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것도 고마나 짧아요~~^^
ㅎㅎㅎㅎㅎ
이건 무섭기다보다..
전화
사람이 하루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수면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행위는 전화 통화이다.....
- 인간 행동 연구 보고서 중
휴...
선경아... 벌써 여름이 왔다...
또 다시...
미안하다... 직장때문에 정신없이 바쁘고 피
곤할 네게 쉴 시간도 뺏고,
오빠 넋두리나 듣게 해서...
요새 힘들지... 하긴 이제 더이상 학생이 아
니고, 사회인이구나...
그래도 넌 잘해낼 수 있을거야... 학교 생활
도 잘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럴때 의지할 술 친구는 너
밖에 없구나...
내게는 너무나 잔인하고 힘든 시간이다...
언제나 여름은 너무나 내게 잔인했지...
여름에 태어난 사람이 여름을 증오한다는 말
이 있잖아...
혜정이...
그 애를 만난것도 여름이었고, 영원히 내 곁
을 떠나간 것도 여름이었잖아...
또 혜정이 타령이냐고...
어제도 혜정이 전화받았다. 자기는 잘 있
대...
자기 생각 그만하고 잊어달라고 하더구나...
내가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하여간 혜
정이는 이런 나를 나무라더라.
너도 알지... 이제 지겨울거야 내가 너무 많
이 얘기해서...
그 애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캠퍼스가 봄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아름다워진 4월의 그
날 오후였어.
나른한 몸을 이끌고, 백양로에 활짝 핀 꽃들
과 밝은 봄햇살을 감상하며 벤치에 기대 담배
를 피고 있었지...
그때였어.
신입생으로 보이는 애띤 그 애가 내게 다가
와, 수줍게 윤동주 시비가 어디있냐고 묻더군...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종종 걸음으로 윤
동주 시비로 다가가, 가만히 서 있던 그 애의
모습은 따스한 봄 햇살과 어우러져 내게 이유
모를 셀레임을 안겨 주었지...
어쩌면 사람사이의 일상적인 스쳐감에 불과
했던 그 만남이 내게는 너무 강한 인상으로 남
아 있게 되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게 잔인하게 결말지어졌던 우리 만남의 시
작이었어...
그 후에도 몇번 학교에서 지나치다가 그 애
를 보게 되었지.
이상하더라... 그렇게 한 번 스치듯이 만난
사람의 얼굴을 그렇게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
게 되는 것이...
친구들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던 그
애를 몇번이나 넋놓고 쳐다보았는지...
왠지 그 애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
이런게 알 수 없는 끌림이라는 것 싶더라...
그 애와 인사하게 된 것은 참 우연이었어...
너도 알지? 내 친구 일한이...
일한이와 점심먹고 한가롭게 담배피고 있는
데, 우연히 그 애가 우리 앞을 지나가게 되었
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애를 쳐다보고 있는
데, 갑자기 그 애가 우리앞으로 다가오더구나...
얼마나 당황하고 설레던지...
그 애는 일한이에게 인사하는 거야.
나중에 알고 봤더니, 예전 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라더구나...
그 얘기를 들으니 뭔가 밝아지는 것 같더라...
웃지마라... 그때는 정말 그런 기분이었으니까...
그 자식 덕분에 나도 옆에서 인사하고, 그 애
이름도 알게 되었지...
송혜정...
짧지만 나에겐 너무 소중하고 달콤한 만남이
었지...
그 뒤 도서관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되
어, 다시 인사하게 되고...
그러다 친해졌지...
일한이 그 자식, 우리가 친해지기까지 참 많
이 같이 만났다.
왜 있잖아? 혼자 만나기 뭐하니까 분위기 뛰
어줄 친구 데리고 만나는 것...
나중에 나와 혜정이가 사귀는 것을 보더니,
자기 덕분이라고 한턱 내라고
장난스럽게 놀려되곤 했지...
자식... 요즘은 졸업이 다가와선지 꽤 바쁜
것 같더구나...
여하튼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어...
그 후 1년간의 나의 생활의 전부는 혜정이와
의 만남이었어...
그 때 너도 우리를 짓굳게 놀려되었잖아...
훗훗...
맨날 무슨 재미로 같이다니냐고...
혜정이...
약속에 늦게 나갈 때마다 내가 주던 장미 한
송이를 받아 들고도,
말로는‘애게게... 째째하게 한 송이가 뭐
야...’하면서도 기뻐해줬는데...
술도 너 만큼 잘 마셨을껄...
그래도 그 애는 많이 마셔도 흐트러지는 모
습을 전혀 안 보여주었지...
언젠가... 술 많이 마신 그 애를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가는데,
누가 한밤중에‘오빠!’하고 소리쳐서 위를
봤지...
혜정이였어...
술 취한 와중에서도 자기 창문에서 몸을 내
밀고 손을 막 흔들며 내게 잘 가라고 인사하더라...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지던지...
그 날밤 별빛이 참 아름다워 보이더라...
아, 너도 혜정이 서클 알지? 컴퓨터 서클...
