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어느날 갑자기 - 되돌아온 배낭

비키니입어... |2007.07.28 09:57
조회 1,712 |추천 0

고나마 짧은거..헉..

 

 

되돌아온 배낭

 

 

유령을 안믿는다고 했지.....
나도 그랬어. 하지만 그것도 이것을
받기 전까지의 얘기야...
- 승묵이의 얘기 중에서

 

 

 

 

“넌 귀신이나 유령믿지?”
오랜만에 본 승묵이의 어리둥절하게 하는
첫 질문이었다.
우리가 들어간 노바다야끼에는 술 마시는라
고 정신없는 젊은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동
훈이는 승묵이의 괴이한 화두에 무슨 얘기냐
며 술을 따랐다. 승묵이는 동훈이의 핀잔에 아
랑곳하지 않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 그 질문
의 답을 재촉했다.
이상했다. 한 1년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
인데, 이런 질문을 받다니...
머리 속에 내 주변에 일어났던 괴기한 일들
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윤석이가 들려준 윤철이 형의 자살, 일본의
연쇄 식인 살인범 얘기, 은영의 혼령, 철규의
부대에 출몰했던 귀신 이야기등등..
하지만 그 많은 체험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
가사이한 일들은 믿겨지지 않았다. 아니 좀더
내 자신에 솔직해진다면, 믿기 싫어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글쎄다... 솔직이 말하면 내 주변에 그것과
비슷한 일이 많이 있었던건 사실이지만 그리
믿고 싶지 않거든..
그래, 안믿는다는 것이 솔직한 내 대답이다.
그런데 무슨 일 있니? 그런걸 다 물어보고...”
승묵이는 대답없이 술을 가득 따르더니 단
숨에 비웠다. 나와 동훈이는 영문도 모르고,
같이 술을 비웠다. 승묵이는 뭔가에 쫓기는 듯
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더니 얘기를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하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그 일을...
“휴... 나 이상하지 않니?
오랜만에 만났는데 보자마자 이런 얘기 시작하고...
하지만 어쩔 수 없게 됐어..
일한이, 너는 이런 종류의 얘기에 관심이
많다고 했잖아. 주변에 이런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 그래서 얘기 끄내는 거아.. 술이 취하기
전에...
내 동생얘기 부터 하는 것이 편하겠다.
너희들, 내 여동생 알지? 나랑 여섯 살차이
나는 막내..
벌써 그애도 대학생이란다.. 세월이 빠르긴 하지...
그 애가 국민학교 얘기구나...
그때는 나도 안믿었지만...
어느날 내 동생 짝이 학교에 왔는데, 얼굴
이 하얗게 질려 보였다.
그날 부터 그 짝은 말도 한마디 않하고, 너
무 이상하게 보였데..
그래서 너무 이상하게 보여 내동생이 물어 봤데...
그 짝애는 처음에는 아무말도 않하려고 하
다가 나중에 얘기해주더래.
며칠 전날밤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다가 갑
자기 기분이 이상해서 눈을 떴대. 그런데 그
애의 눈위에는 괴상한 것이 보였대.
바로 자기 위 천장에 무시무시하게 생긴 것
이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거야. 그 애는
너무 무섭고 놀랐는지 움직일 수 없었대.
그런데 그 무서운 사람 같은 것이 천천히
자기 위로 내려오더래. 비명을 지르려고 했는
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대. 꼼짝도 못하고..
그것은 결국 그애의 몸을 덥쳤고, 그 순간
땀이 흠뻑 젖은 채로 움직일 수가 있게 되었
대. 어떻게 보면 가위눌린 것이지.
그런데 그 후로 그 애는 얼굴이 창백해지
고, 사람들에게 말을 하기가 싫어졌대. 좀 이
상해진 것이지...
그 애는 점점 몸이 허약해지는 것 같았고,
말수도 더 줄어들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면서
이상해졌대. 그 애의 집에서는 애가 이상해지
