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중복이다.
하여 고민할 것도 없이 삼계탕으로 메뉴를 정했다.
문제는 어디를 가야 제대로 된 삼계탕을 먹을 수 있느냐 하는 것.
궁리 끝에 딸과 함께 평촌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골목을 돌다보니 '대나무통밥'이란 간판 밑에 삼계탕 세 글자가 보인다.
옳거니! 오늘의 고지는 바로 여기로구나.
날이 날인지라 손님이 장난이 아니었다.
주차한 차들이 많아 주인에게 파킹을 부탁했을 정도.
테이블마다 꽉찬 손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삼계탕을 먹고 있었다.
서빙하는 언니들은 손님이 빠져나간 테이블 치우느라 정신 없고....
대나무통에 담아 요리하는 삼계탕이라 그런가, 내오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이윽고 언니가 오더니, 김이 모락모락나는 대나무통에서 잘 익은 영계를 쏙 빼서 그릇에 담는다.
젖가락으로 영계 가슴을 조심스레 풀어 헤치니 대추 밤 찹쌀이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낸다.
야들야들하게 생긴 다리는 씹을 것도 없이 목구멍을 넘어가고 국물은 비린내 하나 없이 시원하다.
딸도 맛 있다고 입방구 치면서 영계를 잘도 발라 먹는다.
아무래도 이놈은 날 닮아서 그런지 고기를 잘 먹는다. 그 아빠에 그 딸 아니랄까봐.... ^^;;
그런데 아뿔싸~! 찹쌀을 떠먹다가 돌을 두 번이나 씹고 말았다.
까칠한 사람한테만 걸린다는 전설의 돌... 아, 이놈도 내 성격을 아는 모양이다.
마침 주인아주머니가 곁에 있어 돌 씹은 사정을 말했더니
미안해하면서 연신 허리를 굽혀댄다.
너무 미안해 한 통에 내가 외려 민망하다.
양이 많아서 나도 남기고 딸도 남겼다.
배불리 먹은 게 아직 꺼지지 않은 탓이다.
말복 때는 오리고기로 딸년 몸보신이나 시켜줘야 겠다.
- 대나무삼계탕 : 일인분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