그 서클 일로 집에 늦게 가거나, 술자리가 있
어 늦어질 때면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것 뻔히 알면서도,
괜히 전화가 늦어지면 잠도 안오기 까지하고...
그때마다 혜정이의 전화벨 소리가 얼마나 반
갑던지.....
우리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매일 밤
전화했어. 하루에 있었던 모든 일을 속속들이
서로에게 얘기했어. 때로는 밤을 세고, 매일
전화하는라 늦게 잤지...
그래도 질리지 않더구나. 혜정이는 피곤하면
전화중에도 조는 경우가 있었어.
그때마다 나는 전화끊고 자라고 권했지. 하
지만 혜정이는 졸면서도 전화기는 꼭 들고 있
었어. 오빠와 전화를 더 해야한다면서... 그러
고도 졸더구나.
우습지?
풋... 맥 라이언 얘기도 생각나는구나...
너도 알지? 내가 맥 라이언을 엄청 좋아하는 것...
하루는 밤에 전화하다가 그 애 앞에서 맥 라
이언 예쁘다고 열렬히 칭찬하다가, 전화로 말
도 안하고 심통부려 나를 맘 고생 시키기도 했
는데...
어쩔 때는 전화로 노래를 불러달라고 졸라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더라.
하루는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불러주다가, 선
경이 어머니께서 수화기를 듣고 내 노래를 다
들어 난감했던 적도 있어.
때때로 느닷없이‘나 좋아?’라고 묻곤해, 당
황하게 만들고는 꼭‘얼만큼?’이라고 되물어
말재주 없는 나를 바보로 만들곤 했지...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빠에게 내가 행운을 선물할께요... 이것
을 벽에 걸어 놓으면,
이제 불행은 쫓아 올 수 없을 거예요...’
하면서 귀여운 인디언 부적을 주었지... 입원
하기 바로 며칠전에...
바보 자식... 행운의 부적이 필요한 건 바로
자기 자신이였는데...
평소 빈혈기가 있고 몸이 약하다고 했지만,
백혈병인줄은 몰랐어...
그것도 악성...
그 사실을 처음 들었을때, 하늘이 노래지더라...
물론 믿겨지지도 않고...
나 만나고 있을 때도, 하품 자주 하고 항상 피
곤해 보여 내가 그렇게
무료하게 하냐고 농담조로 구박했는데, 그것
이 그 병의 징후였던 것이야...
제기랄...
그 해 겨울 방학은 그 애의 병실을 지키는 것
으로 보냈지.
항상 같이 있고 싶었어...
아마 그때 우리는 파국을 예감하고 있었는지
도 몰라...
혜정이는 날로 야위어져 갔지...
머리도 다 빠졌지... 처음에는 추한 자기 모
습 내게 안 보여준다고
떼 쓰기도 했어... 자기 보고 싶으면 가발 사
오라고 하기도 했지... 자식...
숨소리도 하루가 다르게 가늘어지더라...
병원을 나설 때마다, 왜 그리 눈물이 나오던지...
그렇게 고통스럽고 아팠지만, 그 애는 항상
나를 보면 웃어주었지...
언젠가 내가 그랬거든... 너는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오빠의 그 말 때문에 얼굴에 주름살 생겼
어.’라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그 고통과 죽음의 공포속에서도. 내게 항상
미소를 보여주었지...
천사의 미소를...
그 미소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갈기갈기 찢
어졌지...
결국 병원에서는 포기 선언을 했고, 혜정이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국에
가서 치료를 하기로 했지...
그때가 3월 초였지... 나는 따라갈 형편은 안
되고...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혜정이는 공항에서
휠체어에 앉아 내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
어...
‘오빠... 여름 오빠 생일때까지는 꼭 건강하
게 돌아올께...
내가 아니면 누가 오빠 생일 챙겨 주겠어?
그때까지 공부 열심히 하고, 가끔 내 생각해
줘... 약속이야... 꼭...’
너도 알잖아... 내 생일은 항상 기말 고사 기
간에 겹쳐 제대로 보낸 적이 없거든... 혜정이
는 그런 내 생일을 꼭 챙겨주고 싶었나 봐...
거짓말장이...
나는 그 때가 그 애를 그렇게 떠나보내는 것
이 될줄은 생각도 못했어.
정말 내 생일때까지는 환하게 웃으며 돌아올
줄 알았지...
미국에서 전화가 올 때까지는...
그 애가 미국에 머물겠다는 소식을 듣고는
며칠은 정신이 나간 것 같았지...
그 애는 거기서 기적적으로 병을 치료하고,
거기 교포 의사와 사귀고 있다는 거야... 제기
랄!!!
너도 기억하지...
내가 미친듯이 술 마셔되던 그 때...
그 애가 돌아오던 여름의 그 날, 공항에 나갔지...
절대 울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지만, 웃으면
서 그 애를 반기자고 결심을 했것만, 어쩔 수
없더구나...
혜정이는 나를 본 채도 않고 가족가 함께 공
항을 떠났어.
가슴이 글자 그대로 찢어지는 것 같았어.
그 후 나의 생활은 너도 잘 알지.