니깐, 병원에 데려갔대. 그런데 종합검진을 받
아본 결과, 그 애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
다는 거야. 눈에 띄게 몸이 약해지는 것이
확실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곤 어떻게 되었는줄 아니?
그 애는 한달도 안 되어 죽었대. 아무런 이
유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그 애의 이상스런 죽음 때문에 동생도 꽤
큰 충격을 받았는지, 학교에 며칠 못 나갔어.
꿈에 그 죽은 애가 보인다는 등 한참 애 먹이
던 것이 기억나는구나...
여하튼 나는 그때만 하더라도 죽은 사람의
유령이나 귀신은 떠도는 헛소리로 생각했어.
내 동생의 경우도 애들이 과장한 것으로 생각
했지...
그러다 결국 나도 이런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너희들 혹시 최영철이라고 기억나니? 우리
고등학교 나왔는데...
나랑은 정말 친한 친구였는데...
다들 잘 모르는구나. 여하튼 그 놈은 나와
대학교도 같고, 내게 당구도 가르쳐 주었던 친
구였어.
벌써 2년이 지났구나...
2년전 일이었어.
그 자식 군대 간다고 한참 난리였지. 우리
또래치곤 좀 늦게 가는 편이었거든.. 나랑도 여
러번 술 마셨지...
그런데 어느날 자기 써클 애들과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여행을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는 거
야. 큰 배낭이 없어, 내게 빌려달라는 거였어.
그러면서 여행에 9명이 다 남자인데 한 여
자 후배가 낀 것이 기분이 이상하고 찝찝하다
는 거야. 그 여자 후배는 여행가는 사람중에
남자친구가 있어 따라 오는 것 같지만, 영철이
생각에는 남자들끼리 가서 재미있게 놀다가
오려고 했는데 그 애가 방해가 되는 것 같다는
것이였어.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영철이가 이상해보
였어. 그럴 수도 있는 것인데 너무 과민하게 반
응하더라고...
계속해서 영철이는 그 여자애가 따라가는
것에 대해 찝찝하다고 했어.
제주도에 그 때쯤 태풍이 올라오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영철이에게 태풍오는데 괜히 해
수욕장 들어갔다고 봉변당하지 말고 얌전히
놀다오라고 했어. 그랬더니 영철이는 픽 웃더
니 자기가 왕년에 수영선수였고, 수영하면 걱
정말라고 큰 소리를 탕탕 치더니 내 배낭을 빌
려 여행을 떠났어.
빈 배낭을 매고 돌아서는 그 자식의 모습의
왜 그렇게 이상하고 섬찢하게 보였는 지 그때
는 상상도 할 수가 없었지...
그 녀석을 보내고 이틀 후인가.. 나도 친구
들과 동해로 여행가기로 되어있어 준비를 하
고 있었지.
짐을 싸면서 tv를 보고 있는데, 제주도에 태
풍피해가 심하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어. 무
심코 듣고 있는데, 해수욕을 즐기던 젊은이들
이 높은 파도에 실종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
다는 얘기가 들려왔어.
신경쓰지 않고 들어서 실종자의 이름을 잘
듣지 못했는데, 영철이의 이름이 들린 것 같았
어. 하지만 벌써 다음 뉴스를 하고 있어 확인
할 수는 없었어. 친구들이 밖에서 기다리면서
재촉하는 바람에 더 이상 확인해보지 못하고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어.
여행을 떠나며 신나는 음악을 시끄럽게 트
니 찝찝한 기분은 잊고 즐거워지기 시작했어.
영동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니, 몇 개의 터
널을 지나게 되었어. 이름은 까막었는데 한 4
번째 터널을 지나게 되는데, 운전을 하고 있던
한 친구놈이 그 터널에 얽힌 무서운 얘기를 해
주었어. 자기 큰 아버지가 그 근처에 사셨는
데, 그 분이 얘기해주신 실화라는 거야.
‘이 터널은 말야.. 워낙 힘든 공사를 해야
하는 곳이었데. 빡빡한 일정에 마치기 위해 공
사를 밤낮으로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사고로 죽었대. 한 번은 터널
이 무너지는 바람이 십여명이 한꺼번에 죽은
