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접수 : 2007년 8월 4일 새벽 한 시경 (약 40분경전 쯤)
괴성을 지르며 싸우는 소리에 창문을 내다보니, 어떤 남자가 미친듯이 화를 내며 길 가에 세워진 차들을 마구 부셔댔다. 한 여인이 옆에서 울면서 말렸고 다른 한 사람도 애써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문을 나가 보니 두 사람이 피가 범벅이 되었고, 온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나왔지만, 아무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화자는 즉시 "112"를 눌렀다.
"네 여기 송죽동 만석공원 건너편 훼미리마트 편의점 골목인데요, 어떤 남자가 여자를 마구 폭행하고 있어서 신고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칼을 들고 있었다면, 이미 수십명이 죽었을 만한 시간.. 경찰은 3분거리에 있습니다... 라고 하는 안내광고가 짜증이 날 즈음..아직도 그 싸움은 그칠줄 몰랐고 경찰차가 등장했다.
동네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멀리서 봐도 경찰은 넌지시 관람객 수준으로 그 폭행인들을 지켜보더니.. 뭐라뭐라 얘기 몇마디 후에 홀연히 사라졌다. 동네 사람들 왈.. "이래서 대한민국 경찰이 욕을 먹는 거야.. 쯧쯧쯧.. 이러면 안돼지.."
화자가 물었다. " 왜요? 경찰이 체포하는 거 아닌가요?"
" 체포는 무슨 ... 니미.. 경찰 그냥 갔어요. 그냥 가잖아 저 봐~"
"아니 왜 그냥 가나요? "
" 가족사라잖아요. 가족사.. 가족사라면 경찰은 그냥 가잖아.. 저러다 사람 하나 죽어야 뭐 제대로 할라나.. 암튼 저런식이니 대한민국이 안되는 거야.. 사람 피투성이 되고, 동네 주차된 차 죄다 깨지고 터지고 해도.. 경찰은 무슨..."
보다못한 화자는 다시 "112"를 눌렀습니다.
" 네 저 아까 수원 송죽동에서 길거리 폭행건으로 신고한 사람인데요,"
" 네 수원송죽동이십니까?"
" 네, 그런데 경찰차가 왔었는데, 그냥 가네요"
" 아 네.."
"무슨, 가족사라고 했다고 하면서 그냥 갔는데요, 길거리 차를 마구 부셔댔고, 그 중 두 사람이 피투성이가 됬는데도, 가족사라고 하면, 경찰은 그냥 가는 건가요? "
" 아.. 무슨 말씀이시죠? 차를 부셨다구요"
" 네.. 우당탕 소리 나서 나왔는데.. 차를 몇대 부셨는데.. 경찰이 그냥 가버렸어요. 죄송한데, 제 차는 아니지만, 아까 그 경찰차.. 멀리 안갔다면 다시 좀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
" 아, 네 알겠습니다. 즉시 출동하겠습니다. "
그러고 다시 한 5분쯤 지났을까.. 사그러질만할 것도 같은데.. 그 폭행인들 중에서 한 남자가 울면서 "아빠.. 아빠..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을께요.. 아빠.. 아빠.." 하며 애걸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무슨 깊은 가족 사연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재산에 폐를 입힐 수는 없는 법.. 동네사람들과 화자인 나는, 다시 한번 경찰차를 기다렸다.. 그러고는 다시 경찰차가 보였다. 그 사이 연락받은 파손된 차주들도 나와있었고, 동네사람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서서 증인 역할들을 해 주셨다.
그러다 화자가 답답해서 한 경관에게 물었다.
" 저기요, 잠깐만요...."
" (아주 귀찮은 말투로 ) 왜요?
" 예,, 죄송한데요..아까도 제가 신고를 했었는데요. 아무리 가정사라고 하더라도 피가 범벅이 되서 끌려갔는데..."
"(아까 그 말투로) 근데요?"
"아니, 저는 그런 상황에서 경찰이 좀 중재를 도와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요..."
"아니, 애미를 팬 놈이에요, 저놈이. 애미도 몰라보는 미친놈을 경찰이 어떻게 해요? "
"그래도, 경찰이 가정폭력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요?"
"참나.. 뭘 모르시네.. 지 애미가 말리면 경찰도 아무짓 못하는 거예요. "
"그래도 아까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길에서 싸우길래 제가 신고를 했는데, 가족사라고 했다고 그냥 가셨다고 하니 제가..."
" 아참.. 나.. 원... 저는 싸움이 끝난 다음에 신고 받고 온 사람이고, 아까 온 사람이 그냥 간 걸 왜 나한테 그래요?"
" 아. 그럼, 아까 나오신 경찰분이 아니신건가요?"
"예! 아니유!"
" 그럼, 혹시 아까 나오신 경찰분이 누구신 지 알아볼수는 있을까요?"
"헐.. 112에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슈!"
"아.. 네... 그럼 혹시 지금 말씀하시는 분은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 지 여쭤도 될까요?"
" 나요? 참.. 한경사요! 왜요?"
"아.. 네..."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봐도 그 모습은 폭력이었고 피가 골목에 난무했다. 온갖 괴성과 차량 파괴 괴음으로 온 동네가 시끄러워서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간에 사람들이 다 나와볼 만큼 굉장한 싸움이었는데, 경찰의 모습, 너무 헌법책겉표지스럽지 아니한가..
경찰은 항상 사고접수를 할 것인 지 말 것인지 만을 묻는 사람들인가... 경찰관의 역할이 보험회사 사고전화접수직원보다도 더 피상업무란 말이던가..
오죽했으면 한밤 중에 신고를 했을까.. 신고를 나온 시민에게 대한 태도는 무엇이던가.. 설마 나를 공무집행 방해죄로 쳐 넣는 건 아닐런가.. 아님 혹시 명예훼손죄?
경찰은 여러분과 3분 거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3분은 대한민국에선 영원히 좁혀지지 않나봅니다.
p.s. 아직도 어느 집 창문 너머로 아까 그 가족의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가족사 라고 하지만, 너무도 심각하고 애절해서 잠이 오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