폐인이 네 덕분에 많이 사람되었다...
참 3류 소설 같은 얘기지... 아니면 드라마
게임에나 나올 만한 통속적인 얘기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하지만 그런 일들은 가끔은 실제로 일어나곤
하더구나...
나도 이 얘기를 남 얘기로 들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거야...
유치한 사랑 얘기...
막상 내 자신이 그런 흔한 얘기에 주인공이
되어보니... 휴...
참담하더라... 하필 왜 나야?
미안하구나... 괜히 혼자서 헛소리 지껄여서...
너 그거 아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잔인한 행동이 뭔
것 같아?
마음을 다 가져간 채 떠나버리는 것이 가장
잔인한 행동이 아닐까?
그 후 혜정이는 사흘이 멀다하고 밤마다 전
화를 해.
나를 떠나도 나와 전화하는 버릇은 버릴 수
없었나봐.
전화할 때마다, 나는 항상 묻지. 왜 나를 떠
났느냐고...
그러나 혜정이는 대답이 없었어. 그냥 전화
했다며...
그리고는 나보고 그런 얘기 빼고 아무 얘기나
해보라고 해. 자기 잘때까지...
그럼 나는 혜정이가 전화를 끊지 않기 위해
이 얘기, 저 얘기를 하지...
그러면 어느새 혜정이는 아무 소리없이 자고
있지...
이렇게 비참해도 나는 혜정이와 남은 하나뿐
인 끈인 전화를 포기할 수 없어.
혜정이가 아무리 나를 싫어하고, 전화로 욕
을 해대도, 그 애의 전화만 받을 수있으면 견
딜 수 있어...
내가 너무 그 애의 전화에 집착하는 것 같지?
차라리 그냥 미국에서 백혈병으로 죽어버렸
다면 이렇지 않을 수 있었을 거야...
어쩌면 혜정이가 나를 떠난 이유를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더욱 괴로워 하고, 그 애에
게 집착하는지도 모르지...
휴... 이런 생각 자체가 나를 괴롭게 하는 구
나...
여하튼 혜정이가 나를 떠난 여름은 내게 너
무 잔인한 계절이 되었지... 내 생일도...
여름이 되면 항상 학교는 푸르름이 넘치지...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그런데 왜 그 여름에 누구는 떠나야 할까...
어제밤에도 나는 혜정이에게 전화가 왔어.
나는 소리쳤어. 나를 왜 떠나고, 이렇게 전화
하냐고...
그러나 역시 혜정이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어.
단지 끊을 때는 예전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와 똑같았어.
‘오빠 졸려... 나 잘께... 오빠 잘자... 안
녕...’
혜정이는 항상 그랬거든...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혹시 혜정이가 아직
내게 미련이 남지 않았나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해...
전에 일한이가 비슷한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어...
자기 친구 형 얘기라던가... 그 형도 사랑하
는 사람이 죽었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여자가 유령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나타나서는 왜 자기를
따라 죽지 않고 혼자만 살아남았내고 괴롭혔
대. 결국 그 사람은 너무 무서워서 자살을 했
다던가 하던 끔찍하고 무서운 얘기였어.
내가 혜정이에게 그런 존재는 아니겠지...
나는 혜정이 전화를 받을 때의 웬지 모를 푸
근한 느낌을 포기할 수 없어...
휴... 너 요즘 바쁘고 피곤한데, 오빠의 휭설
수설하며 정신나간 소리나 남의 쓸데없는 로
맨스 타령이나 듣고 있으니 한심하지...
어머니와 아버지는 잘 계시지?
지난 번에 오셨을 때는 내가 혜정이 전화를
받고 있어서, 제대로 얘기도 못하셨는데...
걱정 마시라고 전해드려...
나도 부모님께 시간나는 대로 안부 전화래도
해야 하는데, 혜정이 전화가 언제 올지 몰라서...
너 가봐야 되지?
그래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고, 돈 많이 벌어
서 나 맛있는 것좀 사다줘...
여기 음식이 맛이 없거든...
그래 잘 가...
선경은 오빠와의 면회를 마치고 찹찹한 기분
으로 담당의사를 만났다.
“안타깝게도 선혁씨 요즘 전혀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솔직이 입원했을 때와 전혀 진전된 것이 없
습니다.
아직도 빈 수화기를 들고, 혜정이란 옛 애인
과 통화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애인의
죽음을 받아드릴 수 없어서, 자기 나름대로 이
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죠. 변심해서 자기를 떠
났다고...
하지만, 자기와 그 애인을 이어주던 중요한
매개체인 전화는 포기할 수 없었나봐요... 아
마 서로 전화했던 시간이 정작 만났을 때보다
많았고, 행복했었나 봐요.
그래서 계속해서 애인의 전화를 받는다고 생
각하고 있는거죠...
휴... 오빠가 그 혜정이란 사람을 정말 많이
사랑했나 보죠?
벌써 백혈병으로 죽은 지 1년이 넘었는데,
그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걸 보니...
혹시 모르죠. 오빠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진
짜 전화를 받는지...
죽은 사람의 전화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