경우도 있고... 여하튼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
아간 터널이었다는 거야. 그런데 문제는 터널
이 개통되고 발생하기 시작했어.
이상한 사고가 이 터널을 지나는 차들에게
일어나기 사작했다는 거야.
특별한 이유도 없이 교통사고가 많이 나기
시작하는 거야. 특히 늦은 밤에... 고속도로의
다른 구간에 비해 열배가 휠씬 넘는 사고 횟수
가 발생했다는 거야. 그리고 교통사고의 대부
분의 피해자는 즉사였대. 특히 운전자의 경우
는 전부 사망했대. 그런데 이상한 점은 - 나중
에 밝혀졌지만 - 교통사고 피해자중에 사고가
아닌 쇼크로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도 있었다
는 거야. 그리고 피해 자동차들 모두는 약간씩
창문이 열려진 채로 사고를 당했다는 거야. 고
속도로공사는 괴기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는 이
터널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해 보았대. 표지판을 크고 야광인 것으로
갈고, 터널 안의 전구를 밝은 것으로 바꾸고,
도로에 과속과 미끄럼 방지 노면을 설치하
고... 그런데도 아무런 소용이 없이 사고는 자
꾸 발생했다는 거야.
그러던 중 사고를 목격했던 트럭 운전사가
기괴한 증언을 했어.
나중에 음주운전 중이었다고 밝혀져 술취
한 미친 놈의 헛소리로 취급받았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갈 얘기는 아니었대.
밤 1시를 조금 넘은 시간쯤 술에 거나하게
취한 채로 트럭을 운전하며 터널에 진입하고
있었대. 서울까지 배달 시간에 늦어 속도를 내
고 있는데, 앞차가 천천히 가고 있었대.
답답해진 그 트럭 운전사는 하이빔을 키고
클랙션을 울려 댔대.
그래도 그 차는 앞길을 막고 천천히 가고
있더래. 술김에 화가 난 그 운전사는 차를 바
짝 붙여 앞차를 위협하는 시늉을 했대.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앞차 뒷 유리창에
하얀 천이 매달려 펄럭이는 것이 보였대. 가만
히 펄럭이는 것을 보니, 그것은 그냥 천이 아
니었대.
바로 하얀 옷을 입은 처녀가 긴 머리를 휘
날리며 앞차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대. 트럭 운
전사는 술이 확 깨는 것을 느끼며, 다시 눈을
부비고 살펴 보았대.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확실히 긴 머리를 휘날리며 좁은 창틈을 비집
고 차안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 여자
의 모습이었대.
트럭 운전사는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온몸
에 소름이 쫙 끼쳤대. 그런 상황에 보통 사람
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대.
그런데 그 앞차에 매달려 있던 여자가 갑자
기 자기를 향해 돌아보더니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운 웃음을 보이더니, 창문틈으로 빨려들
어가듯이 차안으로 들어가더라는 거야. 그러
더니 그 앞차는 운전사가 갑자기 술에 취한 것
처럼 심하게 비틀거리더니 급기야는 터널 옆
벽을 심하게 들이박고 큰 소리를 내며 뒤집혀
졌다는 거야. 놀란 트럭 운전사는 차를 급히
세우고 사고난 앞차로 다가갔대. 운전사는 첫
눈에 즉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상해 있었대. 하지만 죽은 운전사의 눈은 뭔가
무서운 것을 본 것처럼 겁에 질려 커다랗게 뜨
고 있었대. 트럭 운전사는 뒤집힌 차에 뒷자리
부터 살펴 보았대.
그런데, 뒷 자리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
았다는 거야. 겁에 질린 트럭 운전사는 뒷걸음
질치면서 자기 차로 돌아가는데, 그 사고난 차
위로 뭔가 흰 것이 휙 지나가는 것을 얼핏 보
았대.
놀란 그는 터널 안에 있는 비상전화를 이용
해 경찰에 신고하고 자기 차로 돌아가 그 터널
을 빠져 나가려 했는데, 시동이 안 걸려 꼼짝
달삭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거야.
경찰이 도착했을 때 그 트럭 운전사는 트럭
