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주,
입덧이 넘 심해서 친정엄마가 서울로 왔습니다.
우리신랑,
자기 맘대로 안되면 수틀려서 소리 지르는 사람입니다.
입덧때문에 몸을 제대로 못움직여서, 설거지도 쌓아두고 빨래도 쌓아둬도
눈하나 깜짝 안하고 매일매일 밥해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친정엄마가 오면 좀 다를까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울엄마가 뭘 하든가 말든가 자기는 티비보고 누워있고,
나한테 전화해서 다림질 해야 된다고 와이셔츠 입을거 없다 그러고,
저녁 뭐해놨는지 물어보라 그러고.
그거밖에 안해놨냐 그러고
울엄마가 자기 수발들러 온것도 아닌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합니다.
그려려니 했습니다. 평소 행동이 그랬으니..
하루는
입덧때문에 밥 냄새도 제대로 못맡는데,
이상한 꼬린내 나는 손을 내 코에다 들이밀길래
짜증을 내면서 올릴거 같다고, 헛구역질 막 해댔더니,
유세떨지 말라고 합니다.
유세 떨고 싶어 떠는 것도 아니고, 진짜 입덧때문에 그런데, 그렇게 얘기하니 어이가 없어서
나 혼자 승질 내고 있었죠
그렇게 서로 불꽃 튀기고 있다가
다음날 엄마한테 냉우동이 먹고 싶다고 먹으러 나오라고 했더니
둘이 싸웠으니 화해하고 둘이서 먹고 오라고 하더군요
울신랑 버스 3정거장 거린데, 차 밀린다고 못간다 할거 뻔해서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엄마는 제 생각 해주느라, 신랑한테 전화해서
화해하고 냉우동 같이 먹어주라 했는데,
신랑 바로 전화와선 장모님한테 무슨 소리 했냐, 거기가 어디라고 가냐,
정말 차 밀린다고 못온다 하더군요
됐다고, 집에 가겠다 했습니다.
퇴근 늦게 한 것도 아니고, 일찍도 퇴근해서 집에 오더군요
어이없어 또 있는데,
또 나더러 궁시렁 궁시렁 거리면서 유세떨지 말라고 난리대요
너무 서러워서 방에 들어가서 울었습니다.
울엄마 있는데 미안해서 나름 삐진척만 하고 방에 조용히 있었더니,
또 들어와서 문 닫고 조용히 궁시렁 거립니다.
내가 나가라고 소리지르면서 막 울었더니,
울엄마 속상해서 사위한테 한소리 했습니다.
"우리애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그러냐, 나도 있는데, 내가 가고 나서 좀 몇일있다가 싸우던지,
남자답게 좀 풀면 될텐데,
임신하면 얼마나 예민해지고, 입덧하느라 얼마나 힘든데,
그거 하나 이해 못해주고 그렇게 하느냐,
애가 애를 가져서 힘들어하는구만, 도대체 쟤가 뭘 그리 잘못해서 그러냐,
그리고, 임신하면 밥도 잘 못먹는데,
냉우동 먹고 싶다고 내가 전화까지 했으면 그거 한번 사먹이고 오면 되지,
그게 뭐가 그리 힘들다고 그러냐"
하시며 한소리 하셨어요.
그러면서 나한테도
"너도, 오빠가 장난한거 가지고 그렇게 성질내냐,
그냥 좋게 좋게 풀면되지 나도 있는데, 몇일이나 그렇게 싸울거냐"
하시면서 저도 혼내시다가,
나중에 방문 닫고 들어와선 조용히
"남자들 다 저렇다. 니가 참고 살아야지."
하십니다.
너무 미안해서 혼자 울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엄마 오늘 집에 가신답니다.
미안해서 계속 있으라고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가라고도 못하겠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그냥 인사만 하고 나왔죠.
점심즈음. 신랑한테 전화왔습니다.
반성의 기미가 아닌, 또 따지시려고.
나름. 하나만 얘기하고 조용히 지나가잡니다.
하시는 말씀이,
"장모님이 뭔데 나한테 혼내냐?, 아무리 그래도 장모는 사위 어려워해야지,
내가 뭘 그리 잘못해서 그런 소리 들어야 되냐,
한번만 더 그러시면 절대로 부산 안간다.
혼내도 나 들으라고 니한테 뭐라 해야지, 왜 나한테 그러냐,
내가 며느리냐?, 그리고 우리엄마가 너한테 뭐라고 한적 있냐?
왜 나한테 그러냐?"
고 따집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요즘 세상에 사위혼내는 장모가 어딨냡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아무리 조선시대라도,
장모가 있는데, 와이프 울리는 사위는 또 어딨습니까?
말 안통한다며 전화는 끊었습니다.
시어머니한테 얘기할 각오로 있긴 합니다만,
또 신랑이 자기 엄마한테 어떻게 얘기할까 몰라서
또 앞길이 막막합니다.
회사 사람들도 내 입덧 신경써주는데,
이 신랑은 왜 이모냥인지,
정말 내가 세상사는걸 모르는건지, 아님 우리신랑이 심하게 철이없는건지
헷갈려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