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한 아이가 찾아왔다. 야구장은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꼬마야...넌 하고싶은게 뭐니?"
"난...그냥 재밌게 뛰고 놀고 그러고 싶어..."
"그렇구나...야구장에 오지 않을래? 야구도 보고, 소리도 지르고, 뛰고...
재미있게 놀 수 있을거란다..."
아이는 야구장을 자주 찾게 되었고, 야구장에서의 놀이는 재미있었다.
어른들도 즐거움에 가득차있는 야구장은, 아이들에게 놀이터였다.
야구장은 그런 아이를 보면서 행복했다.
아이는 어느새 학교에 들어갔고, 점점 야구장을 자주 찾지 못하게 되었다.
어느날 야구장을 다시 찾은 아이를 본 야구장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래간만이구나...어서 즐겁게 뛰어놀렴..."
"난 이제 예전처럼 뛰어놀 수 없어...숙제도 해야하고, 학원도...
예전처럼 시간이 많지가 않아...재미가 없어졌어..."
야구장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이야기해 주었다.
"저 야구장 안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힘을 내보렴...저들도
저렇게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훈련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단다...
그 결과가 지금의 저들의 모습이지...저들을 보면서 너도 힘을 내렴..."
아이는 시합을 지켜보면서, 힘든 훈련을 이겨낸 선수들처럼
자신도 멋진 미래를 살아내기 위해서 힘을 내기로 했다.
아이는 공부에 지칠때면 야구장을 찾곤 했다.
야구장은 그런 아이를 보면서 행복했다.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다. 친구들과 엠티를 가고, 술을 마시고, 즐겁게
지내던 신입생 초기가 지나자, 현실의 무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새
취업 걱정에 머리가 복잡해진 아이는 야구장을 찾았다.
"오래간만이구나...선수들을 지켜보려무나..."
"난 이제, 미래만을 바라보고 훈련을 참기엔 너무 지쳐버렸어...
꽤 오랜시간을 그렇게 참아왔는데...지금의 미래는 또 불투명하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도, 불펜 포수, 대주자로라도 경기장에 있는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렴...저들도 나중에 주전선수가 되어서
경기를 할 수 있을거라고 장담할 수 없단다...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한다면 기회가 올거라고 믿는거지...
비록 힘들지만, 그들은 행복하지 않겠니?"
아이는 경기장에 들어가서 주전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후보선수들을 보았다. 단 한번의 대주자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에서, 아이는 불안하다는 생각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단순한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야구장은 그런 아이를 보면서 행복했다.
어느새, 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진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
늘 출근시간에 쫓기고, 승진을 위해 발버둥을 치는 각박한 생활 속에 지친
아이는 다시 야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래간만이구나...후보들의 노력과 희망을 보려무나..."
"난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는걸...이 직장이 내가 정말 원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고...나보다 먼저 승진해가는 동기들을 보고 있는것도 답답해...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쉽지가 않네...학원비다 뭐다...
난 왜 이렇게 뒤처지고 있는걸까..."
"9회말 투아웃이라도 언제나 역전의 기회가 남아있는거란다...그래서 선수들은
지고 있는 경기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겠니...졌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기회는 없어진단다..."
아이는 그 날, 마지막 한번의 찬스를 살려 역전에 성공하는 팀을 볼 수 있었다.
"그래...졌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9회말 투아웃조차 아직은 멀었잖아?"
아이는 그 뒤로 마지막 부분까지 신경써서 챙겨가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아이의 능력은 조금씩 인정을 받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찾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야구장은 그런 아이를 보면서 행복했다.
긴 시간 뒤...아이는 늙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왔다.
"오래간만이구나...마지막까지 열심히하는 모습을 지켜보렴..."
"난 이제 너무 늙어버렸어...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지...
이제는 뭘 해야할까...할 수 있는 일이 없어져버린 것 같아..."
"이제 곧 올해의 시즌도 끝나겠지...내가 할 일을 다한 거라고 봐도 될거야...
하지만 나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다음 시즌에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서
잔디를 가꾸고, 시설을 손봐야 한단다...그러면 내가 가진 이번 시즌의 기억이
다음 시즌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다시 전해지겠지...너 역시, 너의 아이들, 너의
아이의 아이들이 네가 가진 기억과 지혜를 배워갈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겠니?"
"그래...그 말이 맞구나...손주녀석들을 야구장에 데리고 와야겠어...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는 어떻게 힘을 낼 수 있었는지를
가르쳐줘야지...내가 너에게 배웠던 것처럼 말이야..."
아이는 그 뒤로 야구장을 다시 자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오랜 친구인
야구장과 함께, 많은 이야기와 많은 추억들을 손자손녀들에게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꼬마들의 눈이 빛나고 있었고,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깃들었다.
야구장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