안에서 문을 잠고 거의 겁에 질려 얼이 빠져
있었다는 거야. 그 사람이 제정신을 차리고 이
이야기를 하기 까지는 한참이 걸렸대.
그런데 이상한 것은 늦은 밤이라 경찰이 사
고현장까지 도착하는데 40분정도 걸렸는데,
그 트럭 운전사는 그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
다는 것을 하나도 기억을 못 했다는 거야. 단
지 사고가 나기 까지만 기억하고 있었대.
결국 술취한 사람의 헛소리로 치부되었지만...
하지만, 그 얘기는 소문이 퍼져 이 터널 주
변 마을 사람들이나 고속도로 관계자들은 불
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대.
큰 아버지 말씀으로는 그 근처 마을에 역술
을 공부하신 늙은 할아버지가 그 얘기를 듣고
터널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얘기했대.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나 흙에 깔려 죽은
사람들은 혼이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에 떠
돌게 된데. 바로 자기가 죽은 곳 근처에... 그
런데 그 떠도는 혼이 저승에 갈 수 있는 방법
은 산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자기가 죽은
자리에서 죽어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사람이
익사한 곳에 물귀신이 있어 자꾸 사람이 빠져
죽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는 거야. 터널에서
일어 나는 사건도 그런 맥락이고... 그 할아버
지는 그런 기괴한 사건을 피하기 위해 무당을
불러 저승에 가지 못한 원혼들을 위로한다고
크게 굿을 벌였대. 그리고 그 터널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창문을 꼭 닫고 다니라고 당부했
다는 거야. 고속도로 관리공단은 그런 표지판
을 터널 앞에 설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그냥 사고다발지역이라는 표지판만 설치했대.
하지만 소문이 나서 여기를 자주 다니는 운전
사들은 모두 창문을 꼭 닫고 다닌데...
그 후에는 사건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불가사의한 일이 많이 이 터널안에서 발생한
대. 어떤 사람은 터널 안에서 죽은 자기 아내
를 봤다는 등 많은 얘기를 있대. 그 얘기가 뭔
가 하면...’
그 운전하던 놈은 으시시한 얘기를 계속했
고, 우리 차는 어느덧 그 문제의 터널에 들어
서게 되었어. 애들은 무섭다면서 한 번 창문을
열고 가보자고 난리였지. 하지만 그 얘기를 해
주었던 자식이 정색을 하며 창문을 꼭 닫으라
는 거야. 애들은 불만이었지만, 자기들도 좀
꺼림직하니까 그냥 닫더라.
그런데, 나는 귀신 같은 것 않믿잖아. 그리
고 내 자리가 뒷자리 창가였거든. 그래서 애들
몰래 창문을 좀 열어 두었지. 내 옆자리 놈은
눈치채고 뭐라고 하려 했지만, 내가 그냥 모른
척하라고 하고 했어.
이윽고 터널에 들어섰어. 처음에는 그냥 평
범한 터널 같았어.
약간 어둡다는 기분하고 서늘한 느낌이 들
었지만.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창문에 반사
된 내 얼굴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어. 그런
데 창문에 비친 내 얼굴 너머로 또 하나의 얼
굴이 보이는 거야. 나는 너무 놀라 정신을 잃
을 뻔 했어. 아무 소리도 못 내고 다시 보니 그
것은 제주도로 배낭을 빌려 여행간 영철이의
얼굴이었어.
그 놈은 힘이 풀린 눈을 하고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열어둔 창 틈으로 들어오려고 애
쓰는 거야. 나는 무섭고 당황하여 정신없이 창
문을 올렸지. 영철이는 나를 한 번 쓰윽하고
쳐다보고는 창밖에서 사라졌어.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떨리는 목소리로 옆
에 친구들에게 뭔가 보지 못했냐고 물어보았
어. 그런데 옆에 있던 자식들은 나보고 유치한
장난 그만 치라는 등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처
