것 같았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방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친 것이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는 정말 무지하게 길게 느껴졌소.
간신히 문 앞에 다다른 나는, 거의 실성하기 직전의 상태로 그 방에서
뛰쳐나왔소. 그리고 문을 닫고, 그 애를 업은채, 쓰러지듯 복도에 주저앚았소.
총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 여자애 친구들이 겁에 질린채 우르르 달려 나왔소.
나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업고 있던 여자애를 내려놨소.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방안에서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소리가 귀가 찢어질 것처럼
들렸지만, 복도에 나오니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이었소.
복도는 적막함 그 자체였소.
여하튼 그 여자애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급선무였소.
얼굴을 살펴보니, 파리한 것이 자고 있는 애 같지 않았소.
그 애 친구들은 울먹이며 뺨을 때리면서까지 그 여자애를 깨우려고 했지만,
전혀 아무런 반응이 없었소.
혹시 죽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소.
맥박 소리를 들어보니, 아주 희미하지만 소리가 들렸소.
나는 총무실로 뛰어들어가 119에 전하를 했고, 10분 정도 있으니 구급차가
와서 그 여자애를 싣고 갔소. 집에 연락해서 그 애 부모에게 알렸지만,
나도 가야한다고 해서 그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소.
응급처치가 끝나고 담당 의사에게 얘기를 듣는 순간, 난 할말을 잊었소.
그 여자애도 혈액 부족증이라는 거요. 과로일 수도 있지만, 원인 모르게
절대량의 피가 부족하게 되었다는 거요.
그 여자애의 부모들은 너무 공부를 많이 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책망하며 나에게 연신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그 얘기가 들어오지 않았소.
나와 똑같은 증세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