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리와...... 우리 집에 오늘 새로온 영계 하나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는 주인의 말에 방석을 깔고 앉아 있는 아가씨들은
서로 "오빠"를 외쳤다.
그들이 말하는 "오빠.." 그것은 곧 "돈"이었다.
그 무리들 속에 우리의 마리도 앉아 있었다.
"그래.... 그래.. 이리와... 다른데 가봐야 별 볼일없어. 오빠들 오늘 땡 잡은거야. 오늘 서울에서
새로 영입한 따근한 영계 하나 있는데 죽이는 애야.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잘 빠지고...
사실은 이런 일 처음 하는 애야.... 어떤 오빠하고 짝을 맞춰줄까? 우리 멋진 큰 오빠하고 맞춰줄까?"
그 주인은 마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마리는 자신이 피할 수 있고 혹시 나중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여기라 믿고 상민과 의논 후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리가 이 곳을 온지 이제 겨우 이틀....
만 하루동안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배우고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러 나온 날이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그 남자는 주변에 젊은 건달같이 보이는 패들과 들어왔다.
누가 보더라도 한 눈에 주먹세계의 사람들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 잘됐군.... 니가 막내냐? 너 올라와 봐라."
예사롭지 않게 생긴 남자는 마리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뒤로 일행들이 몇 명의 아가씨들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니 이름이 뭐꼬? 나이는? 어디서 굴러 다니다가 온 계집인교?"
"안.. 녕하세요... 사장님.. 제 이름은 마리.... 나이는.. 스물 둘...."
순간 그 남자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뭐... 뭐라꼬? 마.... 마리라꼬?"
마리는 순간 고개를 들어 그 분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 사장님... 왜..... 어디 아프세요?"
"아.... 아니다.... 근데.... 니 나이가 스물 둘이라꼬? 실제 나이 말이다. 실제 나이가 몇인겨?"
근엄하게 생긴 신사는 큰 소리로 다그치듯 마리에게 물어보았다.
순간 마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듯 하였다.
혹시나 자신의 본 나이를 말하면 큰 일이라도 날 마냥 무서워하고 있었다.
신사의 말에 주변에 앉아있던 건장한 청년들도 순간 조용해 졌다.
"너희들 전부 나가있어. 내가 들어오라는 소리하기 전까지 전부 나가있어. 내가 부르기 전까지.. 알았나?"
신사의 말에 그를 따랐던 건장한 청년들은 고개를 숙이고 전부 문 밖으로 나갔다.
마리는 어쩔 줄 몰라하며 식은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인호와 호식이 보낸 일행이 아닌가 싶었고, 오히려 그들과 대면할 때 보다
더욱 두렵고 무서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미안하구나. 이리 가까이 오렴... 긴장하지 말고... 이름이 마리....라고 했지? 본명인가?"
신사는 마리가 두려워하는 것을 눈치채고 마리가 긴장하지 않도록 최대한 편안히 하려고 배려해 주었다.
"정말로 오래 전에 들어본 이름이구나. 마리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안하구나
네 이름을 듣는 순간 갑자기 한 사람이 떠 올라서... 이렇게 보니깐 얼굴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구나.
그래.... 본명이.....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신사는 다정한 언어로 마리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마리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게 되었고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죄.... 죄송해요.... 갑자기.... 무서웠거든요.... 제 이름은..... 서.. 서마리라고 하고 나이는...
열아홉..... 그리고 엄마......"
순간 마리는 엄가가 그리웠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였다.
"뭐.... 뭐라고? 서... 서마리? 아가야.... 울지말고.. 울지 말고 똑바로 이야기 해보렴... 열아홉이라고?"
그는 눈을 지긋이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님만 계세요. 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요. 제가 태어날 때 돌아가셨데요."
신사는 조용히 눈을 감고 물었다.
"혹시... 혹시 어머니 성함이....."
"어머니..... 어머니 이름도.... 마리..... 마리예요."
순간 신사는 감았던 눈을 동그라게 떳다.
"뭐......!! 뭐... 라고...!!"
마리는 신사가 놀래는 것을 더욱 의아해 하였다.
"아......아가야.... 미안하지만 어머니... 어머니에 대하여 이야기 좀 해 줄수 있겠니?"
"네? 어.....어머니요?"
"아....아니 다른 곳으로 가자구나. 여기 보다는 더 좋은 곳으로 말이야. 밖에 누구 있냐?"
신사의 말에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들어왔다.
"주인한테 이야기해서 이 아이하고 나간다고 하고 차 대기시켜. 그리고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자."
건장한 체구의 사내는 알았다고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신사는 마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눈시울이 빨개지기 시작하였다.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다시 들어오자 신사는 마리의 어깨를 살짝 감싸고 자신의 윗옷을 덮어 데리고 나갔다.
마리는 어리둥절하였다.
이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싶어 마리는 안절부절하였다.
"아가.... 걱정하지 말거라. 널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고 싶구나. 날 따라오렴."
"네? 네..... 하지만 주인 언니가....."
"그건 내가 다 알아서 해 줄거야. 그러니 나와 가서 이야기 좀 하자구나. 널 보니 옛 추억이 떠올라서..."
신사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마리가 간다는 말에 주인언니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마리의 소지품 모두를 건네 주었다.
마리는 모든 것이 너무도 궁금하였다.
도대체 이 신사는 누구이며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신사는 미리 대기 시켜놓은 차에 마리와 함께 올랐다.
신사의 차량 앞과 뒤에 똑같은 차들이 각각 신사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사와 함께 뒷자리에 올라탔다.
검은 매연과 함께 3대의 차량이 그 자리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