럼 얘기하는 것이 아니겠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뭔가를 본 것 같은데, 주
변에서 다 부인하니 그냥 마음 편하게 헛 것을
본 셈쳤어.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지...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언뜻 들은 것 같아 찝
찝했는데, 헛 것이라고 하지만 그 자식의 섬뜩
한 모습을 보니 그 자식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
금해지는 거야. 하지만 주위의 친구놈들이 들
뜬 분위기로 휩싸여 있으니 어느 새 나도 그 찜
찜한 일들을 잊고 여행에 즐거움에 빠져들었어.
오후에 서울을 출발해 강릉에 도착하고 보
니, 벌써 밤이 되었어. 우리는 민박에 짐을 풀
고 부둣가로 술 한잔 먹으러 갔지.
태풍이 올라온다는 예보에 모든 배들이 부
둣가에 들어와 있었어.
태풍이라는데 갑자기 영철이 생각나긴 하더라.
그러나 곧 술자리에 모든 것을 잊고 과음을
했지.
엄청나게 마시고 민박에 쓰러지듯이 돌아와
잠이 들었어.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는데...
처음에 나는 그것이 꿈인지도 몰랐어.
눈을 떠보니 내방 침대에 내가 누워있는 거
야.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며 영철이가 문
앞에 서는 거야. 아무런 표정 없이...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자식에게
실종되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어.
아무리 물어봐도 아무런 대답없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거야. 답답해서 몸을 일으
켜 다시 물어보려 했지.
그때까지 아무 말 없던 영철이는 갑자기 천
천히 자기는 떠나야 한다는 말 한마디를 내 뱉
었어. 어리둥절해진 나는 무슨 얘기냐며 일어
나 영철이 쪽으로 다가갔지. 그런데 영철이는
떠나야한다는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 문밖으로
나갔어. 나는 영철아하고 부르며 따라 나갔지
만 아무도 없었고, 그때 잠이 깨었어.
눈을 떠보니 낯선 민박방이었고. 밖에서 파
도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어.
뒤숭숭한 꿈에 파도소리까지 들리니 너무
섬뜩했어.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었고... 하지만 너무 생
생해서 전혀 꿈같지 않았어.
바로 눈 앞에 영철이가 있었던 같은 기분이
었거든...
기분이 너무 이상해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눈만 감으면 영철이의 무표정한 얼굴
이 자꾸 떠올랐거든...
일찍이었지만,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영철
이네 집으로 전화해 보았지...
아무도 않 받는거야... 불길한 예감이 느껴
져 집으로 전화했지...
동생이 잠에 취한 목소리로 영철의 죽음을
알려주었어.
나는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끼며 충격을
받았어.
그 자식이 죽다니... 멍해지는 것과 함께 믿
어지지 않았어.
더 이상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길 수 없
어,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서울로 향
했지.
버스안에서 생각을 해보았지만, 실감이 안
나는지 눈물도 안나고 슬퍼지지도 않았어. 서
울에 도착하면 영철이가 술 한잔 하자고 나타
날 것만 같았어.
단지 그 동안 내게 일어났던 괴이한 일들만
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어.
수영에 그렇게 자신있어 하던 놈인데...
서울에 도착하는데로 영철이의 빈소가 마련
되어 있는 병원으로 향했어.
영안실에는 친구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
를 지키고 있었어.
그제서야 그 자식의 죽음이 실감나더구나...
휴...
친구들에게 영철이의 죽음에 대한 자초지정
을 듣게 되었어.
내겐 큰 충격이었어.
제주도에서 태풍 때문에 파도가 높은데도,
해수욕장에 나갔었나 봐.
그런데 영철이가 여행떠나기 전에 그렇게
꺼림직하게 생각하던 그 여자애가 물에 빠지
는 사고가 발생했대. 그러자 그 여자애의 남자
친구가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높은 파도에 휩
쓸리고 말았대.
그래서 수영에 자신있는 영철이가 뛰어들어
여자를 구해내고, 그 남자친구까지 구하려 들
어갔다가 지쳤는지 둘이 같이 실종되었다는
거야.
실종된 시체가 발생한 것은 그날 새벽이었대.
괴상하게도 내가 영철이를 꿈에서 본 것과
시체가 발견된 시간이 거의 일치했어. 소름이
쫙 끼치더라...
그리고 영철이가 여행가기 전에 그 여자애가
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싫어하던 것이 떠오르
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이상했지...
영철이는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었는지도
몰라...
여행을 같이 떠났던 사람들의 얘기로는 여
행중에서도 영철이는 줄곳 어두운 표정이었
대. 자기를 위한 여행인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민망할 정도로 같이 따라간 여자애
를 피하고 거북하게 대했대...
더 이상한 것은 영철이의 유품을 챙기려 했
는데, 내가 빌려준 배낭이 어디론지 사라져 못
찾아왔다는 거야...
그때는 그 배낭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는데...
나중에 찾아간 영철이 어머니는 그동안 고
마웠고, 영철이에게 빌려준 배낭은 장지에서
태운 셈 치라고 하셨어.
영철이의 죽음은 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내
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도 내 생활에 빠져
들다 보니 그 자식을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
기 시작했어...
그리고 2년이 지났지...
그런데 일주일 전의 일이었어.
신문을 보고 있는데, 찜통 더위로 많은 사람
이 피서를 떠난다는 신문기사아래 조그맣게
사고 기사가 있었어.
제주도 한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익사사고
기사였는데, 대충 제목만 보니 제주도에서 죽
은 영철이가 생각났어. 자세히 기사를 읽다가
나는 기절할뻔 했어. 피해자는 한 여대생인데,
2년전에 죽은 남자친구가 변을 당한 그 자리
에서 익사했다는 거야. 이번에는 구조하려고
뛰어든 구조원도 함께 죽었다는 거야. 나는 이
유 모를 섬뜩함을 느꼈어.
2명이 똑같은 자리에서 죽은 거야...
파도도 높지 않고 수심도 그리 깊지 않았다
는데...
섬뜩함이 느꼈었어... 뭔가 이상함도...
그리고 이 일이 발생했어.
내가 요즘 술을 먹을 수 밖에 없게 만든 그
일이...
그 기사를 읽은 다음날 우리집에 큰 소포가
왔어.
마침 집에 있던 사람은 나여서, 직접 내가
그 소포를 받았어.
소인을 보니 제주도로 되어 있었어. 제주도
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이상했어. 보내는 사람
란에는 아무 것도 안 써있었거든...
우체부는 내게 그 큰 소포를 건네 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 마디 했어. 배달 과정
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래 전에
부친 것인데 이제야 도착하게 되었다는 거야.
무슨 얘기인가 하면서 도장을 찍어주고 그
소포를 가지고 집에 들어왔어.
그 소포를 뜯어보기 전에 소인을 잘 살펴 보
았어.
날짜가 2년전으로 되어 있었어...
온 몸에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어.
나는 제발하는 마음을 하고 그 소포를 뜯어
보았어.
제기랄...
바로 내가 영철이에게 빌려준 배낭이었어...
그것도 아직도 바닷물에 젖어 있는 상태로...
그 배낭이 무슨 이유인지 2년만에 되돌아온
것이야...
죽은자로 부터.....”
<끝>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